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선언'한 이선규 “좋게 기억될 때 떠나고 싶었다”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19-05-03 14:34:00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좋은 모습이 아직 남아있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V-리그가 출범하기 전인 2003년부터 프로 선수로 활동하던 KB손해보험 이선규가 3일 구단을 통해 전격 은퇴를 알렸다. 이선규는 V-리그 기준 통산 1,056블로킹으로 역대 블로킹 부문 1위로 커리어를 마쳤다. V-리그 남자부에서 1,000블로킹 이상 기록한 선수도 이선규가 유일하다. 출전 경기 수(467경기)와 총 득점(3,255점)에서도 역대 2위, 8위에 올랐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소속으로 각각 2회, 1회 우승을 차지했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더스파이크>는 3일 이선규가 은퇴 발표를 한 직후 전화통화를 통해 은퇴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선규는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은퇴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많은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그때는 조금 실감이 났다. 그동안 배구하면서 힘든 점,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커리어에서 큰 부상 없이 어느 정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때 물러나게 돼서 개인적으로 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2018~2019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결정한 계기가 있는지 묻자 이선규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기억될 때 떠나고 싶었다고 답했다. “딱히 지금 은퇴한 계기라고 할 건 없다. 예전부터 배구를 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 때 물러나고 싶었다. 더 시간이 지나서 부상을 입거나 기량이 떨어져서 쓸쓸하게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때마침 구단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박수칠 때’까지는 아니겠지만 쓸쓸한 뒷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 현역 생활을 이어왔지만 선수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언제 은퇴하더라도 떠오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현역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그건 올해 은퇴하든 내년 혹은 내후년에 은퇴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선규가 꼽은 현역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7~2018시즌 1,000블로킹과 관련된 순간이었다. 이선규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대표팀에 선정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한국 남자대표팀은 2002년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결승전에 오르기 전까지 남자 대표팀이 마지막으로 아시안게임 결승에 오른 순간이기도 했다.

이어 이선규는 1,000블로킹 달성 순간을 돌아봤다. 이선규는 2018년 2월 11일 삼성화재전에서 V-리그 남자부 최초로 1,000블로킹을 달성했다. 그는 달성 순간만큼이나 이어지는 홈경기에서 열렸던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당시 KB손해보험은 이선규가 1,000블로킹을 달성한 다음 열린 2018년 2월 18일 홈경기에서 ‘이선규 데이’ 행사를 열었다. 1,000블로킹 기념 티셔츠를 선착순 1,000명에게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선규는 당시를 돌아보며 “그때 기억이 많이 난다. 기념 티셔츠도 팬들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경기도 이겼다(당시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에 3-0으로 승리했다. 이선규는 블로킹 2개 포함 11점을 올렸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이선규는 KB손해보험 유소년 육성 담당 및 스카우트로 활약할 예정이다. 앞으로 있을 새로운 활동에 대해 그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일이고, 어떻게 보면 그간 해왔던 배구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일단 이전에 해오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하는 만큼, 예전에 처음 배구를 배울 때처럼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잘 배우겠다”라며 “유소년 배구 저변확대와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선규는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대캐피탈을 시작으로 삼성화재, KB손해보험에 머물렀다. 여러 팀 팬들이 너무 잘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전함과 동시에 “마지막에 머물렀던 KB손해보험 팬들에게는 내가 있던 세 시즌 동안 봄 배구를 이끌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있다”라며 이루지 못한 목표에 대한 아쉬움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선규는 끝으로 “선수로서 하지 못했던 걸 다른 방면에서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어질 배구 인생을 향한 마음가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더스파이크_DB(박상혁,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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