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큰 형’ 김학민이 말하는 백업 생활 “코트밖에서 경기가 더 잘 보인다”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19-02-26 01:37:00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김학민(36)은13년전 대한항공의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그때부터 쭉 대한항공에 몸담아온 원클랩맨이다. 대한항공 에이스로 코트를 호령했던 김학민이 지금은 백업선수로 역할이 바뀌었지만 코트에 나설 때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대한항공이 KB손해보험을 꺾고 6연승을 달린 25일, 김학민은 대한항공을 묵묵히 지켜온 큰 형의 존재감을 뿜어냈다. 물론 이날 승리의 주역은 32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과 함께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한 가스파리니, V-리그 남자부 역대 두 번째로 통산 세트 13,000개를 달성한 한선수라고 해야 맞다. 두 선수외에 4세트 정지석 대신 들어가 종횡무진 활약한 김학민도 눈길을 붙잡았다.
이날 정지석은 6점, 공격 성공률 35.71%에 그쳤다. 범실도 8개에 달했다. 정지석 부진과 함께 대한항공은 3세트 막판 결정적인 오심으로 분위기를 내주고 세트까지 허용했다. 자칫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4세트 정지석을 대신해 소방수로 출격한 김학민이 팀을 이끌었다.
4세트 팀의 첫 공격 득점을 올린 걸 시작으로 김학민은 특유의 체공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으로 한선수의 선택지를 넓혀줬다. 12-9로 격차를 벌리는 서브 득점도 그의 몫이었다. 속공수와 거의 같은 타이밍에 떠서 만들어낸 시간차 공격은 그의 강점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김학민은 10점, 공격 성공률 69.23%를 기록했다. 그중 4세트에만 7점을 올리며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소방수 역할을 확실히 해낸 것이다.
김학민은 경기후 “3세트를 뺏기면서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한)선수가 볼을 많이 줬고 다행히 점수가 많이 나왔다. 경기가 잘 풀리면서 서브도 잘 들어갔고 그 덕분에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역시 김학민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정지석이 조금 흔들렸지만 김학민이 잘 해결해주면서 귀중한 3점을 얻었다”라고 운을 뗀 후 “(김학민은) 언제나 집중해서 연습하는 훌륭한 선수다. 자기 몫을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런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팀에 큰 힘이다”라고 김학민의 존재감을 높이 샀다. 한선수 역시 “(김)학민이 형이 지석이 자리를 잘 메워줬다”라고 치켜세웠다.
웜업존서 경기 시작, 출전 때 마다 존재감 확인
2017~2018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웜업존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날이 더 많지만 백업 선수로서도 김학민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4일 삼성화재전에는 2세트 도중 가스파리니 대신 투입돼 3~5세트 선발로 나오며 16점을 올렸다. 6일 우리카드전에는 팔꿈치 부상을 당한 정지석을 대신해 급한 불을 껐고 바로 이어진 10일 한국전력전에는 모든 세트에 선발로 나와 공격 성공률 59.38%에 21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항공의 든든한 소방수로 활약 중인 김학민. 그는 백업 선수로서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코트 밖에서는 경기가 더 잘 보인다.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 작전 시간에 가서 어떻게 하면 좋겠다거나 안되는 점도 이야기해준다. 교체로 들어갔을 때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더 잘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준비하면서 팀이 안 될 때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백업 선수로서 몸 관리에 대해서는 “연습은 주전 선수들과 똑같이 꾸준히 한다. 6대6 연습을 할 때 내가 더 열심히 해야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며 “우리 팀은 선수층이 워낙 탄탄하다. 그래서 누군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들어갈 때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이걸 생각하며 연습 때도 더 꾸준히 하고 있다”라고 베테랑다운 답변을 남겼다.
김학민은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밀려 3위에 그치던 시절부터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모든 걸 함께했다. 김학민이 느낀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의 차이는 여유와 저력이었다. “선수들이 여유가 생겼다. 3, 4라운드에 침체기가 조금 있었다. 만약 지난 시즌에 우승을 못 했다면 거기서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승 이후 그걸 극복하는 힘이 생긴 것 같다”라며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고 극복하는 게 강팀인데, 우승하면서 그런 점이 좋아졌다.”
탄탄한 주전 선수층에 김학민이라는 든든한 소방수까지 뒤를 받치는 대한항공. 어느덧 열두 번째 시즌을 보내는 베테랑 원클럽맨은 여전히 대한항공을 지키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인천/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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