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징크스, 저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7-04-22 03:02:00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2년 차 징크스’요? 그게 뭐죠?”
지난 시즌 신인답지 않은 대담한 플레이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KB손해보험의 세터 황택의(20). 비록 팀은 리그 6위에 머물렀지만 그가 시즌 막판 신인왕이라는 걸출한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그나마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20일 KB손해보험의 팀 훈련 도중 만나 가졌던 짧은 대화에서 황택의는 신인왕 타이틀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모습이었다. 수석코치였던 권순찬 코치가 감독으로 내부승격 되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달라질 것 없다는 듯 훈련에 매진할 것을 밝혔다.
지난 해 신인왕 황택의에게 프로 첫 해는 어떤 의미였을까. ‘감격스럽다’나 ‘뿌듯했다’는 일반적인 답변 대신에 돌아
온 대답은 ‘어색하다’였다. 황택의는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한 번도 후보 선수군으로 분류된 적이 없었다고 말하며 밖에서 경기를 바라보던 지난 시즌이 참 어색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거만한 말로 들릴 여지가 있는 대답이었지만 그가 지난 시즌 보여준 훌륭한 경기력은 그가 왜 후보 자리를 어색해했는지 충분히 납득하게끔 한다. 그 어떤 훌륭한 선수에게도 처음 겪는 프로들의 세계는 어려운 법. 황택의가 던진 솔직한 대답의 의미는 곧 그가 지금까지 해온 배구와 달리 녹록치 않은 프로 세계를 달리 표현한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웜 업 존에서 바라본 배구는 그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배구의 새로운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채찍질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면서, 덧붙여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그의 다음 시즌은 어떨까? 황택의에게 신인들이 피해갈 수 없는 ‘프로 2년 차 징크스’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다.
“2년 차 징크스요? 그게 뭐죠? (내용을 들은 후) 아,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늘 하던 대로 훈련 열심히 하고 팀원들과 최선을 다하면 내년 시즌은 이번 시즌보다 한층 더 좋은 결과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있던 KB손해보험의 손현종 선수와 김은우 선수는 “황택의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는 선수였다면 이렇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정신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해 신인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벌써부터 훈련에 매진하는 황택의. 이번 시즌 새로이 권순찬 감독 체제 하에서 도약을 꿈꾸는 KB손해보험. 그 중심에는 ‘2년 차 징크스’의 두려움 따위는 모르는 겁 없는 2년 차 선수가 있다. 자신감과 겸손함으로 늘 진지한 배구를 하는 황택의가 보여 줄 다음 시즌 눈부신 활약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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