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가 문제 핵심 아냐' 소통 엇박자 KOVO 컵대회 남자부 취소 위기

남자프로배구 / 류한준 기자 / 2025-09-13 19: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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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은 2025-26시즌 V-리그 개막에 앞서 13일부터 전남 여수에 있는 진남체육관에서 '2025 여수·NH농협컵'을 개최했다. 남자부가 이날 막을 올려 20일까지 열리고 여자부가 21일부터 28일까지 치러지는 일정이다.

그런데 컵대회는 시작부터 삐끗했다.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AQ) 선수 출전 여부를 두고 혼선이 있었다. '더스파이크' 취재를 종합하면 KOVO는 개막 전날인 12일 밤 10시께 남자부 각 팀들에게 '외국인과 AQ 선수 출전이 불가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일부 구단에게는 KOVO가 밝힌 것과 다른 내용이 전해지기도 했다. 컵대회가 정규대회가 아닌 이벤트 성격이 강한 대회라 각 팀들이 자율적으로 외국인과 AQ 선수 출전 여부를 결정하라는 얘기다. 이유는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KOVO에 컵대회 개최 시기와 함께 외국인과 AQ 선수에 대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과 관련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FIVB는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와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 일정을 한 해전 미리 결정해 발표한다. FIVB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Fivb Calendar'다.

FIVB는 여기에 맞춰 각국 리그 개막 일정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정한다. 일종의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KOVO는 일단 컵대회에서 외국인과 AQ 선수 출전에 대해 FIVB의 권고를 따르기로 했다. 올해 ITC 발급 기간은 오는 10월 6~8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FIVB는 KOVO에 '이번 컵대회에 AQ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가 뛸 경우, 2025-26시즌 V-리그에서 해당 선수들에 대한 ITC를 발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런 가운데 컵대회는 남자부 A조 조별리그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전으로 막이 올랐다.

하지만 개막전에 이어 열릴 예정이던 B조 조별리그인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전이 연기됐다. KOVO는 해당 경기를 같은 장소에서 14일 오전 11시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ITC 문제가 아니었다. 외국인과 AQ 선수들은 코트로 나오지 않았다.

컵대회 성격에 대해 FIVB와 KOVO 사이에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KOVO는 정식 대회가 아닌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이고 FIVB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FIVB가 KOVO와는 다르게 바라보는 조건이 있다.

컵대회는 일단 우승팀에 대한 상금이 걸려있다. 그리고 중계방송이 되고 선수단 뿐 아니라 주, 부심을 포함한 경기 운영과 진행 인원이 모두 투입된다. 정식으로 기록원도 투입되고 관중에게도 개방된다. FIVB는 이 부분에 대해 컵대회가 이벤트성이 아닌 정규 대회라고 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FIVB가 정한 국제대회 일정에 따른 휴식기에 문제를 삼았다. 지난 12일부터 개막한 2025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일정에 따라 FIVB는 KOVO의 컵대회 남자부 개최 자체가 휴식기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런 배경에 따라 결국 KOVO는 컵대회 개막전 후 2경기(삼성화재-KB손해보험전) 연기를 결정했다. 그리고 KOVO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FIVB에 문의한 컵대회 개최 여부에 대한 답변이 13일 자정(14일 0시)까지 도착하지 않을 경우 삼성화재-KB손해보험전을 포함해 남자부 컵대회 남은 경기 전부를 취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회 취소 위기 상황까지 맞이한 이유는 분명하다. KOVO가 'Fivb Calendar'에 따른 휴식기 규정을 안일하게 봐서다. KOVO는 컵대회 경기 연기 결정과 함께 대회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FIVB와 시각 차이로 인해 물의가 됐다"면서 "앞으로 FIVB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자부 컵대회는 정상적으로 개최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남자부 컵대회가 FIVB로 승인받지 못해 취소되면 여자부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벤트 성 대회가 아니라고 FIVB가 판단했기 때문에 여자부 컵대회에도 충분히 같은 기준을 들이밀 수 있다. 또한 ITC 발급 시기와 맞춰보면 여자부 역시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외국인과 AQ 선수는 컵대회에 코트로 나올 수 없다.

FIVB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KOVO 뿐 아니라 대한배구협회(KVA)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ITC와 관련해 FIVB는 KVA에 그 책임을 직접 물을 수 도 있어서다. V-리그에 소속된 팀과 선수, 특히 외국인과 AQ 선수들에게도 제재에 따른 피해가 갈 수 도있다. FIVB 벌금 규정에 따르면 최소 1천부터 최고 5만 스위스 프랑(CHF)이 단체, 팀, 선수, 코치 등에게 부과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컵대회 개막전이자 유일하게 치러진 경기가 될 수 있는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전은 OK저축은행이 세트 스코어 3-1(25-15 25-22 16-25 25-22)로 현대캐피탈에 이겼다. OK저축은행은 차지환이 18점, 전광인과 송희채가 각각 16, 14점을 올리며 승리 주역이 됐다.

미들 블로커 진상헌과 박원빈도 4블로킹과 18점을 합작했다. 현대캐피탈에선 이재현과 이승준이 각각 17, 14점씩을 올렸다.


글_류한준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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