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빛난 박철우와 5,000득점 “나를 위한 훈장 같다”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19-01-01 0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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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비록 팀은 패했지만, 환하게 빛난 박철우였다.

2018년 마지막 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우리카드와 삼성화재 경기는 치열한 3위 경쟁 중인 두 팀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끌었지만, V-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에도 눈길이 쏠렸다. 주인공은 삼성화재 박철우.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4,993득점을 기록 중인 박철우는 V-리그 남자부 역대 최초 5,000득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팀의 주 공격수였던 만큼 달성은 이날 달성될 것은 확실했고, 어느 세트에 달성하느냐가 관건이었다.

1세트부터 6점을 올리며 기록 달성에 1점만을 남긴 박철우는 2세트, 팀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대망의 5,000득점을 달성했다. V-리그 원년부터 14시즌, 통산 380경기 만에 세운 대기록이었다.

대기록을 달성한 이후에도 박철우의 활약은 눈부셨다. 2세트 4점, 공격 성공률 42.86%로 1세트보다 약간 주춤했던 박철우는 타이스가 빠진 3세트,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박철우는 3세트에만 10점으로 올리며 팀에 세트 승리를 안겨줬다. 공격 성공률도 81.82%에 달했다. 4세트에도 멈추지 않았다. 4세트에는 혼자서 11점, 공격 성공률 역시 68.75%를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팀의 추격을 이끌었다. 어려운 볼이 올라와도 처리하는 그의 모습은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충분했다.

이날 박철우는 31점, 공격 성공률 69.05%라는 굉장한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31점은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이었고 공격 성공률 역시 올 시즌 한 경기 최고 기록이었다.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신진식 감독이 “박철우는 자기 몫을 다해줬다”라고 했을 정도로 박철우의 활약은 눈부셨다.

V-리그 남자부 역대 1호 5,000득점의 주인공이었지만 경기 후 그는 마냥 웃지 못했다. 그는 “일단 5,000득점을 달성해 그간 도와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올해 마지막 날이라 곡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승리와 함께했다면 더 기쁜 날이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철우는 “웃긴 게 이런 날 꼭 지더라. 기록이 달려있거나 누구 생일이라거나 하면 꼭 경기가 안 풀린다”라고 웃어 보이며 “오늘도 긴 시즌의 일부이다. 다음 경기가 대한항공전이다. 새해 첫 경기인 만큼 더 집중해서 선수들과 경기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다음 경기를 위한 각오를 일찍부터 다졌다.




하지만 대망의 1호 기록자인 만큼, 소감도 더 들어볼 수 있었다. V-리그 원년 멤버로 어느덧 14번째 시즌을 보내는 박철우는 “3,000득점을 올릴 때만 해도 (5,000득점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몇 년을 더 해야 하나 싶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먹었는데, 그 시간이 쌓아준 기록이고 선물인 것 같다. 나를 위한 훈장 같다”라며 “사실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1호’라는 타이틀은 작은 게 아니다. 그만큼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담담하면서도 책임감에 찬 소감을 이어갔다.

앞으로 박철우가 걷는 길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함께한다. 얼마나 더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냐는 말에 그는 “10,000득점까지는 계산해보니까 앞으로도 12, 13년을 더 해야 한다(웃음). 그런 대기록도 세우면 좋겠지만 기록을 위해서 배구를 하는 건 아니다. 팀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 나가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득점을 따라온다”라고 모범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배구를 하고 싶다. 팀이 필요로 하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할 것이다. 내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는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차지한다. 앞으로 감독님의 선택에 따라 내 포지션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포지션이든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 배구를 하는 그 자체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박철우가 남긴 말에는 ‘주장’다운 진중함과 배구를 향한 진지함이 묻어났다.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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