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D-1] 해설위원에게 들어보는 2017~2018 V-리그 썰전

남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7-10-12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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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시즌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FA와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수들 이동이 유독 많았던 이번 시즌이기에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져 있다. 성역과 금기가 없는 다양한 시선, 또는 자기 주관대로 팬심을 담아 마음껏 배구이야기를 털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시청자들이 배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 층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전문가인 KBS N 스포츠 문용관 해설위원과 SBS 스포츠 장소연 해설위원에게서 현장 경험이 녹아 있는 하이퀄리티 지상 해설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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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시즌 V-리그 판도는 어떻게 될까.
문용관 (이하 문) 남자부는 모든 팀이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즌이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전체적으로 중위권 싸움이 치열해지지 않을까 싶다. 점점 전력평준화가 되고 있다. 절대 우위 없이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감독들 지략 대결이 흥미진진할 것 같다.


장소연 (이하 장) 여자부는 트레이드와 FA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각 팀들이 자신들이 부족했던 부분에 선수들을 보강하면서 6팀이 전력 평준화가 됐다. 특히 GS칼텍스는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라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거침이 없다.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컵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만 봤을 때는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 같다. 다만 단기전과 시즌은 다르다는 것은 알아두었으면 한다.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확실히 모든 팀들이 서브를 강화했다. 상대 서브가 강해짐에 따라 리시브 라인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다양한 세트 플레이를 펼치기보다는 양 날개 공격 위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날개 공격수 못지 않게 블로커 역할도 중요해진다. 얼마만큼 튼튼한 방패를 가지고 있느냐가 승부요인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미들블로커가 견고해져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 팀인 대한항공이 전력에 큰 변화가 없어 가장 유리해 보인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와 그를 뒷받침하는 국내선수들이 건재하다. 다른 팀들은 각각 변화가 커서 그 부분에 잘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 이동에 따른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전력과 우리카드는 돌풍의 핵이 될 것 같다. 이들이 남자부 순위표를 어떻게 뒤바꾸는지 지켜봐도 좋다. 특히 한국전력은 예년보다 안정적으로 팀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권영민에게 믿고 맡겨준다면 더 나아질 듯하다. 고무적인 점은 토종 주포 전광인과 서재덕이 공격 이후 넘어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세터와 공격수들 호흡이 좋아지고 있다. 나머지 기간 동안 체력을 회복하고 호흡을 더 가다듬으면 펠리페가 합류한 삼각편대는 확실히 살아날 듯하다. 다른 팀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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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팀 전력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여자부는 장소연 위원이, 남자부는 문용관 위원이 분석해달라.
현대건설은 이다영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주전 세터 한 명이 홀로 이끄는 체제가 되어 안정감이 생겼다. 지난 시즌에는 염혜선과 이다영이 번갈아 코트에 들어서면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 FA를 통해 황민경을 영입하면서 살림꾼 역할을 해 줄 선수도 생겼다. 황민경은 대표팀에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 올 시즌 기대가 크다.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는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에밀리와 비교해 좀 더 공격적이다. 리시브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득점 결정력도 좋다. 팀 높이도 건재하다. 양효진이 건강한 몸으로 복귀한다면 강점인 높이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여러모로 현대건설은 탄탄해졌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날개 공격수쪽에서 결정력이 없었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이바나를 뽑았고 FA를 통해 박정아를 영입했다. 두 선수 합류는 높이와 결정력에서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효희 정대영이 있어서 노련미도 있다. 이런 면에서 도로공사가 보여줄 활약에 기대가 크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에 김수지 마저 합류하며 중앙에서 확실히 높아졌다. 관건은 세터 염혜선과 공격수간 호흡이다. 컵 대회 때는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시간이 짧아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염혜선이 김수지와 김희진을 잘 살려준다면 충분히 강팀으로서 위용을 이어나갈 수 있다.


MBJ_8199.jpgKGC인삼공사는 디그에서 짜임새 있는 팀이었다. 지금은 디그도 디그지만 블로킹이 정말 좋아졌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한송이가 합류하면서 블로킹에서는 확실하게 자리를 갖췄다. GS칼텍스에서 미들블로커 역할을 하던 한송이는 원래 자리인 윙스파이커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포지션에서 자신 몫을 충분히 해주느냐에 따라 KGC인삼공사는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흥국생명은 무엇보다 김해란이 들어온 것이 크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은 리베로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김해란을 영입하면서 충분히 보완 됐을 거라 예상한다. 아쉬운 부분은 높이가 낮아졌다. 그런 점에서 얼마나 유효블로킹을 시키고 디그로 버텨주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흥국생명은 이동공격이 좋은 만큼 그 부분을 최대한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V-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심슨이 선수들과 얼마만큼 잘 융화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GS칼텍스는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패기가 넘친다. 그 패기를 장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차상현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배구를 하려면 리시브가 되어야 한다. 표승주와 강소휘가 맡아줘야 한다. 컵대회에서는 조금 불안한 면이 있었다. 시즌은 장기전인 만큼 반드시 리시브가 받쳐줘야 한다. 아쉬운 점은 이소영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점이다. 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에 차상현 감독으로서도 구상했던 그림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 된 만큼 장점인 강한 서브와 패기를 살려야 한다.


YYW_5511.jpg 지난 시즌 챔피언에 오른 현대캐피탈은 바로티를 영입하며 문성민이 윙스파이커로 이동했다. 그러나 바로티가 부상을 당하며 윙스파이커인 안드레아스 프라코스가 합류했다. 이에 문성민이 본래 포지션으로 다시 이동했다. 하지만 상대 팀들이 현대캐피탈표 스피드 배구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에 약점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군 입대한 미들블로커 최민호 자리를 김재휘나 차영석 등이 얼마나 메워주는지도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컵 대회에서는 주춤했지만 시즌에 돌입하면 달라질 것이다.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도 상위권을 예상해본다. 아포짓 스파이커 가스파리니와 윙스파이커 김학민 곽승석 정지석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이 탄탄하다. 그 동안 미들블로커와 리베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리베로는 정성민과 라광균을 영입했다. 중앙에서는 진상헌을 중심으로 남은 한 자리를 누가 지켜줄 것인가가 문제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실패 상처를 빨리 떨쳐버리고 응집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전력은 항상 고민인 부분이 세터 포지션이다. 강민웅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며 베테랑 권영민이 주전 세터를 맡게 됐다. 권영민이 팀 공격수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권영민만의 색을 팀에 입혀야 한다. 세터 능력에 따라 한국전력이 올 시즌 돌풍 중심에 설 가능성도 있다. 중앙에서는 윤봉우가 기둥이 돼야 한다. 윙스파이커에서 미들블로커로 전향한 안우재가 빨리 포지션에 적응해야 할 듯하다.


YYW_8664.jpg삼성화재도 세터가 키 포인트다. 팀을 이적한 유광우 빈 자리를 황동일과 이민욱이 얼만큼 채워주느냐가 관건이다. 두 선수 모두 장단이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투입하지 않을까 싶다. 삼성화재는 그 동안 큰 공격 위주로 살림을 해왔다. 타이스 박철우 등 걸출한 공격수가 있으니 세터가 안정감을 가지고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우리카드는 중위권 이상으로 치고 올라올 것이라 본다. 한국전력과 함께 남자부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만한 팀이다. 주전 세터로 합류한 유광우 효과로 전체적인 패턴 플레이가 달라질 것이다. 다만 타 팀에 비해 중앙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여러 선수를 기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듯하다. 구도현과 더불어 김시훈 김은섭 김량우 등이 번갈아 투입될 것이다. 상대 팀에 따라 적절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 이 약점을 해결해야 지난 시즌보다 더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



KB손해보험도 전력이 괜찮다. 올 시즌 여러 부분에 변화를 줬다. 권순찬 감독이 새로 부임했고, 팀 간판이었던 김요한을 과감히 트레이드 시켰다. 이어 이강원에게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겼다. 외국인 선수로 윙스파이커인 알렉스를 영입한 게 최대 변수다. 미들블로커는 이선규 하현용 등 베테랑 선수들이 버텨주니 손색 없다. 알렉스와 함께 윙스파이커를 지킬 선수들이 서로 힘을 모아 위기를 막아낸다면 이상적인 팀이 될 것이다. KB손해보험 과제는 선수들 자신감이다. 20점 이후에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 점이 개선되어야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시즌 초반 뒤처지지 않고 성적을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다.



OK저축은행은 송명근과 박원빈이 부상을 털어내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과감하게 김요한을 미들블로커로 활용하고 있는데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김요한 활용법이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될 듯하다. 외국인 선수 브람은 괜찮다. 높이뿐 아니라 기교까지 갖춘 선수다. 브람과 함께 송명근 송희채 등 양쪽 날개 공격수들 위력이 살아있다. 지난 시즌과는 분명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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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는 선수가 있다면
팀 공격수 가운데 리시브를 맡은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한송이(KGC인삼공사), 강소휘나 표승주(GS칼텍스)가 리시브를 잘 받아야 한다. 덧붙인다면 이번 시즌 현대건설 이다영이나 도로공사 정선아 등 성장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흔히 배구는 ‘세터’에 의한 종목이라고 한다. 천재형 세터라 불리는 황택의(KB손해보험)가 눈에 띈다. 조심스러운 평가지만 황택의가 경기 운영을 잘한다. 서브도 좋다.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믿고 키워보고 싶은 선수다. 하지만 프로 팀은 성적도 내야 한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하루 빨리 안정감을 갖춰야 한다. 경험이 다소 부족해 대범함이 필요하다. 선배들과 세대적, 심리적 격차를 극복하고 나아가 선배들을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란다.

올 시즌 관전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올 시즌 관전포인트를 단어로 정리하자면 ‘변화’와 ‘서브’다. 많은 게 변했다. 그 어떤 시즌보다 FA나 트레이드 등을 통한 선수들 이동이 많았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잘 녹여내는 팀이 성공할 것이다. 두 번째는 서브를 즐겨야 한다. 대부분 팀들이 서브를 향상시켰다. 강한 서브를 때리고, 리시브에서 잘 견뎌내는 팀이 유리할 것이다.



2017~2018시즌부터 남녀부 경기가 분리되어 운영된다. 선수시절 경험을 비춰봤을 때 앞 경기 남자부 경기가 길어지면 몸을 풀고 쉬고를 반복하다보면 경기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분리되는 만큼 팬들이 보기에도 좋은 경기력과 내용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글/ 정고은·최원영 기자


사진 / 더스파이크, 장소연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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