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선수권] 숙제 확인한 한국, ‘기대 이상’ 일본…아시아선수권 막 내려
- 국제대회 / 서영욱 / 2019-08-25 23:41:00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한국은 숙제를, 다른 아시아 강호들도 나름의 성과를 가지고 아시아선수권을 마쳤다.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이하 아시아선수권)이 25일 일본과 태국의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아시아 여자배구 4강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일본, 한국과 태국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네 팀 모두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역대 최초로 홈에서 아시아선수권을 치르면서 첫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도전했다. 가능성도 충분했다. 홈 이점에 더해 경쟁 상대 중 중국과 일본은 대표팀 1진을 내보내지 않았다. 중국은 최정예 선수들을 이번 대회에서 모두 제외했고 일본도 20세이하대표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태국이 정예 멤버를 데려왔고 최근 한국 상대로 성적이 좋았지만 태국만 잡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3위 결정전에서 중국을 꺾고 3위를 차지해 메달권에는 들었지만 원래 목표인 우승은 실패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1-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이 20세이하대표팀 선수들이 주축이었다는 점, 4세트 먼저 20점 고지에 도달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등, 20점 이후 마무리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점에서 3위로 마쳤음에도 성과보다는 숙제를 논하게 됐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 러시아전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한국은 3세트 22-17까지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에 실패해 세트를 내주고 5세트까지 간 끝에 패했다. 일본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나왔고 태국과 8강전에서도 이기긴 했지만 20점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좌우 공격이 확실히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꾸준히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오는 김희진은 중국과 3위 결정전에서 블로킹과 서브 각각 3개씩 기록하는 등 19점으로 활약했지만 이런 활약이 대회 내내 꾸준하지 못했다.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는 9점에 그치며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 김희진이 득점 균형을 맞추지 못하며 20점 이후 공격 루트가 단조로워졌고 상대가 막기에도 수월했다. 다만 한국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터가 다시 바뀌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공격 옵션을 원활히 소화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한국은 다음 국제무대까지 세터와 공격수 호흡을 더 끌어올림과 동시에 아포짓 스파이커의 꾸준한 득점 지원을 만들어야 하나는 숙제를 재확인했다.
우승팀 일본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대회를 앞두고 일본 아이하라 노보루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는 유니버시아드와 20세이하대표팀 선수가 많다. 이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서 더 높은 레벨에 오르게 하는 게 이번 아시아선수권 목표이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을 쌓는 것을 넘어 우승까지 차지했다.
일본은 20세이하대표팀 주전 선수들이 성인 선수들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게 고무적이다. 대회 MVP를 차지한 이시카와 마유와 각각 대회 최우수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에 선정된 소가 하루나와 야마다 니치카는 세계20세이하선수권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주전으로 나왔다. 여기에 히라야마 시온, 미즈스기 레나까지 이번 아시아선수권 주전 일곱 명 중 다섯 명이 20세이하대표팀 선수들이었다. 일본은 앞으로를 더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태국은 아시아선수권 2회 연속 결승 진출, 4회 연속 3위 이내를 기록해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눗사라 똠콤의 지휘 아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선수들의 패턴 플레이는 이번에도 위력적이었다. 탄탄한 수비도 여전했다. 중국을 꺾고 결승전에 올랐지만 2회 연속 결승전에서 일본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는 게 아쉬움이었다. 태국은 최근 대표팀 측면 한 자리를 확실히 채워주던 아차라폰 콩욧의 부재가 떠올랐을 경기였다.
중국은 준결승에 오르며 쥬앙 바오 감독이 대회 전 밝힌 준결승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8강에서 일본을 꺾고 준결승과 3위 결정전에서 각각 태국, 한국에 패한 건 정예 멤버가 빠졌다고 해도 중국에 만족스러울 결과는 아니다. 매 경기 주 공격수로 활약할 리우옌한과 대회 최우수 미들블로커에 뽑힌 양한유, 쩡이신 등 성인 대표팀에서 주축 선수들의 뒤를 받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는 게 중국의 또 다른 수확이었다.
한편 이번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기존 아시아 4강과 나머지 팀의 격차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과 태국은 서로 경기할 때를 제외하면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했다. 실제로 아시아 4강은 서로와의 경기 외에 내준 단 한 세트만 내주고 나머지 경기에서 모두 3-0으로 승리했다. 이러한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잠실/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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