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청담/최원영 기자] 여자부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여유로운 듯 미묘한 분위기 속에 각 팀 감독들이 입을 열었다. 그 안에는 선수들을 향한 신뢰가 담겨있었다.

15일 오후 2시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유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가 개최됐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선수들 덕분에 우승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통합우승 하겠다”라며 짧고 굵게 출사표를 던졌다.

비교적 프로 경험이 적은 2년차 리베로 백광현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박 감독은 “시즌 시작할 때부터 조금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수비도 끌어올리려 했지만 공격 부분에 더 집중해서 팀을 긍정적으로 운영했다”라고 답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던 삼성화재 전에서 대한항공 레프트 공격수 곽승석은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섰다. 박 감독은 “곽승석을 리베로로 쓸 생각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단기전이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100% 단정짓진 않겠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정규리그 때 계속 1위를 유지하다 보니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 지금까지 체력적, 정신적 회복기간을 갖고 있다. 챔프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고생한 팀이 올라왔으면 한다. 우승하고 나면 선수들에게 ‘야, 수고했다’라고 말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리그 2위를 차지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올 시즌 순위 경쟁이 정말 힘들었다. 주장 문성민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플레이오프에 올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매년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기억이 많다. 이번에는 꼭, 기필코 한 번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리그 상대전적에서 한국전력에 1승 5패로 열세였던 것에 대해서는 “5연패를 했다는 건 실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6라운드에서 한 번 이겨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오히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우리가 더 부담 없이 붙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긴 듯 하다”라고 평했다.

외국인 선수 대니 이름이 나오자 “대니가 톤보다 기술적으로 월등히 낫다고 보고 교체한 건 아니다. 대니에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선수들이 기존에 해왔던 플레이가 중요하다. 그래도 대니가 최근 몸 상태도 많이 올라오고 좋아졌다. 공격력, 블로킹, 서브에서 기대하고 있다”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최 감독은 “우승 공약 같은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문)성민이가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보러 가자고 했는데 그건 정말 한 번 같이 가고 싶다”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구단과 선수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잘 버텨줘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됐다”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5연승을 달리다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다. 신 감독은 “마지막에 1패를 한 게 오히려 더 잘 됐다. 우리 팀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볼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서브가 좋다. 그건 공격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평했다.

당연히 주전 세터 강민웅 질문도 나왔다. “항상 세터 문제 때문에 고민이었다. 민웅이가 대한항공에서 막 왔을 땐 넘버3 정도였다. 여기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 민웅이가 선수들과 같이 땀 흘리며 나름대로 안정감을 찾았던 것 같다. 포스트시즌에는 그렇게 심하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민웅이를 믿는다. 민웅이도 자신 있게 하면 좋은 경기할 것이다”라며 믿음을 보인 신 감독이다.

올 시즌 36경기 중 16경기에서 풀세트를 치른 한국전력. 역대 정규리그 최다 기록이었다. 신 감독은 “하고 싶어서 하는 선수, 감독은 없을 것이다. 예전에 대한항공에 있을 때도 5세트 경기를 많이 했는데 여기 와서 스스로 또 기록을 달성했다. 좋은 건 아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 선수들이 가진 노하우가 장점으로 부각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신 감독은 “만약 우승을 한다면 선수들이 원하는 걸 해줄 것이다”라며 말을 마쳤다.

(사진: 위에서부터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사진/ 청담=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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