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의 패배, 한국전력을 단단하게 만들다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03-03 2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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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외국인선수 없이 한 시즌을 치른 한국전력. 그 속에서 국내 선수들은 진일보했다.


한국전력은 3일 홈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V-리그 2018~2019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1-3으로 패했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홈 마지막경기를 기념해 2,513명 관중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 12월 25일, 4,106명이 들어온 후 모처럼 2,000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해 한국전력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많은 관중 앞에서 ‘유종의 미’를 위해 분투한 한국전력. 그러나 대한항공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하며 아쉬운 결과를 맞았다. 이제 한국전력은 올 시즌 마지막 한 경기, 8일 OK저축은행과 원정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외국인선수가 부재한 와중에도 투지 넘치는 경기를 선보여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것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4승 31패 승점 19점. 아쉬움이 큰 성적표다. 승리보다 몇 배 이상 많은 패배. 그리고 다른 팀과 비교해 한없이 작은 야속한 승점. 한국전력은 올 시즌 내내 최하위에서 벗어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모진 상황에서도 한국전력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보다 한 발 더 움직이는 끈질긴 배구로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공격 부분에서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수비는 달랐다. 팀 디그 1위를 비롯해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지표에서 남자부 2위에 올랐다(3일 경기종료 기준).


그 속에서 국내 선수들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년차 주전세터 이호건은 점점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을 이끌었다. 윙스파이커 공재학은 대한항공 시절과 전혀 다른 공수 안정감으로 팀 새 옵션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꾼 이승현은 팀이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시즌 중간 포지션을 바꾸면서까지 팀 승리를 위해 노력했던 주장 서재덕. 트레이드로 한국전력에 온 뒤로 더욱 매서운 경기력을 자랑하게 된 최홍석까지. 힘든 시간은 베테랑 두 선수에게도 발전의 계기가 됐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 놓이도록 해 미안할 따름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또한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 발씩 나아가야 이 경험이 오롯이 선수들 몫이 될 것이다”라고도 덧붙였다.


그 말대로 한국전력 선수들은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외국인선수가 없는 팀이었지만 그 어느 팀도 한국전력을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시련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한 층 더 단단해졌다. 그들은 숱한 패배속에서 그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한국전력이 다음 시즌 어떻게 변모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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