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신영석, 속앓이 속에 담긴 진심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11-01 01:39:00
[더스파이크=천안/최원영 기자] 남몰래 속앓이를 했다. 신영석(31)이 그동안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현대캐피탈이 3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21, 22-25, 25-19, 25-19)로 물리치고 선두(3승 2패 승점 9)로 올라섰다.
이날 윙스파이커 안드레아스가 27득점(공격 성공률 62.5%), 아포짓 스파이커 문성민이 13득점(공격 성공률 47.82%)을 기록한 가운데 미들블로커 신영석이 블로킹 4개 포함 11득점(공격 성공률 63.64%)을 터트렸다. 신영석은 역대 통산 7호로 블로킹 600개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31일 기준 601개).
이 소식을 들은 신영석은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네? 제가 600개나 했어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선수들은 대부분 기록에 대한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시즌 끝나고 ‘아, 내가 이만큼 했구나’라고 느끼는 정도예요.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고요. 근데 저는 욕심이 많거든요. (이)선규(KB손해보험) 형이 1,000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요(954개). 빨리 따라잡아 볼게요”라며 웃어 보였다.
사실 신영석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저희가 하루는 쉽게, 하루는 어렵게 경기하니까 과연 이번엔 어떤 경기력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다행히 잘 풀었네요. 경기 전날 잠도 못 잤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안감도 있지만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잘 못하고 있어서 동료들에게 미안해요. 제가 잘해줘야 다른 선수들도 더 편하게 할 텐데요. 제가 안 되면 (문)성민이랑 안드레아스 공격 점유율이 올라가고, 세터 노재욱 선수도 많이 힘들고요. 최대한 도움이 돼줘야 하는데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한국전력 전(26일) 완패 후 신영석은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주장 문성민과 함께 팀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성민이가 큰 틀을 끌고 가면 제가 세심한 부분을 신경 쓰려 해요. 그래야 성민이도 팀을 수월하게 이끌어 갈 수 있으니까요. 열심히 도와주려고 하고, 서로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의견을 나누기도 해요. 아무래도 주장은 어려운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문성민이 “주장 네가 해~”라고 말을 건네자 신영석이 곧바로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받아 쳤다.
이날 군에 입대한 미들블로커 최민호가 응원 차 경기장을 찾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까지 신영석과 최민호가 중앙에서 막강한 듀오를 이뤘다. 올 시즌은 김재휘가 최민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나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이에 관해 신영석은 “김재휘 선수도 본인만의 장단점이 있어요. 제가 볼 땐 최민호 선수를 뛰어넘는 선수가 될 것 같아요. 크게 걱정은 안 돼요. 저도 제 코가 석자라서요. 저부터 잘해야죠”라고 답했다.
그러다 이내 “민호가 없더라도..민호가..사실 외롭긴 해요”라고 진심을 내비쳤다. 갑작스런 고백에 문성민과 신영석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신영석은 “민호가 저보다 2살 동생이지만 제가 힘들 때 많이 도와줬거든요. 정말 의지가 됐어요. 민호 군대 갈 땐 되게 속이 후련했거든요. 눈물 날뻔했지만요(웃음). 근데 지금은 좀 그립네요. 그래도 재휘가 충분히 해줄 거라 믿어요”라며 속내를 들려줬다.
현대캐피탈은 공격에 경계선이 없다. 때문에 신영석이 날개 공격을, 문성민이 속공을 펼치는 모습을 종종 포착할 수 있다. 신영석은 문성민 속공을 어떻게 평가할까. “성민이는 파워로 밀어붙이는 반면에..아..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저는 약간 블로킹이 없는 곳을 찾아 때리는 스타일이에요. 기술적으로 한다고 할까요? 아..(최태웅) 감독님한테 혼날 것 같아요(웃음). 저희는 토털 배구를 추구하기 때문에 모든 공격수가 어떤 공격이든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훈련하고요.”
이제 현대캐피탈 다음 상대는 삼성화재다(11월 3일, 대전충무체육관). V-클래식 매치가 다가왔다. 라이벌 전에 임하는 마음이 남다른지 궁금했다. “감독님이 그런 경기일수록 부담을 덜어주시려 해요. 더 재미있게, 부담 없이 해야 한다고 하세요. 라이벌 의식은 훌훌 털어버리라고요. 그래서 더 신나게 뛰어다니려고요”라는 신영석이다.
이날 승리로 3승 2패 승점 9점을 기록 중인 현대캐피탈.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삼성화재 전만 무사히 마치면 팽팽한 남자부 순위 대결에서 선전할 수 있다. 신영석은 “보는 분들은 되게 재미있으실 것 같아요. 선수들은 죽을 맛이에요(웃음). 초반에 물고 물리는 양상인데요.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들이 많아요. 올 시즌 살아남으려면 1라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 기대돼요”라며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고비를 이겨낸다면 더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을 거고요. 잘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력과 마음가짐, 심지어 입담까지. 여전히 건재한 신영석이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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