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부기장 황승빈, 팀 위기 속 빛났던 존재감

남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7-11-25 0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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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구한 건 4년차 세터 황승빈이었다.


대한항공이 지난 2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2017~2018 도드람 V-리그 2라운드 우리카드전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이날 승리와 함께 대한항공은 5승 6패, 승점 12를 만들며 3위 KB손해보험(6승 4패, 승점 17)을 바짝 뒤쫓았다.


쉽지는 않았다. 1세트 초반부터 난관에 맞닥트렸다. 상대 기세에 눌려 0-5로 뒤처진 것. 이에 박기원 감독은 과감히 한선수를 대신해 황승빈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예상은 적중했다. 코트에 들어선 황승빈은 가스파리니를 적극 활용했다. 물론 가스파리니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1세트 가스파리니의 점유율은 50%를 상회했다. 황승빈은 “가스파리니가 잘해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 실재로도 잘 떄려줬다”라고 회상했다.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잡은 대한항공. 이어진 2세트에도 그리고 3세트에도 승리를 차지한 건 대한항공이었다. 그리고 경기 내내 코트를 지킨 건 한선수가 아닌 황승빈이었다. 그는 팀의 3-0 승리를 진두지휘하며 만점 활약을 펼쳐보였다.


경기 후 박기원 감독도 횡승빈을 창찬해마지 않았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던 선수다. 오늘 경기를 보면 멘탈적으로도 견뎌냈다. 자기 몫은 해줬다. 합격점이다.”


인터뷰실을 찾은 황승빈은 다소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데뷔 첫 해 이후 수훈 선수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코트에 들어갔다. 비록 0-5로 지고 있지만 팀 분위기가 지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매 경기 부담감은 있다. 하지만 오늘은 재밌었다. 경기에서 승리해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4~2015시즌 남자부 신인드래프트 당시 황승빈은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그는 2014년 춘계대회, 정규리그, 전국체전으로 이어지는 인하대의 3관왕을 이끈 세터로 리그 MVP, 세터상 등을 수상했던 알찬 이력의 소유자. 당시 김종민 감독도 황승빈을 ‘즉시 전력감’이라고 평가하며 많은 기대감을 보였다.


그리고 그 기대에 맞는 대담한 경기 운영으로 강민웅이 흔들릴 때마다 교체 투입되며 제 몫을 해냈다. 주전 기회까지 얻으며 대한항공 공격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황승빈은 백업. 특히나 팀에 한선수라는 세터가 버티고 있기에 경기 출전시간보다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더 길 수밖에 없다. 이에 황승빈은 “내가 못하니까 경기에 못 뛰는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겸허히 받아들었다.


이어 “선수형은 블로킹을 속여서 공격수한테 만들어주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공격수를 믿고 올리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가스파리니가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 팀에는 훌륭한 세터가 두 명 있다. 황승빈도 언제든 들어오면 잘해줄 수 있는 선수다. 오늘처럼 잘해주면 경기에서 호흡을 맞추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어느새 4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황승빈. 이날만큼은 당당히 팀 승리의 중심에 섰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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