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없다’ 한국전력,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희망
- 남자프로배구 / 이현지 / 2019-02-11 10:30:00
[더스파이크=이현지 기자] “올 시즌이 끝이 아니니까요.”
한국전력이 지난 10일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세트스코어 0-2에서 2-2로 동점을 만들고, 마지막 5세트에서는 듀스 접전을 펼쳤다. 15-16, 진성태에게 서브에이스를 허용하며 시즌 첫 2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올 시즌 최하위, 한국전력의 승률은 단 1할이다. 서른 경기를 치러 세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을 바라보는 시선은 희망적이다. ‘전력의 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없이 긴 시즌을 치르는 데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서른 경기 중 열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을 치렀다.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3번), 현대캐피탈(2번)과도 끝까지 맞서 싸웠다. 최하위라고 한들, 한국전력을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다.
한국전력의 주장이자 에이스, 서재덕의 투혼은 매 경기 빛을 발한다. 지난해 11월 27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홀로 41득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국내 선수로는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이는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록이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로 한국전력의 유니폼을 입은 최홍석도 서서히 팀에 녹아들며 끈끈한 배구를 선보이고 있다.
공 하나, 점수 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코트를 뛰어다니는 선수들은 한국전력을 디그 1위(세트 당 9.143개)에 올려놓았다. 외국인 선수의 부재로 인한 공격에서의 빈틈을 수비로 메운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의 끈기와 투지에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도 박수를 보냈다. 박기원 감독은 지난 10일 경기를 마친 후 “한국전력은 착실하고 성실한 배구를 한다. 16연패에 빠졌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리그를 치르는 것도 굉장한 힘이다”라며 “한국전력 선수들은 이번 시즌을 통해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다.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모든 팀, 모든 선수의 목표는 ‘우승’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우승으로 향하는 관문인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한다. 6라운드 전승을 거두더라도 불가능하다. 시련 속에서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 다음, 그리고 또 다음, 앞으로 수많은 시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끝이 아니다. 은퇴할 때까지 계속 배구를 해야 한다. 팬들에게 앞으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한 말이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서 빠진 뒤로, 한국전력의 시련은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은 건 열띤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철수 감독은 “이번 시즌 마무리를 잘해서 팬들에게 한국전력이 끈끈하고 집중력 있는 팀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최홍석도 지난 7일 “선수들만큼이나 팬들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마음들을 생각하다 보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하위 한국전력의 끈끈한 배구로 인해 남자부 순위표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전력이 현대캐피탈을 꺾어 선두 수성의 길목을 막았고, 그에 앞선 지난달 18일 OK저축은행에 승점을 내주지 않으며 봄배구 진출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남자부 정규리그 최종 순위를 결정지을 캐스팅보트는 어쩌면 한국전력이 쥐고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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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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