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R 결산] 남자부 PO행 티켓, 마지막 주사위 던져졌다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02-20 0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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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포스트 시즌 티켓 주인이 아직도 가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졌다.


‘봄 배구’ 무대에 설 주연을 가려내기 위한 마지막 6라운드 주사위가 던져졌다. 대한항공이 선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가운데 2~5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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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잘 나가’ 진짜 강한 대한항공(5R 5승 1패)
지난 4라운드 선두로 복귀한 대한항공. 2위 현대캐피탈과 승점 차를 6점에서 11점까지 벌려놓았다. 5라운드 들어 상위권 팀들이 모두 흔들렸으나 대한항공은 아니었다.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한 후 5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높였다.


비단 두터운 선수층 때문만은 아니었다. 리그 후반 분석을 마친 상대를 교란하기 위해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세터 한선수는 시간차 공격 비중을 높이고 센터들도 적극 활용하려 했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아이디어만 제공해주면 한선수가 알아서 패턴을 연구해온다.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배짱이 대단하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김학민 투혼도 있었다. 그는 지난 9일 현대캐피탈 전에서 발목을 다친 후 훈련에 임하지 못 했다. 통증과 붓기가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포지션 신영수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김학민이 계속 출전해야 했다. 그리고 그의 공격성공률은 5라운드에 60.1%로 최고점을 찍었다.


가스파리니도 분전했다. 2~4라운드 평균 48.9%에 머물던 공격 성공률을 57.8%까지 끌어올렸다. 정지석은 5라운드에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해 성공률 58.7%로 제일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이미 격차가 꽤 벌어졌다. 2위 팀이 남은 모든 경기에서 승점 3점씩을 챙긴다는 가정 하에 대한항공은 승점 8점만 얻으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다. 2위 팀이 3점을 다 챙기지 못 할 경우 우승을 위한 승점은 줄어든다. 대한항공 선수단은 비장하다. 기회가 왔으니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무사히 고공비행을 마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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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질 듯 굳건히 버틴 현대캐피탈(5R 3승 3패)
아슬아슬하다. 2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불안요소가 많았다. 다른 팀들의 추격이 거세니 지체 없이 도망가야 한다.


이달 9일 대한항공 전에서 톤의 대체 외인인 대니가 첫 선을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뒤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하며 한 풀 꺾였다.


대니가 아직 팀 플레이에 완전히 녹아 들지 못 했다. 그는 자신이 출전한 3경기에서 평균 공격 점유율 22.9%, 성공률 43.2%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리시브는 총 53개를 시도해 정확 21, 실패 3으로 성공률 34%였다. 물론 강한 서브는 위력적이었다.


국내선수들이 흔들린 탓도 있었다. 주전 세터 노재욱 손끝이 불안정했다. 공격수에게 올리는 볼이 자꾸만 길을 잃었다. 레프트 박주형도 최근 리시브가 부쩍 흔들렸다. 공격에서는 성공률이 58%~33%~79%~28%로 기복이 심했다. 선수단 전반적으로는 잘하다가 범실로 무너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럼에도 2위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문성민이다. 팀이 잘 될 때나 힘들 때나 꾸준히 제 몫을 해줬다. 시즌 평균 공격 점유율 34.5%인 그는 성공률 54.6%를 선보이는 중이다. 리그 후반으로 들어서며 체력이 떨어질 법 했으나 5라운드에 공격 성공률 56.2%로 가장 좋은 활약을 더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현대캐피탈은 무적이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끈끈한 팀 플레이로 압도했다. 남은 6라운드에도 그런 자신감과 조직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힘들 순 있어도 못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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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승점’ 간절한 한국전력(5R 4승 2패)
4위까지 미끄러졌던 한국전력이 다시 3위로 올라섰다. 여전히 4위 우리카드와 5위 삼성화재 사정권 내에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승점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한국전력은 ‘5세트의 대명사’가 됐다.


1R 3경기 / 2R 2경기 / 3R 3경기 / 4R 2경기 / 5R 4경기에서 풀세트를 치렀다. 심지어 6라운드 첫 경기였던 우리카드 전에서도 5세트까지 가는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분패했다. 결국 한국전력은 지금껏 치른 31경기 중 15경기에서 상대 팀과 승점을 나눠가진 것이다.


가뜩이나 교체 선수가 없어 신음하고 있는 한국전력이다. 팀 특유의 밝고 활기찬 파이팅으로 이겨내 보려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더라도 5세트까지 끌고 가는 집념은 좋다. 이기는 경기에 확실히 마침표를 찍지 못 해 승부를 연장하는 일이 더이상은 나와선 안 된다.


공격 점유율 41.7%를 담당하고 있는 바로티 공격 성공률이 47.5%로 떨어져있다. 팀 내 해결사인 것은 확실하나 타 팀 외인들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 7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6위다. 현대캐피탈 대니가 7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바로티가 최하위인 것이다.


바로티만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다. 세터 강민웅이 혼돈에 빠졌다. 공격수들 입맛에 맞는 공을 올리지 못 했다. 이에 그는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 자꾸 생각하면 힘드니 지나간 것은 잊고 앞으로 경기만 생각하려 한다.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전력을 지탱하는 것은 바로티 전광인 서재덕이 아닌 강민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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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파다르 도와야 산다(5R 2승 4패)
5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2연승. 그 후 4연패여서 더 쓰라렸다. 하위권인 OK저축은행과 KB손해보험을 차례로 잡아놓고 상위권 팀들 벽에 내리 부딪혔다. 최하위였던 옛 시절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다.


파다르는 후반기 들어 더욱 강해졌다. 공격과 서브에서 매서운 스파이크를 뽐냈다. 827득점으로 해당 부문 2위에 오른 그는 공격 성공률도 52.5%로 준수했다. 다른 공격 루트가 모두 통하지 않을 때면 홀로 많은 공을 책임졌다. 올 시즌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 서브, 블로킹 각 3개 이상)도 네 번이나 달성했다.


레프트 최홍석이 파다르 짐을 나눠주긴 했으나 때때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 했다. 그러면 나경복이 투입돼 공격을 거들었다. 다행인 것은 나경복이 최홍석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6라운드 첫 경기였던 19일 한국전력 전에서는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범실을 유도, 팀의 6연속 득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센터진도 휘청거렸다. 박상하가 부상으로 고전했고, 김은섭은 무릎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다. 최근에는 박상하-박진우가 선발로 출전 중이다. 그중 박진우가 후반기에 나아진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파다르가 더욱 위력적으로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서는 레프트와 센터가 더 살아나야 한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특히 센터진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패를 끊어낸 만큼 앞으로의 각오가 더 비장한 우리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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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그래도 넘으려는 삼성화재(5R 3승 3패)


매 경기 승리, 아니 승점 3점에 목숨이 걸렸다. 5위로 내려앉은 뒤 쉽사리 반등하지 못 했던 삼성화재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중심에는 박철우가 있었다. 삼성화재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타이스가 풀리지 않는 날에는 그가 대신 펄펄 날았다.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복귀한 박철우. 3라운드 공격 성공률 47.5%를 시작으로 4라운드 50.4%를 거쳐 5라운드에는 54%로 맹공을 퍼부었다. 이달 18일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는 남자부 역대 통산 1호로 4,000득점을 달성하는 쾌거도 이뤘다.


그런 그의 약점은 KB손해보험을 상대할 때다. 올 시즌 KB손해보험 전에서만 유일하게 공격 성공률이 46.4%로 50%를 넘지 못 했다. 그래서일까. 삼성화재는 KB손해보험에 1~2라운드 승리한 뒤 3~5라운드에는 연이어 패하고 말았다.


시즌 평균 공격 성공률 54.2%를 자랑하는 타이스도 유독 작아질 때가 있다. 어떤 팀과 만나도 55% 근처의 성공률을 기록하던 그가 한국전력과 경기에서는 45.9%로 부진했다. 때문에 팀은 한국전력에 1승 4패로 끌려갔다.


삼성화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또 있다. 현대캐피탈이다. V-클래식 매치의 두 주인공이지만 승리는 대부분 현대캐피탈 차지였다. 삼성화재는 1승 4패로 열세에 놓여있다. 봄 배구를 향한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도 힘차게 도전해보는 삼성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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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손해보험, 얕볼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나(5R 3승 3패)
삼성화재,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5라운드에 KB손해보험이 잡아낸 팀들이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란 말을 증명하듯 신인 세터 황택의가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포 우드리스가 황택의와 손발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금세 극복해냈다. 신장(212cm)을 이용해 높은 타점을 살리면서도 빠른 공격으로 상대 코트를 갈랐다. 중요할 때 한 방을 해결해주는 능력도 비교적 향상됐다.


레프트 주전 한 자리를 꿰찬 이강원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4라운드 공격 성공률이 45.8%까지 떨어지며 주춤했지만, 5라운드 51.6%로 되살아났다. 특히 황택의와는 말 그대로 찰떡 같은 호흡을 자랑했다. 다만 ‘리시브’라는 숙제는 미처 다 해결하지 못 했다.


KB손해보험은 7개 구단 중 리시브 부문 6위다. 세트당 평균 8.53개로 1위 한국전력(10.05개)과 꽤 큰 차이가 난다. 이강원은 물론 황두연도 불안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진만, 백계중, 한기호 등이 지원사격에 나섰으나 부족했다.


이들의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선수들끼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서로를 독려한다고 한다. 4라운드(4승 2패)부터 계속된 좋은 분위기에 힘입어 시즌을 잘 마무리하려는 마음이다. 선수들은 “유대감이 커지고, 자신감도 생겼다”라며 입을 모았다. 6라운드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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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단숨에 ‘시련의 아이콘’으로(5R 1승 5패)
무슨 말을 할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디펜딩챔피언 OK저축은행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왔다. 6라운드 첫 경기까지 거둔 승수가 단 5승뿐이니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모하메드를 살려 고춧가루라도 뿌려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전병선이 모하메드 대신 틈틈이 기용돼 힘을 보탰다. 레프트 송명근이 시즌 아웃된 가운데 송희채, 강영준, 이시몬 등이 힘을 모아봤다. 그래도 승리에 닿을 순 없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삐걱거린 것을 시작으로 주축 선수들의 대거 부상까지 온갖 악재가 겹친 OK저축은행이다. 김세진 감독은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FA 영입, 외국인 선수, 시스템 재정비까지 생각 중이다”라는 설명이다.


OK저축은행은 지독히 시린 이 겨울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 좌절만 남지는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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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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