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준의 V-포커스] 강서브의 KB손해보험 → ‘철벽 블로킹 팀’ 변모 사연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12-31 10:33:00
  • 카카오톡 보내기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강서브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KB손해보험이 올시즌 강력한 블로킹을 갖춘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KB손해보험은 ‘강한 서브’를 주 무기로 삼았다. 너나할 것 없이 몰아치는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진을 압박했다. 특히 20점 이후 클러치 상황에서도 겁먹지 않고 때리는 강한 서브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팀 컬러가 바뀌었다. 서브보다는 블로킹에 초점을 맞췄다. 강서브의 KB손해보험이 ‘철벽’의 KB손해보험으로 변한 것이다. 수치로 보면 팀 서브는 크게 떨어졌지만 블로킹 쪽에서 높은 상승을 이뤘다.

표) 최근 세 시즌 KB손해보험 팀 서브 및 블로킹 기록
(괄호 안은 팀 순위)

※ 범실 적은 팀을 1위로 계산한 순위임

2017~2018시즌 KB손해보험의 서브는 상대 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외국인선수 알렉스(세트당 서브득점 3위)를 중심으로 세터 황택의(7위), 윙스파이커 황두연(8위)이 서브로 재미를 봤다. 그러다가 지난 시즌에는 서브 위력이 반감됐다. 강한 서브를 자랑하던 황택의가 시즌 첫 경기서 발목 부상으로 빠졌다. 복귀 이후에도 떨어지는 체력으로 인해 온전히 경기에 임하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알렉스가 부상으로 빠지고 펠리페가 합류했는데, 그 사이 공백도 있었다. 어깨에 통증을 안고 경기에 임했던 황두연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강한 서브는 단순히 득점으로 연결되는 효과 외에도 리시브를 흔들어 상대 공격의 질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게 되면 세터는 편히 공을 올리지 못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에 따라 세트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또 리시브 이후 공격 준비에 나서야 하는 공격수가 폼이 무너져 공격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상대 공격을 한 쪽으로 모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블로커들이 좀 더 쉽게 상대 공격에 대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서브는 블로킹과 무관하지 않다. KB손해보험이 2017~2018시즌 높은 블로킹 순위를 유지한 건 당시 미들블로커 조합이던 이선규(은퇴)-하현용(우리카드)의 높이에 강한 서브가 더해져 나온 결과다. 물론 범실 걱정 없이 때린 서브로 인해 범실은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가장 낮은 서브득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블로킹 순위를 보이고 있다. 세트당 서브득점은 1점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팀플레이 자체의 변화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득점을 노리는 서브’보다는 ‘타겟을 설정한 서브’로 재미를 보고 있다. 상대편 리시버 중 상황에 맞는 타겟을 설정, 그 선수가 공을 받게끔 하는 전략이다.

지난 29일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 경기를 통해 알아보자. 이날 대한항공은 국가대표에 차출된 정지석, 곽승석을 대신해 손현종, 임동혁, 김성민을 윙스파이커로 투입했다. 리시브가 약한 손현종, 임동혁이 나와 KB손해보험이 더 많은 서브에이스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KB손해보험은 서브에이스를 단 2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블로킹은 14개로 세트당 3.5개 수준으로 높았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전위 윙스파이커에게 서브를 넣고, 비예나 쪽을 집중적으로 대비하는 전략을 활용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상황_ 검은 원이 임동혁, 별표는 비예나다. 비예나는 서브가 시작되고 나서 공격을 위해 뒤로 빠졌다. 이후 임동혁이 리시브하고 비예나가 공격을 시도했지만 상대 블로킹에 걸렸다. (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서버로 정동근이 나선 상황이다. 정동근은 상대 전위 리시버 중 하나인 임동혁에게 서브를 넣었다. 이 때 대한항공 포지션 상 전위는 비예나-조재영-임동혁 세 명이다. 임동혁이 서브리시브를 받게 될 경우, 날개 공격은 비예나 하나로 줄어들게 된다. 조재영을 활용한 속공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리시브가 어느 정도 될 때 고려할 만한 공격옵션이다. 리시브는 세터 유광우 쪽보다는 거리가 떨어진 곳으로 향했고, 유광우는 자연스럽게 비예나를 택했다. 비예나의 공격은 상대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측한 블로커 박진우에게 걸려 차단된다.

임동혁이 받고 움직여 때리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임동혁은 본래 이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가 아니다. 받고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 상황 이전에도 비예나의 공격이 두 차례나 상대 블로킹에 걸려 성공하지 못했는데(1-0 KB손해보험 리드 상황에서 양준식이 비예나 공격을 유효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계속된 랠리서 박진우가 블로킹 득점으로 점수를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광우가 다시 비예나를 택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비예나는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는 등 25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공격성공률은 41.30%로 올 시즌 최저를 기록했다. 범실도 10개로 많았고 상대에게 블로킹 8개를 허용했다. KB손해보험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통한 것이다.


비시즌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던 변화

권순찬 감독은 비시즌부터 착실히 이와 같은 전략을 준비해 왔다. 이전 시즌 KB손해보험은 선수 변화로 인해 서브 위력은 크게 줄었지만, 범실은 여전히 많아 경기 흐름을 자주 끊곤 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변화를 택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강해진 사이드블로킹에 있다. 이전 멤버였던 황두연, 손현종은 블로킹이 약한 날개 자원들이었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은 김학민, 정동근 등 블로킹이 좋은 날개 공격수를 여럿 갖췄다. 처음 선발한 외인 산체스도 블로킹에 일가견이 있던 선수였다. 바뀐 브람도 신장이 208cm로 좋아 사이드에서 위력적인 블로킹을 펼칠 수 있었다.

전반기 12연패에 빠지는 등 위기 상황에서도 KB손해보험 블로킹은 위력을 보였다. 한 때 팀 블로킹 1위를 달리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이 차츰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역전했지만, 지금도 전체 2위다. 개인 기록도 뛰어나다. 두 미들블로커 김홍정과 박진우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30일 기준 김홍정이 2위(세트당 0.787개), 박진우가 8위(세트당 0.513개)를 달리고 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