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결산] 해시태그로 본 V-리그 남자부, 그땐 그랬지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03-15 06:03: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치열한 순위 싸움 속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16~2017시즌 V-리그 정규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해시태그를 통해 각 팀의 6개월을 되돌아보자.
1위 대한항공(25승 11패 승점 72)
#범실은_안녕 #센터들_칭찬해 #리시브_숙제_해왔니
올 시즌 대한항공은 우승 ‘후보’라는 등딱지를 떼고 정규리그 정상에 섰다. 3라운드 3위로 떨어진 것 외에는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세터 한선수 손끝이 빛났다. 외인 가스파리니가 득점 전체 5위(823점), 서브 1위(세트당 0.63개)에 자리했다. 레프트 김학민은 공격 종합 1위(공격 성공률 57%)를 차지했다.
그리곤 범실에게 이별을 고했다.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6.78개(36게임 134세트 총 909개)로 최다 범실 팀이었던 대한항공. 올해는 5.93개(36게임 140세트 총 830개)를 기록했다. 총 개수로만 따지면 우리카드 다음으로 적었다.
센터진도 분발했다. 지난 시즌에는 속공 5위(성공률 54.18%), 블로킹 3위(세트당 2.33개)에 머물렀다. 올해는 속공 2위(60.99%), 블로킹 1위(2.60개)로 끌어올렸다. 진상헌이 시즌 내내 코트를 지켰다. 초반에는 김형우, 진성태와 후반에는 최석기와 함께했다. 진상헌은 팀에서 가장 많은 블로킹(세트당 0.5개)을 터트렸다. 속공도 총 시도 수는 비교적 적으나 공격 성공률 66%로 전체 선수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약점은 역시 리시브였다. 지난 시즌 1위(세트당 평균 10.12개)로 압도적인 견고함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세트당 평균 8.01개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과연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길 바란다.
2위 현대캐피탈(23승 13패 승점 68)
#문성민 #센터들_또_칭찬해 #단기전_깜짝스타는_누구
굳이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문성민 그 자체였다. 팀 내 주포로서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지난 시즌 공격 점유율 28.4%, 성공률 48.9%였던 그는 올해 공격 점유율 33.5%, 성공률 54.6%(전체 2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득점 부문에서는 총 739점으로 전체 6위, 국내선수 1위를 차지했다. 서브 2위(세트당 0.51개)도 문성민 몫이었다.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톤에서 대니로 교체한 현대캐피탈. 위기에 처하는 듯 했으나 센터 신영석과 최민호가 문성민을 도와 팀을 지탱했다. 공격수로 변신함은 물론, 강하고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를 흔들었다. 블로킹에서도 신영석이 전체 2위(세트당 0.576개), 최민호가 3위(세트당 0.574개)로 활약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캐피탈은 공격 종합(성공률 52.88%), 속공(성공률 61.99%), 서브(세트당 1.49개)부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종종 깜짝 스타가 등장하곤 한다. 현대캐피탈에도 다양한 후보가 있다. 외인 대니와 더불어 박주형, 송준호 모두 후반기 들어 ‘인생 경기’를 보여준 바 있다. 원 포인트 서버로 출전하던 이시우도 삼성화재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11일)에서 공격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현대캐피탈에게 지난 포스트시즌은 다소 쓰라렸다. 정규리그 2위로 챔프전에 올라온 OK저축은행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기 때문. 이번 봄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3위 한국전력(22승 14패 승점 62)
#수비_왕국 #믿어요_바광덕 #키는_그의_손에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규리그 36경기 중 16경기에서 풀세트를 치르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승점을 얻기도, 잃기도 하면서 끈질기게 싸웠다. 결국 이달 10일 KB손해보험에게 승점 3점을 따내며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했다.
공격보다 수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리시브(세트당 9.88개)와 수비(세트당 19.23개) 1위, 디그 2위(세트당 9.36개)를 기록했다. 서재덕이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결과였다. 디그에서는 오재성과 전광인이 팀 내 최고였다. *수비=[디그성공+(리시브정확-리시브실패)]/세트수
‘바로티-전광인-서재덕’으로 이어지는 막강 삼각편대를 보유했음에도 공격종합 지표에서는 공격 성공률 49.95%로 최하위가 됐다. 공격 점유율 41.5%를 담당했던 바로티 성공률이 47.7%로 아쉬웠다.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전광인은 공격 성공률 54.41%로 훌륭했다. 이어 서재덕이 48.4%에 머물렀다.
제일 취약한 부분은 중앙이었다. 팀은 7개 구단 중 속공 부문 6위(공격 성공률 54.03%)로 뒤처졌다. 그나마 블로킹에서는 개인 순위 1위인 윤봉우(세트당 0.62개)를 비롯 날개 공격수들이 힘을 냈다. 팀은 전체 2위(세트당 2.46개)로 선전했다.
사실 포스트시즌 키는 세터 강민웅이 쥐고 있다. 그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굳건히 버텨주느냐가 중요하다. 정규리그 3위 팀을 이끈 세터다. 아프니까, 강민웅이다.
4위 삼성화재(18승 18패 승점 58)
#씁쓸한_PS_탈락 #타이스_박철우 #절치부심
충격이었다. 삼성화재가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는 리그 초반부터 분투했다. 총 1,065점으로 전체 선수 중 최다 득점을 선사했다. 2위 파다르(우리카드)의 965득점과는 딱 100점 차이 났다. 타이스는 공격 성공률도 53.94%로 준수했다. 전체 4위, 외인 중에서는 1위였다.
군 제대 후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복귀한 박철우가 힘을 보탰다. 제 컨디션을 찾으며 타이스와 균형을 이뤘다. 3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공격 성공률이 47%~50%~54%~55%로 점차 향상됐다. 5위로 내려앉은 뒤 반등하지 못 하던 팀도 뒷심을 발휘하며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 부족했다. 우선 센터 포지션이 예년에 비해 약해졌다. 김규민, 손태훈으론 힘들었다. 베테랑 하경민이 돕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레프트 류윤식 활용도도 낮았다. 결국 공격 루트가 단조로워졌다.
삼성화재는 지금 이 아픔을 절치부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음 시즌에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5위 우리카드(17승 19패 승점 55)
#아쉬운_뒷심 #복덩이_파다르 #내년엔_몇_뼘
두 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우리카드. 2014~2015시즌을 3승 33패 승점 15점으로 마친 뒤 2015~2016시즌 김상우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결과는 7승 29패 승점 21점. 조금 나아졌으나 확연히 달라지진 못 했다.
선수들은 위축됐다. 패배의식을 떨쳐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올 시즌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자신감을 충전했다.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3라운드까지 5할 승률을 지켰다. 4라운드에는 4승 2패로 3위까지 도약했다. 상승세를 유지하진 못 했다. 5~6라운드 각각 2승 4패로 미끄러졌다. 레프트에서 침묵이 뼈아팠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트라이아웃에서 5순위로 뽑은 파다르가 복덩이였다. 득점은 전체 2위(965점), 공격(성공률 53.08%)은 전체 5위이자 외인 중에서 2위였다. 특히 6라운드에 공격 성공률 57.35%로 정점을 찍었다. 강한 스파이크 서브도 좋은 무기였다.
레프트 한 자리를 책임진 신으뜸도 제 몫을 다했다. 부동의 리시브 1위(세트당 5.09개), 수비 1위(세트당 6.61개)로 이름을 날렸다. 2년차 나경복도 최홍석 대신 투입될 때마다 조커 역할을 해줬다.
비록 최종 순위는 5위지만 우리카드에게는 두 뼘 이상 성장한 시간이었다.
6위 KB손해보험(14승 22패 승점 43)
#슬로우_스타터 #댄싱머신_황택의 #세대교체
중상위권 팀들을 긴장케 했던 KB손해보험. 손현종 시즌 아웃, 하현용과 김요한 부상 회복 등으로 뒤늦게 시동이 걸렸다. 4라운드 4승 2패, 5라운드 3승 3패 등으로 돌풍이었으나 반전이 일어나진 않았다.
가장 큰 수확은 슈퍼 루키 황택의다.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그는 입단과 동시에 주전 세터를 꿰찼다. KB손해보험은 황택의와 함께 보다 빠르고 다양한 플레이를 구사했다. 갓 프로 무대를 밟은 황택의이기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김요한 빈 자리를 메워줬던 이강원 활약도 눈에 띄었다. 2012~2013시즌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그는 올 시즌 가장 많은 출전, 득점을 기록했다(36경기 134세트 총 325득점). 이수황, 황두연 등이 선발 라인업에 가세하며 자연스레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이제 ‘고춧가루 부대’는 그만둘 때가 됐다. KB손해보험, 리그 초반부터 잘 나가는 팀으로 거듭나보자.
7위 OK저축은행(7승 29패 승점 20)
#혼돈의_시즌 #범실은_좀 #다시_해는_뜬다
세페다, 마르코에 이어 모하메드가 오기까지. 첫 단추인 외국인 선수부터 어긋났다. 거기에 송명근, 박원빈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으니 선수단은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송희채가 공수를 책임지며 견뎌보기도 했고, 전병선이나 신인 조재성 등 토종 공격수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최하위까지 떨어졌으니 선수들 스스로 느끼는 바가 컸을 터.
그래도 범실은 너무했다. 7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세트 수였음에도 제일 많은 범실을 저질렀다. 36경기 138세트에서 총 935개. 세트당 평균 6.78개였다. 최소 범실을 기록한 우리카드가 143세트에서 총 808개로 세트당 평균 5.65개인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분명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쨌든 하나만 기억하자. 7승에 그쳤다고 해서, 꼴찌를 했다고 해서 지금껏 흘린 땀이 헛된 것은 아니다. 다시 준비해서 도전하면 된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고 하지 않던가.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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