[태국통신] ‘눈앞 상대부터’ 한국 선수단은 서두르지 않는다
- 국제대회 / 이광준 / 2020-01-09 16:51:00
[더스파이크=나콘라차시마/이광준 기자] ‘한 발씩 천천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서 B조 조별예선 2연승으로 순항 중이다.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달려 있다. 예선에 참가한 7개 국가 중 우승한 한 팀에게만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입장에서 가장 경계되는 팀은 단연 개최국 태국이다. 태국은 이번 대회 출전국 가운데 한국과 전력이 엇비슷한 상대다.
통산 상대전적은 29승 12패로 한국이 앞서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상대전적은 2승 4패로 한국이 밀린다. 최근 맞대결은 2019년 8월 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에서였다. 당시 한국은 8강 조별리그서 태국을 만나 3-1로 이겼다.
이렇다 보니 많은 언론, 그리고 팬들도 이번 올림픽예선전에서 태국전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과 태국은 조별예선에서 서로 다른 조에 배치됐다. 한국이 태국과 만나는 건 준결승 혹은 결승에 가서다. 예선전 3경기가 있지만 많은 관심은 본선 무대에 쏠렸다.
그러나 한국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선수들은 달랐다. 선수단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매 경기에 집중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매 인터뷰마다 “태국과 경기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상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표팀 강성형 수석코치 역시 “일단 예선전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난 7일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경기를 마친 뒤 이어진 태국과 대만 경기를 지켜보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태국 경기를 직접 지켜본다면 태국과 경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그것보단 다음날 경기를 준비했다.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가 정비하고, 오후에 미팅을 준비했다. 태국전 경기는 라바리니 감독만 현장에서 지켜봤다.
팀을 이끄는 코치진 입장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태도다. 그러나 이런 결정에는 다른 이유도 숨어 있었다.
감각 문제다. 한국은 지난 예선전 두 경기를 모두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강력한 서브를 앞세운 승리였다. 그러나 공격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김연경을 비롯해 김희진, 양효진 등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생긴 것들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소집기간 동안 여자배구대표팀은 회복을 병행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훈련에만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없었다.
한국은 지난해 여름 치열한 훈련을 통해 라바리니식 배구를 완성해 나갔다. 그러나 대륙간예선전을 앞두고 세터 이다영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약 3주 정도 준비 시간을 가졌다. 라바리니 감독만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에 들어왔다. 선수들이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 훈련할 수 있던 시간은 일주일 남짓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전 경험을 통해 최대한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성형 수석코치는 “훈련만으로 감각을 다 끌어올리는 것엔 한계가 있다. 실전을 통해 하나씩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비록 상대적인 약팀이지만 예선전 경기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상대인 태국과 경기를 손 놓고만 있을 순 없다. 선수단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지만, 다들 태국전을 마음에 두고 있다. 현장을 함께 지키는 대한민국배구협회 한 관계자는 “라바리니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모두가 태국과 경기를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항상 라바리니 감독 옆에서 보좌하고 있는 안재웅 통역도 “겉으로는 모두가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태국과 경기를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 선수들은 컨디션을 온전히 그 경기에, 감독님과 코치님도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결과는 과정이 있어야 뒤따른다. 한국은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차근차근 과정을 밟고 있다.
한편 여자배구대표팀은 9일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 카자흐스탄과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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