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내려놓자 빛난 ‘공격수 서재덕’의 가치
-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8-11-09 03:10:00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본래 포지션으로 돌아간 서재덕이 맹공을 펼쳤다. 패배 속에서도 서재덕의 활약은 눈부셨다.
지난 8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대한항공 간 경기는 원정팀 대한항공의 3-2 승리로 끝났다.
7연패. 1라운드 여섯 경기를 모두 진 한국전력은 2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날 한국전력은 ‘서재덕’이란 희망을 봤다.
이날 서재덕은 37득점으로 양 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다. 공격성공률 58.62%, 점유율 48.74%로 여느 외국인선수 못지않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서재덕 화력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은 2세트부터였다. 1세트 서재덕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윙스파이커 포지션으로 출전했다. 리시브를 받은 뒤 공격에 참여했다. 1세트 그는 단 4득점에 그쳤다.
1세트를 내준 뒤 서재덕은 김철수 감독에게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가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김철수 감독은 주저했다. 이전에 서재덕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놓고 팀 훈련을 진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김 감독은 꼭 이기겠다는 서재덕의 의지를 높게 사 서재덕 뜻에 따르기로 했다.
리시브라는 부담을 내려놓자 서재덕이 확 달라졌다. 온 집중력을 공격 하나에만 쏟으면서 놀라운 화력을 자랑했다. 서재덕은 2세트에만 9득점하며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1세트 36.36%에 그쳤던 공격성공률이 단숨에 50% 이상으로 치솟았다.
한 번 타오른 불꽃은 꺼질 줄 몰랐다. 서재덕은 이후에도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유의 기술적인 공격이 빛을 발했다. 깊은 크로스 공격, 변칙적인 직선 공격 등 본인이 가진 기술을 모두 꺼냈다. 블로킹을 절묘하게 피해가는 공격에 대한항공은 좀처럼 서재덕을 막아내지 못했다.
비록 5세트 끝에 패하긴 했지만 서재덕의 ‘승리 의지’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상대 가스파리니가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는 등 활약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패배한 서재덕에게 몰렸다. 그만큼 서재덕이 이날 보여준 투혼은 엄청났다.
서재덕은 뛰어난 배구 재능을 가진 선수다. 대학 시절까지 줄곧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었지만 프로에 와서 윙스파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프로에서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는 줄곧 외국인선수들 차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재덕은 어떤 선수들보다 뛰어난 감각으로 윙스파이커 자리에서도 인정받았다. 이런 재능 때문에 서재덕은 대표팀에선 아포짓 스파이커로, 소속팀에서는 윙스파이커로 나서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하곤 했다.
이날 경기는 결과와 무관하게 ‘서재덕’이란 선수의 가치를 알게 했다. 서재덕은 팀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공격에 나설 때 더욱 빛이 난다.
경기를 마친 뒤 김철수 감독은 향후 서재덕 활용법에 대해 “포지션 변경은 긍정적이다. 선수 본인, 팀 스태프들과 상의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긍정적인 부분은 외인 아텀이 윙스파이커 쪽에 더 익숙한 선수라는 점이다. 김 감독은 “아텀이 돌아오면 윙스파이커로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아텀이 리시브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라운드 한국전력은 에이스 공격수 부재로 빈공에 시달렸다. 팀 득점 6위, 공격성공률 최하위(45.89%)라는 초라한 1라운드 성적을 남긴 한국전력이다. 서재덕이 보여준 활약은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셈이다.
사진/ 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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