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하고 견고하神’ 신영석, 현대캐피탈 최고 방패이자 무기로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12-10 00:29:00
[더스파이크=천안/최원영 기자] 날카로운 속공이 순식간에 코트에 내리 꽂힌다. 반대로 상대의 강한 공격은 맥없이 가로막혀버린다. 눈치챘는가.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신영석(31세 200cm), 그가 다녀갔다는 증거다.
현대캐피탈이 최근 KB손해보험, 삼성화재, OK저축은행을 차례로 꺾고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안드레아스와 문성민의 좌우 쌍포도 좋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있다. 미들블로커 신영석이다. 그는 올 시즌 절정의 블로킹 감각을 뽐내는 중이다. 지난 11월 28일 대한항공전에서 두드러졌다. 비록 팀은 2-3으로 졌으나 신영석은 블로킹만 무려 9개, 서브 1개를 포함해 17득점(공격 성공률 58%)을 터트렸다.
이후 이달 6일 삼성화재전에서도 블로킹 5개, 서브 1개를 묶어 10득점(공격 성공률 67%)을 올렸다. 9일 OK저축은행전에서는 블로킹 4개, 서브 2개를 얹어 11득점(공격 성공률 63%)을 선보였다. 공격, 블로킹, 서브까지 두루 갖춘 그는 현대캐피탈의 든든한 기둥이 됐다.
OK저축은행전 승리 후 만난 신영석. 개인 기록은 좋은 편이었으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전체적인 경기력이 삼성화재전과 비교해 떨어진 듯 하다. 고비가 왔는데 위기 관리 능력에서 상대보다 조금 좋았다. 1위 팀인 삼성화재를 이기고 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신영석은 삼성화재와 V-클래식 매치를 앞두고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가 블로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도 그랬는지 묻자 “상대 외인 마르코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고, 겪어보지 않은 선수라 혼란스러울 듯 했다. 그래서 또 선수들을 찾아가려 했다. 근데 너무 자주 가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참았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올 시즌 신영석은 14경기 48세트에 출전해 세트당 평균 1.042개 블로킹을 선보였다(이하 기록 9일 기준). 압도적인 실력으로 블로킹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2위 김규민(삼성화재)이 세트당 0.782개임을 감안하면 신영석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V-리그 출범 후 정규리그에서 세트당 1개 이상 블로킹을 유지한 선수는 단 한 명밖에 없다. 2006~2007시즌 LIG에서 뛰던 ‘황금방패’ 방신봉(전 한국전력)이 세트당 1.093개로 유일했다. 이번 시즌 신영석 기세라면 이 기록에 도전해 볼만 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신영석이 손사래를 치며 “아우 안 돼요”라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기록에 신경 쓰면 안 된다. 내가 블로킹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효 블로킹을 많이 만들어서 팀이 반격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올 시즌은 사이드 블로커들이 자리를 잘 잡아줘서 운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라며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지난 시즌에는 블로킹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너무 간절하다 보니 더 안 되더라. 블로킹 기록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라는 신영석이다. 그의 말대로 지난 시즌 신영석은 세트당 평균 0.576개 블로킹에 그쳤다. 개인 최저 기록이었다. 2009~2010시즌 프로 데뷔 후 신영석의 블로킹 최고 기록은 우리카드에 몸담았던 2013~2014시즌에 터트린 0.866개다.
그는 팀 동료들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 “상대 팀 구성을 보고 공이 어디로 갈지 예측해본다. 선수들에게 블로킹 자리를 어떻게 잡으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준다. 근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라며 허허 웃었다. 옆에서 듣던 세터 노재욱이 “아니다. 영석이 형 말만 들으면 된다”라며 웃음기 가득한 칭찬을 더했다.
신영석은 자만을 멀리하려 했다. ‘평정’을 강조했다. “(최태웅) 감독님께서 모든 팀이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다고 하셨다. 이겨도 너무 들뜨지 않아야 하고, 져도 무조건 고개 숙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팀이 3연승 중인데 평정을 지켜야 한다. 방심하지 않는 현대캐피탈이 되고 싶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가 왜 강한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한 마디였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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