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위권 OK & KB의 반가운 동반 상승세, 비결은?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7-10-21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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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시즌 초반 V-리그 남자부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시즌 각각 6위, 7위에 머물렀던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이 나란히 2연승에 성공, 초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직 경기 수가 많지 않아 벌써부터 순위를 가늠하는 것엔 어려움이 있지만 두 팀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은 이들의 초반 돌풍이 단순히 단발성에 그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사진 : KB손해보험 알렉스)


체질 개선 성공적, 그 중심엔 외인 알렉스


KB손해보험은 2011~2012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위권에 머무는 동안 경기력에도 의문이 붙었다. 20점대에만 들어서면 선수들이 흔들리며 잦은 범실이 나오곤 했다.


올 시즌 새롭게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은 권순찬 감독은 “팀이 오랜 기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보니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젖어 있다. 프로가 하위권이 익숙해선 안 된다. ‘팀 체질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그 변화는 나름 성공적이다.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선수 선택에 있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은 고집하던 ‘외인 아포짓 스파이커’를 과감히 포기하고 공수 모두 가능한 만능 외인, 윙스파이커 알렉스를 선택했다.


권 감독은 “다른 팀이 알렉스를 먼저 뽑을까봐 노심초사했다. 빠른 발과 강력한 서브를 가진 알렉스는 내가 평소 추구하는 배구를 완벽히 실행할 수 있는 선수다. 알렉스가 합류하면서 전체적인 팀 공격 속도가 올라갔다”라며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말대로다. 알렉스는 지난 두 경기 완벽한 경기력으로 팀 연승을 이끌었다. 놀라운 점은 아직 주전 세터 황택의와 완벽한 호흡은 아닌 상태라는 점이다. 세터와 호흡이 점차 나아지고 V-리그에 더 적응한다면 알렉스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 OK저축은행 송명근)



‘건강한’ 송명근이 돌아왔다


2014~2015, 2015~2016 두 시즌 내리 챔피언 자리에 올랐던 OK저축은행. 그러나 지난 2016~2017 시즌에는 최하위에 머무르며 ‘디펜딩 챔피언의 몰락’을 경험했다.


OK저축은행 몰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주전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점이었다. 특히 주포 송명근이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건 좀처럼 메울 수 없는 공백이었다.


그런 송명근이 이번 시즌 이를 갈고 코트 위로 돌아왔다. 그는 시즌 초반, 한 시즌을 뛰지 못했던 선수라는 게 믿기지 않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에서는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는 등 살아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송명근에 대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길었던 공백만큼 경기 감각이 완전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김세진 감독 평가대로 송명근은 20일,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 36.11%로 저조했다. 범실 역시 팀에서 가장 많은 8개를 기록했다. ‘건강함’은 확인됐다. 감각이 좀 더 돌아온다면 OK저축은행 역시 함께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사진 : KB손해보험 황택의(좌), OK저축은행 송희채(우))



국가대표 경험으로 레벨 업! 황택의 X 송희채


2017~2018 시즌 개막 전, 올해 비시즌은 유독 국가대표 일정이 많았다. 6월 월드리그를 시작으로 이어진 바쁜 스케줄 속에서 선수들은 한 단계 성장해 소속팀에 돌아왔다. 황택의와 송희채, 이 둘의 성장은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KB손해보험 2년차 세터 황택의는 당당히 소속 팀 주전 자리를 꿰찼다. 국제무대에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소속 팀에 돌아와 화려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승리한 두 경기, 황택의 경기 운영능력이 빛났다. 주전 아포짓 이강원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황택의는 당황하지 않았다. 속공, 후위를 적절히 섞어 가며 상대 블로킹을 따돌렸다. 본업인 패스 외에도 강한 서브와 블로킹 역시 자랑할 만했다. 지난 18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는 서브에이스 5개, 블로킹 4개를 기록하며 세터임에도 불구하고 9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권순찬 감독 또한 “택의가 확실히 작년보다 나아졌다”라며 이를 칭찬했다. 이어 “아직까진 알렉스, 이강원과 호흡이 완벽하지 않다. 시간이 좀 걸리는 작업이니 점차 나아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꾸준함의 대명사, OK저축은행 송희채 역시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이다. 수비는 단단해졌고 공격은 한 층 날카로워졌다.


주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리시브가 확실히 안정감을 찾았다. 17일 맞붙은 한국전력은 전광인, 서재덕, 펠리페가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는 팀이다. 그 속에서도 송희채는 리시브 점유율 36.47%, 성공률 61.29%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묵묵히 일조했다.


20일 삼성화재와 경기에서는 순도 높은 공격을 선보였다. 이 날 15득점(블로킹 1개, 서브에이스 1개 포함)으로 활약한 송희채는 17개 시도한 공격 중 13개를 성공했다. 블로킹에 걸리거나 실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성공률 76.47%라는 놀라운 성공률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경기를 펼쳤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사진 :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좌),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우))


훌륭한 첫 스타트, 남은 건 도약이다


두 팀 모두 시작이 좋다. 남은 건 이 기세를 바탕으로 뛰어오르는 일이다. 시즌은 길다. 장기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연승은 길게, 연패는 짧게 가져가야 한다.


일곱 개 구단 감독들은 입을 모아 ‘1라운드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초반 순위가 시즌 종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시즌 하위권이었던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은 기회를 잡았다.


2연승으로 초반 분위기를 잡는 데 성공한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이 이 기세를 이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KB손해보험은 21일 오후 3시, 홈 의정부에서 한국전력과 경기를 치른다. OK저축은행은 24일 오후 7시, 대한항공과 홈에서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강팀.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이 이 또한 극복하고 연승을 내달릴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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