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아웃] 7명의 외국인 선수, 빠르게 보는 팀과의 궁합은?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19-05-11 00:24:00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2019~2020시즌 V-리그 남자부를 수놓을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정해졌다.
10일 오전(이하 한국기준) 캐나다 토론토 첼시 호텔에서 2019 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드래프트가 열렸다. 드래프트 결과 V-리그를 경험한 경력자 4명, 새로운 얼굴 3명이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뛰게 됐다. 7개 구단 모두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다고 평가한 현장의 목소리였다.

트라이아웃 신청자 명단이 공개됐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끈 가빈(207cm, 33세, 캐나다)은 예상대로 1순위로 한국전력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가빈을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팀을 구할 적임자로 판단하고 주장직도 맡길 계획이라고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밝혔다.
2018~2019시즌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른 한국전력은 접전 상황마다 확실하게 한방을 해줄 공격수 부재에 울어야 했다. 수비에서 끈끈한 모습을 보여줘도 마무리가 되지 않아 경기를 내줬다. 서재덕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포지션을 바꾼 이후 분전했지만 외국인 선수가 보여주는 한방과는 차이가 있었다.
삼성화재에서 3연패를 이끌 당시 가빈을 떠올리면 한국전력은 약점을 메워줄 적임자를 찾은 셈이다. 가빈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V-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97경기를 소화해 통산 3,061점을 올렸다. 높은 타점과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오픈 공격은 가빈 최대 강점이었다. 높은 공격 점유율을 플레이오프까지 소화할 정도로 체력도 좋았다.
관건은 30대에 접어든 가빈이 이전처럼 높은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마지막까지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주포 역할을 한 서재덕이 입대해 공격에서 가장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빠졌다. 지난 시즌 막판 살아났던 최홍석이 있지만 가빈이 상당한 점유율을 도맡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가빈은 지난 시즌 뛰었던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도 주 공격수 역할을 무난히 소화했다. 올림피아코스 소속으로 나선 CEV(유럽배구연맹) 컵에서도 8경기에서 125점을 기록해 팀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다만 V-리그와 유럽의 선수간 공격 점유율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2013~2014시즌부터 2015~2016시즌(부상으로 시즌 중 교체됐다) 대한항공에서 뛴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산체스(205cm, 33세, 쿠바)는 현장에서 보여준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3월 27일 시즌이 끝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첫날부터 가빈, 아가메즈와 함께 좋은 평가를 받았고 3순위로 KB손해보험에 지명됐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지명 이후 브라질 리그에서 뛸 당시 모습은 대한항공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1순위가 걸렸더라도 산체스를 고민했을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산체스를 높게 평가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5~6라운드 12경기에서 9승 3패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로 시즌을 마쳤다. 김정호가 주전 윙스파이커 도약 이후 좋은 활약을 펼친 것과 함께 4라운드를 기점으로 주 공격수 역할을 확실히 해준 펠리페의 존재감도 컸다. 다음 시즌에는 펠리페 자리에 산체스가 들어오는 셈이다.
권순찬 감독은 김학민 영입 당시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올려줄 선수의 존재를 지난 시즌 아쉬웠던 점으로 꼽았다. 산체스가 권순찬 감독의 평가처럼 대한항공 시절에 버금가는 타점을 보여준다면 지난 시즌 고민을 확실히 해결해 줄 수 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라는 점도 권순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포짓 스파이커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서 김학민은 윙스파이커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도 커졌다. 권순찬 감독은 김학민이 좌우 모두 소화 가능한 자원으로 평가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먼저 계약을 확정한 아가메즈(207cm, 34세, 콜롬비아)는 지난 시즌 V-리그로 돌아와 클래스는 여전하다는 걸 보여줬다. 아가메즈는 6라운드 부상으로 다섯 경기를 결장했음에도 총 873점으로 득점 2위에 올랐다. 1위 타이스와는 6점 차이에 불과했다. 공격 성공률도 55.3%로 2위였다. 강력한 서브와 하이볼 처리 능력, 높은 공격 점유율 소화까지 외국인 선수에게 바라는 점을 모두 충족했다.
우리카드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선수단에 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호흡에서는 문제가 될 게 없다. 관건은 부상이다. 아가메즈는 6라운드 첫 경기에서 왼쪽 내복사근 파열로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 결장했다. 플레이오프에 복귀했지만 부상 이전에 보여준 활약에는 크게 못 미쳤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역시 재계약 이후 다음 시즌 체력 훈련을 위해 필라테스부터 코어 근육 운동까지 단계별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나경복과 한성정, 황경민 등 젊은 윙스파이커들이 공격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신청 당시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덕분에 기회를 받은 요스바니(200cm, 28세, 쿠바)는 돌고 돌아 현대캐피탈로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7순위를 받은 최태웅 감독은 요스바니가 현실적으로 고려한 최우선 순위 선수였으며 결과에 만족한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요스바니 역시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뛰어난 탄력과 힘을 바탕으로 하이볼 처리 능력도 준수했고 득점 3위(835점), 서브 2위(세트당 0.764개), 공격 성공률 4위(54.54%)에 오르는 등, 공격 여러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상대에게 서브로 집중 공략당했고 공격과 리시브에서 모두 많은 짐을 진 탓에 후반으로 갈수록 특히 서브 범실이 늘어났고 공격 효율이 떨어졌다. 6라운드에는 어깨 부상으로 마지막 세 경기에 결장했다.
현대캐피탈에서는 OK저축은행 시절만큼 공수에서 많은 짐을 질 필요는 없다. 리시브에서는 전광인과 여오현이 받쳐주고 공격에서도 문성민, 전광인, 신영석 등 옵션이 다양하다. 지난 시즌처럼 후반기 효율 저하를 격을 가능성은 작아졌다.
요스바니 역시 관건은 몸 상태이다. 요스바니는 메디컬 테스트에서 어깨가 80% 이상 손상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최태웅 감독은 이탈리아 쪽 의사와 연락한 바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이 가질 수 있는 가벼운 부상이라고 들었고 심각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는 5개월가량 남은 만큼, 몸 상태를 정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어깨 부상에서 자유롭다면 지난 시즌보다 꾸준히 활약하는 요스바니를 볼 수도 있다.
2순위로 OK저축은행의 선택을 받으며 새 얼굴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레오 안드리치(203cm, 25세, 크로아티아)는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평가가 좋았던 선수다. 강한 힘과 서브가 강점이었고 높은 타점도 인상적이었으며 기본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보여준 모습과 새로운 얼굴과 시작해보겠다는 뜻에 따라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은 산체스를 제치고 안드리치를 선택했다.
안드리치는 지난 시즌 중국 광동과 터키 아프욘 BLD 윤타슈에서 뛰었다. 광동에서는 11경기에서 178점, 아프욘에서는 정규시즌 10경기서 232점, 승강전 여섯 경기에서 118점으로 총 350점을 기록했다. 두 리그에서 활약 모두 나쁘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윙스파이커인 요스바니로 시즌을 치르면서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국내 선수인 조재성과 김요한으로 채웠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보여준 공격력은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첫 풀타임 주전으로 나선 조재성은 나쁘진 않았지만 기복이 있었다. 김요한도 예전 명성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공격에서 요스바니 짐을 확실히 덜어주지 못한 데에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포짓 스파이커 무게감의 영향도 컸다. 이에 석진욱 감독도 이번 트라이아웃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를 우선순위로 뒀다.
안드리치가 지난 시즌 중국과 터키에서 보여준 공격력을 V-리그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면 안드리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따. 특히 타점이 높다는 점은 V-리그에서 살아남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리그 적응 문제와 높은 공격 점유율 속에서 얼마나 체력이 버텨줄지는 역시 변수로 남아있다. 안드리치의 공격에서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난 시즌 부진했던 송명근의 부활이 절실하다.
대한항공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신장이 192cm에 불과한 안드레스 비예나(26세, 스페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비예나 역시 트라이아웃 현장 평가가 좋은 선수였다. 신장은 작지만 배구 이해도가 가장 높은 선수로 꼽혔다. 공격과 서브에서 모두 테크닉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비예나를 선택하면서 지난 시즌보다 더 빠른 배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작은 신장 탓에 하이볼 처리에는 약점을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스피드로 만회하겠다고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팀 색깔이 어느 정도 명확해지면서 다음 시즌 대한항공은 강점과 약점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국내 선수 중 수위급 공격력을 자랑하는 정지석과 3옵션으로 준수한 곽승석과 함께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오픈 공격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오픈 공격 부문에서는 4위(43.14%)에 머물렀다.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비예나는 2018~2019시즌 스페인 리그 CV 테루엘 소속으로 팀 우승을 이끌며 파이널 MVP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은 확실한 선수이다. 하지만 높은 타점과 힘을 바탕으로 하이볼 처리능력이 우수한 선수를 선호하는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렌드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선수이기에 의문이 남는 부분도 있다. 오픈 공격에서 오는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여러 선수의 활발한 공격이 필수이고, 여기에는 비예나만큼이나 지난 시즌 MVP 정지석의 활약이 중요하다.
삼성화재는 이번에도 젊고 큰 신장과 점프력을 바탕으로 높은 타점을 갖춘 공격수를 선택했다. 삼성화재가 그간 보여준 외국인 선수 선호를 이어간 셈이다. 삼성화재가 선택한 조셉 노먼(206cm, 25세, 미국)은 2017~2018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는 빼어난 신체조건과 탄력, 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공백기 때문인지 기본기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삼성화재가 이전에 영입한 가빈과 레오는 V-리그에 처음 입성할 당시에는 위상이 그렇게까지 높은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에 영입한 노먼은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크다. 2017년까지 대학을 다녔고 프로 경험은 2017~2018시즌 크로아티아 OK 믈라도스트 카슈텔라 시절이 전부다. 당시 유럽 클럽대항전 3부 리그 격인 CEV 챌린지 컵에서 남긴 기록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일곱 세트 총 17점, 공격 성공률 26%(12/47)).
이전과 달리 아포짓 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측면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삼성화재는 박철우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오면서 그간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노먼이 들어오면서 박철우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은 박철우가 발목과 무릎 부상 등으로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노먼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내세우고 박철우를 미들블로커로 활용하거나, 두 선수를 동시에 코트에 내세우고 이전처럼 사실상 2인 리시브를 가동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변수가 크다. 노먼이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얼마나 활약해줄지, 2인 리시브 체제에서 흔들렸던 삼성화재 리시브 라인이 버텨낼지가 관건이다. 당면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는 삼성화재다.
사진=토론토/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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