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타임] ‘전반기 1위’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후반기 키워드는 헤일리”
- 여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20-01-01 01:59:00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지난 12월 19일 열린 경기를 끝으로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전반기 일정이 마무리됐다. 4라운드 재개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이 끝난 뒤인 1월 14일부터다. 그 때까지 꽤 긴 브레이크타임이 주어졌다. 남자부도 4일 경기를 끝으로 14일까지 휴식에 들어간다.
이 기간을 맞아 <더스파이크>는 여자부 6개 팀, 남자부 7개 팀 감독들에게 전반기를 돌아보고, 나아가 후반기를 전망해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소식이 뜸했던 여자부를 시작으로 남자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여자부 현대건설은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시즌 전 순천·MG새마을금고컵을 우승한 현대건설은 그 상승세를 시즌까지 이어가고 있다. 특히 3라운드 들어서는 라운드 전승을 하는 등 그 위력을 자랑했다. 승점 33으로 2위, 3위와 차이는 각 3점, 5점이다. 전반기 호성적에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성적이다.
‘호흡+외국인선수 문제’ 딛고 얻은 전반기 1위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전반기를 돌아보며 “굉장히 열심히, 정말 열심히 했다”라며 웃었다. 농담조로 꺼낸 말이지만,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감독은 이어 “매 경기 최선을 다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시작할 때는 호흡이 완벽치 않았다. 아무래도 주전 세터 이다영이 국가대표에 차출되면서 호흡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가 점점 나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침이었는데 선수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라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현대건설은 잘 될 때와 안 될 때 차이가 컸다. 특히 리시브가 흔들려 공격이 단순해질 경우 팀 전체 위력이 떨어지곤 했다. 이 감독은 이 문제 원인을 ‘호흡’에서 찾은 것이다.
다행히 호흡은 빠른 시간 안에 맞아 들어갔다. 주전세터 이다영과 함께 나머지 공격수들 전체가 서서히 제몫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이다영이 경기를 운영하는 법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매 경기 모든 선수 컨디션이 좋을 순 없다. 그 날 가장 좋은 컨디션의 선수를 찾고, 안 좋은 선수가 있을 경우엔 어떻게 그 선수 컨디션을 끌어올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다영은 이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되고 있다”라는 게 이 감독 설명이었다.

또다른 문제는 외국인선수 쪽에서 나왔다. 기존 외인 마야가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부상까지 겹치면서 결국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이 감독은 “시즌 초 외국인선수가 변수가 됐다. 아무래도 도중 교체되면서 어수선했지만, 양효진이 팀을 잘 이끌어줬다”라고 돌아봤다.
새로 합류한 외인 헤일리에 대해서는 “높이는 더 좋아졌다. 아직까지 헤일리 공격성공률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클러치 능력은 있다. 나쁜 공 처리에서 헤일리가 제 역할을 했다. 그 때문에 3라운드 전승을 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신인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올 시즌 현대건설은 신인 두 명을 선발했다. 이 중 미들블로커 이다현은 장신에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중앙 자원으로 자주 중용됐다. 세터 김현지의 경우에는 아직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다현은 공격수고 미들블로커다. 자기가 가진 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팀에 잘 적응하고 있고 무엇보다 잘 하고픈 마음이 크다. 초반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잘 이겨내고 있다”라며 이다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김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아직 세터로서 기본적인 훈련을 더 해야 한다. 시즌 중이어서 그럴 시간이 없어 못 나오고 있다. 바로 투입되기에는 어렵고 비시즌 훈련을 통해 더 좋아져야 하는 선수다.”

마음 놓기엔 이르다, 헤일리에게 달린 후반기
이 감독은 전반기 좋은 성적에 대해 “이 정도까진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웃었다. 그렇지만 곧바로 남다른 자신감도 보였다.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재밌는 시즌을 치를 수 있겠다’라고, 그리고 선두권 싸움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 두 시즌 경험이 그 이유였다. 이도희 감독은 부임 후 첫 시즌에서 3위를, 그 다음 시즌은 5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첫 시즌 초반에도 지금처럼 성적이 좋았다. 그 때는 중반부터 ‘이겨야 한다’라는 부담이 컸다. 그러면서 범실이 많아졌다. 그리고 지난 시즌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나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가 성숙해진 느낌이다. 이제는 잘 추슬러 이겨내는 힘이 생겼고, 힘을 빼는 방법도 알게 됐다. 실제로 코트 위에서 그런 것들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도희 감독이 꼽은 남은 후반기 키워드는 ‘헤일리’였다. 이 감독은 “헤일리가 전반기 막판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크지 않아 현재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회복 이후 얼마나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세터와 호흡을 맞추는 훈련이 필수다. 이에 대한 변수는 있다. 주전세터 이다영이 국가대표에 차출된 것이다.
이 감독은 이를 두고 “그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김다인이 최근 많이 좋아져 전술훈련에서 크게 빠지지 않는다. 이다영과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인 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또한 “남은 선수들로 브레이크 기간을 잘 준비한다면, 이다영과 양효진이 복귀한 후에 호흡을 맞추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감독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승점이다”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상위인 흥국생명과 GS칼텍스는 물론이고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다들 팀 구성 자체가 나쁘지 않다.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보다 나은 후반기를 위해 현대건설은 열심히 담금질에 한창이다. 이 감독은 “브레이크 돌입 이후 잠깐 휴가를 줬다. 그 이후로는 계속 훈련 중이다. 비시즌처럼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하고 있다. 선수들이 죽으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새해 소망은 ‘올림픽 티켓’과 현대건설 우승
이도희 감독은 감독이 된 후 세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9년을 돌아봐달란 말에 이 감독은 2018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이 감독에게 2018년은 ‘뭔가 풀리지 않는 해’였다. FA 계약부터 시작해 2018~2019시즌 시작과 함께 승리 없이 긴 연패(11연패)에 빠졌다.
이 감독은 “그렇게 고생을 하다가 2019년 들어서면서 경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좋은 추억이긴 하지만, 2018년은 정말 힘들었다. 선수들이 2년차 징크스를 겪듯이 나도 2년차 징크스를 겪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올 시즌이 편한 건 아니다. 이 감독은 “세 번째 시즌이 되고 나니 뭔가 알 듯 말듯 한 기분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할 때와 달리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은데’하고 대충 알 것 같아 더 힘들다”라며 웃었다.
2020년 새해 소망에 대해 물었다. 이 감독은 ‘올림픽 티켓 획득’을 꼽았다. “우리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고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그리고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올림픽 출전 티켓을 꼭 따서 우리 여자배구가 올림픽 메달권에 진입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올림픽 티켓을 따고 우리 선수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아 돌아오길 바란다. 그 에너지로 현대건설이 우승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_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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