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천안/이광준 기자] 천덕꾸러기 이승원이 마침내 포스트시즌에서 날았다. 최태웅 감독은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3-1로 이겼다. 이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시리즈를 3승으로 마무리하며 감격의 V4를 달성했다.

팀 주전 세터 이승원은 포스트시즌 들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정규시즌까지만 해도 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이승원이다. 그렇기에 이승원의 활약은 더욱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FA시장에서 전광인을 영입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출혈도 있었다. 스피드배구 중심에서 팀을 이끌던 세터 노재욱을 보상선수로 내줘야 했다.

이는 생각보다 뼈아팠다. 현대캐피탈은 기존 백업 세터였던 이승원과 신인 이원중으로 시즌나기를 시작했다. 비시즌 좋은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승원은 막상 돌입한 시즌에서는 불안함을 보였다. 신인 이원중이 팀을 이끄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동안 늘 세터 불안 문제에 시달렸다. 전광인-여오현 팀에 정상급 리시버 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터 안정감이 떨어진 건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현역 시절 최고 세터로 활약했던 최태웅 감독은 정규시즌 작전타임 대부분을 이승원에게 할애했다.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지적하면서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좀처럼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정규시즌 내내 “훈련할 때 이승원은 정말 좋은 선수다”라고 말했다. 유독 실전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에 최태웅 감독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랬던 이승원이 포스트시즌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분배는 물론이고 컨트롤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2차전, 우리카드와 경기를 기점으로 경기력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주변 모든 이들의 기다림에 마침내 응답한 이승원이었다.

스스로 자신감도 찾았다. 이 자신감은 플레이로 드러났다. 날개와 속공을 오가는 과감한 운영은 대한항공 블로커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몸을 아끼지 않는 플라잉 디그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천덕꾸러기’ 이승원은 그렇게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비로소 날아올랐다.

최태웅 감독은 “정규시즌 때 못했던 아쉬움을 본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이 포스트시즌 와서 (이승원을) 달라지게 한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열린 방송 인터뷰.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에 고마움을 표하던 중 이승원을 떠올리며 한없이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정말 도와주고 싶은데,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이)승원이가 가장 고맙다”라는 말과 함께였다.

사진_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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