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결산] 4개 주제로 돌아보는 2018~2019 정규리그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19-03-12 00:22:00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2018~2019 도드람 V-리그가 지난 2018년 10월 13일 남자부 개막전을 시작으로 5개월 대장정 끝에 정규리그를 마쳤다. 남녀부 모두 전에 없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며 많은 배구 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플레이오프는 3월 15일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마지막 열전을 펼친다. 플레이오프에 앞서 치열했던 정규리그 순위 경쟁을 네 가지 주제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2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인천 연고 두 팀의 정규리그 동반 우승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인천을 홈으로 쓰는 두 팀,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각각 남녀부 우승 후보로 꼽혔다. 2017~2018시즌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해 전광인, 파다르를 영입한 현대캐피탈과 함께 2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흥국생명은 2017~2018시즌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김세영과 김미연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하고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이주아를 지명하며 순식간에 전력을 끌어올려 1위 후보로 언급됐다.
두 팀은 그 기대에 걸맞은 행보를 보였다. 대한항공은 비시즌 주전 선수 다수가 긴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해 체력 문제가 초반부터 대두됐다. 하지만 한선수가 중심을 잡는 가운데 V-리그 최고의 공수 겸장 듀오인 정지석, 곽승석이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정지석은 득점, 공격 성공률, 서브, 블로킹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해 가스파리니가 지난 시즌만큼 활약을 못 보이는 와중에 사실상 주 공격수로 팀을 이끌었다. 지난 1월 4일 삼성화재전에는 커리어 첫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위기도 있었다. 4라운드를 3승 3패로 마치며 현대캐피탈에 1위를 내줬다. 신영석이 빠진 현대캐피탈에 5라운드 맞대결도 패하며 승점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5라운드 네 번째 경기인 우리카드전 승리를 시작으로 8연승을 달리며 1위를 확정했다. 특히 6라운드 첫 번째 경기였던 현대캐피탈전을 3-0으로 잡아내며 1위 가능성을 크게 올렸다.
흥국생명은 전력 보강 효과를 확실히 누리며 치고 올라갔다. 지난 시즌 블로킹 부문 최하위(세트당 1.706개)였지만 김세영과 미들블로커 출신 외국인 선수 톰시아의 가세로 올 시즌 1위로 올라왔다(세트당 2.297개). 전위에서 높이 압박이 생기자 후방에서 수비를 담당하는 김해란의 부담도 줄었다. 김미연 합류는 특히 리시브에서 이재영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김미연이 이재영과 비슷한 양의 리시브를 소화하며 이재영은 지난 시즌보다 리시브 시도 횟수가 크게 줄었다(1052회→638회/김미연 647회). 이주아도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김세영과 다른 스타일의 미들블로커로 팀에 기여했다.
흥국생명은 3라운드 종료 시점에 1위를 지켰고 이후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1위 자리를 다른 팀에 허용하지 않았다. 4라운드 3승 2패에 이어 5, 6라운드는 모두 4승 1패로 마치며 매 라운드 가장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었다.
2016~2017시즌에 이어 두 팀은 다시 한번 정규리그 동반 우승을 달성했다. 이제는 당시 실패한 통합우승에 다시 도전한다. 남녀부 모두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통합우승은 14번 중 6번에 그쳤다. 같은 체육관을 쓰는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함께 우승한 경우는 역대 다섯 번이 있었고 가장 최근은 2011~2012시즌 대전충무체육관을 홈으로 쓴 삼성화재와 KGC인삼공사였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2년 전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을까.
#마침내 찾아온 ‘장충의 봄’
서울은 배구 연고지로서는 변방이었다. 2013~2014시즌 GS칼텍스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이후 장충체육관에서는 봄 배구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부로 드디어 이 아픈 역사가 막을 내렸다. 장충체육관을 홈으로 쓰는 남녀부 두 팀, GS칼텍스와 우리카드가 모두 돌풍을 일으키며 동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2013~2014시즌 이후, 우리카드는 2008년 전신 우리캐피탈로 창단한 이후 첫 번째 플레이오프다.
항상 가능성은 있었지만 2%가 아쉬웠던 GS칼텍스, 봄 배구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었던 우리카드가 상위권에 올라오며 V-리그는 새로운 대결 구도를 맞이했다. 특히 우리카드는 그간 현대캐피탈-대한항공-삼성화재 위주로 돌아가던 플레이오프권에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선보였다.
먼저 포문을 연 건 GS칼텍스였다. GS칼텍스는 2라운드까지 8승 2패로 마치며 1위를 질주했다. 이소영이 공수 양면에서 확실한 에이스로 성장했고 알리는 기복은 있었지만 폭발력이 있었다. 여기에 강소휘, 표승주까지 버티는 측면 자원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주전 세터 이고은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입었음에도 안혜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잘되는 집’의 전형을 보여줬다.
1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2승 4패로 쉽지 않아 보이던 우리카드는 2라운드 초반 노재욱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반전 드라마를 썼다. 기존 아가메즈에 노재욱 합류로 나경복, 한성정 등 윙스파이커 공격력도 살아났고 김시훈과 합을 맞추는 속공 위력도 올라갔다. 우리카드는 2라운드 4승 2패로 상승세를 탔고 4라운드 종료 시점에 마침내 3위로 올라섰다.
우리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굳건히 지키던 선두 경쟁에도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1월 12일 한국전력전부터 2월 2일 KB손해보험전까지 다섯 경기 연속 3-0 승리를 챙기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대한항공에 패해 연승 행진은 끊겼지만 다시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를 잡고 5라운드 종료 시점에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비록 6라운드 첫 경기에서 아가메즈가 부상을 입고 결장하며 선두 경쟁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넉넉한 승점 차이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봄 배구를 확정했다.
초반 돌풍을 일으킨 GS칼텍스는 시즌 막판 위기를 겪었다. 5라운드에 1승 4패에 그치며 어떻게든 유지하던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3위에서도 밀려났다. 매 경기 순위가 바뀌는 혈투를 펼치던 GS칼텍스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승점 2점을 추가했다면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1점 추가에 그치며 마지막까지 다른 팀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자칫 역전당할 뻔했던 GS칼텍스는 3위 경쟁팀이던 IBK기업은행이 KGC인삼공사에 패하며 플레이오프를 확정했다.
서울 연고 두 팀이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올리자 팬들도 응답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1월 17일 KB손해보험전에서 4,010명의 관중이 찾아오는 등, 3경기 연속 만원 관중이 찾아왔다. GS칼텍스 역시 1월 26일 IBK기업은행전에 4,026명에 달하는 관중이 찾아와 열기를 실감케 했다. 정규리그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을 불러모으며 두 팀은 성적만 받쳐준다면 언제든 팬들은 응답한다는 걸 입증했다.
#장기레이스는 언제나 부상 조심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정규리그에서는 언제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부상이 없다면 가장 좋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올 시즌 역시 부상 변수가 초반부터 나오며 순위 싸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시즌 초 부상 변수에 흔들린 건 한국도로공사였다. 배유나가 1라운드 초반 결장했고 이바나도 어깨가 좋지 않아 지난 시즌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정아가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쉽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2라운드까지 5위에 머물며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플레이오프 진출 자체를 걱정하기도 했다.
1라운드 4승 1패로 1위까지 올랐던 KGC인삼공사는 알레나 장기 부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KGC인삼공사는 2라운드 4연패 이후 2018년 11월 29일 현대건설전에서 승리해 연패는 끊었지만 당시 알레나가 2세트 초반 발목 부상을 당했다. 알레나는 1월 16일 열린 흥국생명과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야 복귀했지만, 이미 KGC인삼공사는 9연패에 빠져 일찌감치 봄 배구와는 멀어진 상태였다. KGC인삼공사는 알레나 복귀 이후에도 좀처럼 연패를 끊지 못하다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꺾고 19연패에서 탈출했다.
GS칼텍스도 시즌 중반 부상으로 고생했다. 시즌 전에 있었던 이고은 부상은 안혜진의 급부상으로 잘 메웠지만 문명화와 강소휘가 부상을 입으며 흔들렸다. 문명화는 정강이 피로골절로 3라운드 초반 이후 결장해 5라운드에서야 복귀했다. 강소휘는 경기에는 출전했지만 무릎과 복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여기에 부상은 아니지만 나현정도 팀을 떠나면서 GS칼텍스는 3라운드 2승 3패로 주춤하며 1위에서 밀려났다.
남자부에서는 한국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사이먼이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교체됐고 아텀을 영입했지만 복부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아텀은 1라운드 세 경기, 부상 복귀 이후 2라운드 두 경기만을 뛴 채 V-리그를 떠나야만 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른 한국전력은 올 시즌 4승 32패에 그치며 외국인 선수가 없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KB손해보험도 시즌 첫 경기부터 부상 악령에 울어야 했다. 주전 세터 황택의와 백업 세터 양준식이 첫 경기에 모두 부상을 입는 악재를 겪었다. 알렉스도 복부 부상으로 한 경기만을 치르고 한국을 떠났다. 황택의가 2라운드 복귀했지만 외국인 선수를 윙스파이커에서 아포짓 스파이커인 펠리페로 바꾸면서 팀 전체적인 전술 변화가 불가피했고 KB손해보험은 시행착오 속에 대부분 시간을 6위에 머물렀다.
시즌 막판에는 부상이 선두권 경쟁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4라운드 종료 시점에 1위에 있던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신영석이 부상을 입으며 위기를 겪었다. 강점이었던 중앙이 오히려 약점으로 떠오르며 5라운드 3승 3패에 그쳤고 6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패하며 1위에서 밀려났다.
5라운드까지만 해도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 승점 동률을 이루며 내심 1위까지 노리던 우리카드도 6라운드 부상에 울었다. 아가메즈가 6라운드 첫 경기에서 왼쪽 내복사근 부상을 입어 6라운드를 통째로 결장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그 경기 포함 5연패에 빠지며 선두 경쟁에서 아예 밀려났다. 6라운드 첫 승도 후보 선수들이 나온 현대캐피탈전에서야 거둘 수 있었다. 다행히 5라운드까지 벌어둔 승점으로 플레이오프는 조기에 확정했다.
#세터에 울고 웃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배구에서 세터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 시즌 역시 세터는 순위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했다.
올 시즌 세터와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 팀은 아마 현대캐피탈일 것이다. 스피드 배구 중심이었던 노재욱이 전광인 보상선수로 팀을 떠나면서 새 주전 세터와 시스템을 맞이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주전 세터로 올라선 이승원은 시즌 초 부상으로 3주가량 빠지는 등 순탄치 않았다. 비시즌 본인 부상과 주전들의 국가대표 차출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상황, 조금씩 호흡이 맞아가던 상황에 나온 부상은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승원의 시즌 초 부상과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현대캐피탈은 좋은 성적에도 세터 불안에 시즌 내내 노출되어야 했다.
현대캐피탈은 이승원 대신 신인 이원중을 내보내기도 했지만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다시 이승원에게 믿음을 보냈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서 다행인 건 이승원이 신영석이 6라운드 복귀한 이후 비로소 기대하던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파다르와 호흡도 시즌 막바지에 더 맞아가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노재욱의 최종 목적지가 된 우리카드는 노재욱과 함께 상승세를 탔다. 노재욱이 합류하고 출전 시간을 늘린 2라운드에 4승 2패를 기록하며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노재욱 합류로 나경복, 한성정, 황경민 등 윙스파이커 공격력이 살아났고 속공 위력도 올라갔다. 유광우와 달리 신장도 좋은 덕분에 세터가 전위로 올라왔을 때 블로킹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아가메즈 위력에 다른 공격 옵션이 살아나면서 우리카드는 선두권 경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여자부도 세터에 희비가 엇갈린 경우가 있었다. GS칼텍스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혼선을 겪었다. GS칼텍스는 애초 주전 세터로 내정된 이고은이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입으며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을 겪으리라 예상됐다. 하지만 안혜진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며 GS칼텍스 초반 돌풍을 이끌었다. 특히 GS칼텍스 강점이었던 강서브 라인에 위력을 더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고은이 복귀한 이후, 두 선수가 출전시간을 나눠 가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고은이 이전 기량을 완벽하게 찾지 못한 가운데 출전 시간이 줄어든 안혜진도 페이스가 떨어졌다. 다행히 6라운드 들어 이고은이 살아나고 GS칼텍스도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 수성에 성공해 GS칼텍스 투 세터 체제는 나쁘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도로공사는 후반기 투 세터 체제를 극대화해 연승을 달렸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효희 뒤를 받쳐줄 이원정이 기대만큼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이효희 부담이 늘어났다. 하지만 5라운드 첫 경기였던 1월 30일 현대건설전부터 이원정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바로 이어진 2월 2일 GS칼텍스전에는 경기 대부분을 혼자 소화한 이원정은 이후 출전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났고 5~6라운드 통틀어 이효희보다 많은 세트를 소화했다(이원정 35세트, 이효희 21세트).
이원정 합류는 팀에 새로운 플레이스타일을 안겨줬다. 이효희는 배유나-정대영 등 미들블로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세트 플레이에 강점이 있었고 이원정은 측면으로 보내주는 세트에 강점이 있었다. 이원정의 늘어난 출전시간만큼 박정아, 파튜도 살아나며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었다.
이처럼 세터는 언제나 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만큼, 올 시즌도 어김없이 특수 포지션다운 중요성을 뽐내며 순위 경쟁 깊숙이 관여했다.
사진/ 더스파이크_DB(문복주, 박상혁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