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준의 V-포커스] ‘1R MVP’ GS 강소휘와 스승 차상현 감독

여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11-09 03:59:00
  • 카카오톡 보내기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지난 8일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2019~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MVP를 발표했다. 후보는 강소휘와 러츠 두 명, 모두 GS칼텍스 선수들이었다. GS칼텍스는 1라운드 다섯 경기서 5승, 승점 15점을 온전히 획득했다. 후보 두 명 모두 받아 마땅한 성적이었다.

집안 대결 결과 총 29표 중 강소휘가 18표로 러츠(11표)보다 많은 표를 받아 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강소휘는 2015~2016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이 소식을 들은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차 감독은 지난 8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강소휘가) 충분히 받을 만했다. 우리 선수들끼리 경쟁했다는 사실도 기쁘다”라며 웃었다.


“1R MVP, 소휘는 받을 자격 있죠”

차상현 감독은 강소휘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시즌 첫 경기에 들어가기 전, 강소휘는 차상현 감독에게 찾아가 이런 말을 건넸다.

“감독님, 저 어떻게 해야 베스트7에 들 수 있나요?”

V-리그는 시즌이 끝난 뒤에 각 포지션 별로 가장 잘한 선수들을 뽑는다. 강소휘는 여기에 도전장을 냈다. 아직 강소휘는 베스트 7에 선정된 경험이 없다.

차 감독은 “강소휘가 굉장히 결연하게 찾아왔다. ‘베스트 7뿐 아니라 개인상도 많이 타고 싶다’라는 말을 해서 기억에 남는다. 라운드 MVP도, 트리플크라운도 타고 싶다며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라고 그 때를 돌아봤다.

제자가 당차게 포부를 밝히는데 싫어할 지도자가 있을까. 차상현 감독도 이를 만족스럽게 여겼다. “선수가 이렇게 말하는데 좋아하지 않을 감독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려줬다. 이전보다 리시브도 잘 버텨내야 하고 서브는 더 집중해 범실을 줄여야 한다고 일러줬다. 그 외에도 부족한 점에 대해 말해주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독려했다.”

이어 “길게 일러준 것과 달리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예’하더니 나갔다. 이후에 자극이 많이 된 것처럼 보였다. 정말 열심히 훈련에 임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개막 후 강소휘는 약간의 기복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1라운드 전체 공격성공률 1위, 서브 1위가 이를 증명한다.

차 감독은 “1라운드 들어 중간 중간 고비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전과 달리 이겨내는 모습이 기특했다”라고 강소휘를 격려했다.

계속해서 차 감독이 말을 이어갔다. “지표상으로 보면 좋은 부분도,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지난 IBK기업은행전(6일)을 마친 뒤에도 강소휘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다. MVP 결과를 두고도 ‘저 기록으로 어떻게 MVP냐’라고 하는 반응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기록에 국한된 이야기다. 강소휘는 1라운드 분명 팀에 큰 역할을 했다. 또 지난 시즌과 비교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강소휘는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


소심했던 강소휘, 자신감이란 날개를 달다

차상현 감독은 강소휘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차 감독은 2016년 12월(2016~2017시즌 도중) GS칼텍스 지휘봉을 잡았다. 2013~2014시즌까지 팀 코치로 있었지만 이후 잠시 팀을 떠나 있었다. 강소휘는 2015~2016시즌, 차상현 감독이 팀을 떠나있을 때 신인드래프트로 합류한 선수다. 차 감독은 “2년차 강소휘는 정말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주로 구석에서 눈치를 보던 선수였다”라며 웃었다.

2년차 때는 교체로 간간이 코트에 올랐다. 그러다 이후 이소영이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주전으로 나서게 됐다.

차 감독은 “분명히 잘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그렇지만 그걸 스스로 잘 몰랐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 주변 눈치를 보고, 지레 겁을 먹곤 했다”라고 강소휘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차 감독은 그런 강소휘가 변하길 바라며 호되게 지도했다. 리시브 상황이 와도 피하지 말고, 높은 블로킹이 앞에 있어도 기죽지 말고 공격하라고 강조했다.

하나, 차상현 감독이 강소휘를 지도하며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다.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해 내는 능력이었다. 차상현 감독은 “운동선수라면 모방을 잘 해야 한다. 여러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흉내를 낼 줄 아는 게 중요하다. 초창기에는 내가 직접 공격시범도 보이고 했는데, 강소휘가 그걸 굉장히 잘 따라해냈다. 속으로 ‘요 놈 봐라’라고 하며 기특해했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차 감독은 “그렇게 하나씩 본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재미를 느꼈다. 당연히 그 속에서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했지만 점점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지금의 강소휘가 됐다”라고 말을 이었다.


스승의 진심, 제자를 꽃피우다

차상현 감독은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강소휘의 성장을 지켜봤다. 차 감독은 만족보단 걱정을 우선했다. “아직도 많이 어린 선수다. 팀 성적이 좋으면서 관심이 커졌다. 칭찬해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GS칼텍스가 무너지길 바라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그게 염려스럽다.” 차 감독은 제자 강소휘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뒤이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띄워주는 주위 시선을 적당히만 즐겨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그래야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의 관심이 언제 비난으로 바뀌어 돌아올지 모른다. 그런 것까지도 이겨내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뛰어난 사람에겐 훌륭한 스승이 있는 법이다. 이는 당연히 스포츠 세계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평범했던 선수가 좋은 지도자를 만나 재능을 꽃피우는 경우도,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소심했던 강소휘는 프로 입단 후 서서히 변화해 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 ‘베스트7’이라는 목표를 당당히 꺼낼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GS칼텍스 한 축을 담당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제자를 위해 진심을 다한 스승 차상현 감독이 있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홍기웅, 박상혁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