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 덜어낸 한선수 “하나씩, 천천히, 앞으로 가는 중”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12-07 22:24:00
[더스파이크=수원/최원영 기자]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가 본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 25-19, 25-21, 25-21)로 승리했다. 3위(승점 22점, 7승 7패)로 순위를 높였다.
모두에게 기쁜 승리였지만 한선수는 유독 감회가 남달랐다. 최근 팀 경기력에 맞춰 세트 스타일을 바꾸느라 고전했던 한선수다. 몇 경기 동안 그는 코트 위가 아닌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황승빈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날도 황승빈이 선발 출전한 뒤 2세트부터 한선수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 후 한선수는 방송사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다소 잠긴 목소리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그는 “이겨서 좋다. 이 경기가 팀이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범실이 많다. 아직 리듬이 덜 맞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간 마음고생에 관해 묻자 “내가 경기에서 뛰고, 그렇게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그걸 못 했다.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승빈이가 정말 잘해줘서 고마웠다”라며 후배 황승빈을 먼저 칭찬했다.
그는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최선을 다해 버티려 했고, 항상 열심히 하려 했다. 그러면 경기력이 돌아올 거라 믿었다. 그렇게 연습에 임했다. 차근차근 컨디션을 찾으려 한다. 아직 최고 컨디션으로 돌아온 게 아니니 좀 더 천천히 가보겠다”라고 속마음을 터놓았다.
남몰래 갖은 노력을 했던 한선수. “야간에 세트 감각을 찾으려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 리듬을 맞췄다. 연습 때나 실전 때나 그렇게 한다. 범실이 나더라도 조금씩 좋아지려 하고 있다”라는 설명이다.
이날 경기를 뛰면서도 그는 팀을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 하자는 각오였다. 1세트 지고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 분위기를 띄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팀을 최대한 밝게 끌고 가려 했다.”
한선수는 여전히 본인 경기력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내 자신에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팀 선수들을 도우며 천천히 나아가겠다”라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 유용우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