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결산 ③] V-리그 코트에 대기록 수놓은 배구여걸
- 여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8-03-15 21:47:00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지난 14일을 끝으로 2017~2018시즌 V-리그 정규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기록들이 쏟아졌던 올 시즌. 과연 여자부에서는 어떤 기록이 나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지 알아봤다.
황연주, V-리그의 역사가 되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해 12월 5일.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 경기가 한창 펼쳐지던 수원실내체육관. 이날 관심은 단연 현대건설 황연주였다. 앞선 경기까지 4,990득점을 기록 중이던 그가 과연 5,000득점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집중됐다.
4세트 초반까지 9득점을 올리며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기록도 뒤로 미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가 5세트에 접어들며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9-13에서 IBK기업은행이 공격에 나섰다. 그리고 메디가 때린 시간차는 그대로 황연주 손에 걸렸다. 그토록 바라왔던 한 점. 황연주가 5,000득점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개인 통산 5,000득점. 이는 곧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최초 5,000득점을 의미하기도 했다. 황연주도 자신이 기준이 된다는 점에 그 의미를 뒀다. “처음에는 4,500득점이나 5,000득점이나 똑같은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꾸준히 했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주위에서 5,000득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더라.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다른 선수들이 기록을 세울 때 내 이름이 계속 거론될 거라고 생각하니 의미가 있다.”
6,000득점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그러자 황연주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모르겠다. 꾸준히 하다 보면 다른 기록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번에는 5,500득점 해야겠다’ 하지는 않는다. 팀이 잘하고 내가 경기에 나서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록에 대한 욕심을 가지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괴력의 메디, 57득점 쓸어 담다
2005년 프로출범 이후 14시즌 째를 소화하고 있는 V-리그에서 여자부 한 경기 최다 득점은 2013년 흥국생명 바실레바가 작성한 57득점.
그 기록에 어깨를 나란한 이가 이번 시즌 탄생했다. 바로 IBK기업은행 메디가 그 주인공. 지난 해 12월 5일 현대건설전에서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1개를 포함해 57득점을 폭발시켰다.
경기 종료 후 소속팀 이정철 감독도 "기록을 보니 놀랍다. 메디가 57득점에 공격성공률 47%, 공격점유율 57%를 기록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작 본인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메디는 “경기 끝날 때까지도 평소랑 다른 걸 못 느꼈다. 그렇게 많이 득점한지 몰랐는데 통역이 경기 끝나고 나서 57득점 했다고 해서 놀랐다. 진짜 했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57득점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어깨 괜찮을까’라는 생각만 들었다”라고 웃어보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메디. 그는 “최대한 한국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마무리 짓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효희가 무수히 쏘아 올렸던 볼, 13000세트로 돌아오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KT&G(현 KGC인삼공사)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던 이효희는 2007~2008시즌 흥국생명으로 이적 후 3시즌을 보낸 뒤 배구공을 손에서 내려놨다. 하지만 한 시즌 만인 2011~2012시즌 IBK기업은행으로 돌아왔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도로공사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효희는 2017~2018시즌에도 여전히 팀의 주전세터로서 코트를 밟았다. 한국 나이로 39살. 시간이 흘러 노장이 됐어도 여전히 현역 최고의 세터로 평가받고 있는 이효희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17일 흥국생명전에서 남녀부 최초로 13,000세트를 달성했다. 종전까지 12,984개의 세트를 올렸던 이효희는 이날 48개를 더하며 13,032개를 기록했다.
이효희는 같이 뛰었던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들이 있었기에 자신의 세트도 빛이 났다는 것. “나는 공격수 복이 많은 것 같다.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그 선수들이 13,000개의 공을 때려줬다. 나는 복 받은 선수다.”
블로킹의 여왕 양효진, 1000블로킹으로 날아오르다
지난 2월 6일 열린 현대건설-IBK기업은행전. 3세트 9-12 상황에서 양효진이 고예림의 공격을 막기 위해 뛰어올랐다. 그리고 볼은 그대로 상대 코트에 떨어졌다. 이는 득점으로 연결됐고 양효진은 V-리그 최초로 1000블로킹을 기록했다.
앞선 경기까지 997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대기록에 단 3개만을 남겨두고 있던 양효진. 그리리하여 V-리그 역대 최초로 1000블로킹 고지를 밟았다.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사실 500개, 800개 했을 때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 기록보다는 오늘 얼마만큼, 어떻게 팀에 공헌할지만 생각했다. 아마 배구를 그만두고 나서 돌아보면 ‘열심히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하나 더, 같은 날 양효진은 황연주에 이어 여자부 역대 2호로 4500점을 기록했다. 그는 “이만큼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운도 따랐다”라며 “은퇴 전까지 5000득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여자부 트리플크라운의 두 주인공, 이바나-메디
트리플크라운은 블로킹 3개, 서브 3개, 후위공격 3개.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얻을 수 있다. 올 시즌 여자부에서는 이바나와 메디만이 그 타이틀을 움켜쥐었다.
우선 도로공사 이바나는 지난 해 10월 22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블로킹 3개, 서브 3개, 후위공격 6개를 기록하며 올 시즌 여자부 첫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56번째이자 자신의 첫 트리플크라운이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메디가 지난 1월 14일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사실 아슬아슬(?)했다. 3세트 후반까지 블로킹 4개, 서브 3개, 후위공격 2개를 기록하며 후위공격 단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22-21에서 기회가 왔다. 김수지가 올려준 볼이 메디에게 연결됐고 이는 그대로 득점이 됐다. 마침내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한 순간이다. 메디는 “트리플크라운을 처음 해봤는데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배구사랑, 김천시가 일등!
지난 2월 17일 김천실내체육관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무려 6823명. 도로공사가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뒤 한 경기 최다 관중이다.
종전 기록 역시 도로공사가 갖고 있다. 지난 해 12월 31일 흥국생명전에서 기록한 5,560명이다.
남자부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 크다. 남자부는 지난 해 10월 15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전에 기록한 5372명이 최다 관중이다.
올 시즌 새롭게 팀을 옮긴 박정아도 “김천이 남자배구 없이 여자배구만 있는데도 평일에도 경기장에 정말 많이들 찾아와준다”라며 김천 팬들의 배구 사랑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 덕분일까.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최하위라는 부진을 딛고 올 시즌 팬들에게 정규리그 1위라는 선물을 안겼다.
사진_더스파이크DB (문복주, 유용우,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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