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지민경이 말하는 지난 두 시즌
-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19-11-13 02:22:00
[더스파이크=대전/이정원 기자] "지난 두 시즌은 정말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혼자 무너졌던 것 같아요."
KGC인삼공사 지민경은 지난 12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지민경은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서브에이스 1개 포함 10점을 올렸으며, 46.34%의 리시브 효율을 보였다. 리시브 효율은 양 팀 리베로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지민경의 깜짝 활약에 힘입은 KGC인삼공사는 세트 스코어 3-2(26-28, 25-19, 19-25, 25-12, 15-5)로 승리하며 시즌 2연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지민경을 인터뷰실에서 만났다. 그는 오랜만에 들어오는 인터뷰실이 낯선 듯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지민경은 "오랜만에 인터뷰실에 들어와 어색하다. 오늘 경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경기다. 정말 오랜만에 길게 뛴 시합이다. 힘든 부분을 이겨내 기분이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며칠 전부터 나를 베스트 라인업에 넣은 채 훈련을 지도하셨다. 그래서 그때 '한국도로공사전에는 선발로 들어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를 했고, 그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훈련했다. 코트에서 신나게 뛰어다니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민경은 이날 상대 서브의 집중 공략을 당했다. 팀내 최다인 41개의 리시브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버텨냈다. 지민경은 "나에게 목적타가 올 거란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버티자, 버티자'라고 생각했던 게 이날 리시브가 잘 됐던 원인인 것 같다. 그리고 비시즌에도 리시브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지민경은 올해로 프로 4년 차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지민경은 2016~2017시즌 신인왕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두 시즌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데뷔 시즌에는 29경기(97세트) 176점을 올렸다. 하지만 2017~2018시즌 25경기(59세트) 57득점, 2018~2019시즌에는 7경기(9세트) 5득점에 그치면서 하락세를 탔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그동안 고생한 기억이 떠올랐던 걸까. 지민경은 결국 인터뷰 도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내가 해야 될 것을 알고 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했다. 지난 두 시즌은 정말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스스로 무너졌던 것 같다." 지민경의 말이다.

그런 지민경에게 힘을 준 건 역시 감독님과 언니들이었다. 경기 후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은 "민경이는 내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이다. 이제는 예쁜 손가락이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지민경은 "감독님이 믿고 넣어 주셔서 감사하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였다. 감독님에게 나의 간절했던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또한 힘들 때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다. 계속 힘을 넣어줬다.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이야기했다.
감독님과 언니들의 믿음에 보답하며 오랜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지민경이다. 지민경은 "10점을 기록한 줄 정말 몰랐다. (염)혜선 언니가 나를 믿고 올려줬다. '내가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하며 공격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한 경기 활약으로 지민경이 살아났다고 평할 수는 없다.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 번의 활약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감독님, 코치님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직 공격, 수비 다 부족하다. 꾸준히 노력해서 감독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마지막으로 지민경은 "구단에 심리 치료사가 있는데 심리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얻었다. 앞으로도 배구를 사랑하고, 공 하나를 간절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겠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한 뒤 시즌 첫 수훈 선수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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