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KE포커스] 신영석 넘는 미들블로커는 언제쯤 나올까
- 국제대회 / 이광준 / 2019-08-14 02:46:00
신영석이 귀국현장에서 던진 한마디 “나보다 나은 후배 나와야”


사진_이광준, 유용우 기자, FIVB 제공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한국남자배구대표팀 주장 신영석(33, 현대캐피탈)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다. 블로킹, 속공은 물론이고 서브에도 강점이 있다. 뛰어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전천후 미들블로커로 소속팀 현대캐피탈은 물론 대표팀 중앙까지 지키고 있다.
그런 신영석이 대륙간 예선전을 마치고 고민거리를 꺼냈다. 그는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입국장에서 “(나보다)더 나은 후배 미들블로커들이 나와야 한다”라고 심중에 뒀던 말을 꺼냈다.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지난 12일 끝난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임도헌 대표팀 감독은 이날 귀국현장 인터뷰에서 “오는 9월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신해 젊은 선수들과 함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박철우, 한선수 등을 대신해 어린 선수들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대표팀내 대체 불가한 신영석의 존재감
그러나 신영석은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출전해야할 처지다. 신영석은 박철우, 한선수보다 한 살 어린 선수다. 나이로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신영석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속속 등장해 세대교체에 한창이다. 세터는 황택의가, 리베로는 정민수와 더불어 이번 대륙간예선전에서 이상욱이 주목을 받았다. 날개 공격수는 허수봉, 임동혁 등 20대 초반 장신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들블로커 중에는 눈에 띄는 신진급 선수들이 없다. 신영석과 함께 뛰고 있는 김재휘(26) 정도를 제외하면 대표팀 중앙을 믿고 맡길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신영석은 이런 점을 걱정했다. 그는 “내 밑 세대 미들블로커들이 더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좋은 미들블로커 유망주가)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다른 포지션은 꾸준히 있는데 미들블로커는 별로 없다.”
이어 “예전에는 국가대표팀에 한두 명씩은 포지션 별로 대학생 선수들을 데리고 다녔다. 나 역시 대학생 때 그랬다. 지금은 없는 것 같다. 김재휘가 잘 해주고 있지만 그 아래 더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신영석이 던진 걱정은 한국 남자배구를 관통하는 문제다. 한국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대 중앙공격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주 곤욕을 겪었다.
미들블로커의 기본은 신장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운동능력도 필수다. 그러나 최근 신인 선수들 중에 신장과 운동능력을 고루 갖춘 미들블로커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봉우, 하현용 등 30대 이상인 베테랑 미들블로커들이 여전히 각광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사진: 한양대 1학년 미들블로커 양희준
미들블로커 유망주, 대표급 성장에는 시간 필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학, 고교 선수들 중에는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한양대 1학년 양희준(202cm), 경북사대부고 3학년 배하준(199cm) 등 신장이 좋은 유망주들이 각종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성인대표팀에 오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남자배구에서 미들블로커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본적인 블로커 능력에서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공격에서도 비중이 높다. 뿐만 아니라 미들블로커는 서브, 이단연결 등 다양한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 유소년 배구에서는 아직까지 ‘키 크면 미들블로커’라는 인식이 있다. 보다 다양한 훈련을 받으며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하나의 포지션에 고정돼 훈련을 받는 것이다. 그런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 아래 하나씩 배우며 성장해야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대표팀 주장이자 현역 최고 미들블로커인 신영석의 고민은 이런 점과 맞닿아 있었다. 정말 좋은 미들블로커 유망주가 나오기 위해서는 키 큰 선수만 찾아선 안 된다. 모든 선수를 고루 훈련시키고, 그 가운데 키 큰 선수가 나오길 바라야 한다.
사진_이광준, 유용우 기자, FIV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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