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아픈 손가락, 32세 세터 강민웅의 성장통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02-09 04:11:00
[더스파이크=수원/최원영 기자] “우리 팀엔 부족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게 바로 나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오던 세터 강민웅이 나지막이 남긴 한 마디다.
강민웅은 2007~2008시즌 수련선수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당시 최태웅(현 현대캐피탈 감독), 유광우에 밀려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 했다. 결국 2013~2014시즌 도중 대한항공으로 트레이드 됐고, 지난 시즌 다시 한국전력으로 둥지가 바뀌었다. 후반기부터 주전 세터로 나섰으나 팀은 정규리그 5위(14승 22패 승점47)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다가온 2016~2017시즌. 한국전력은 1라운드 5위(3승 3패)로 출발했다. 이후 2, 3라운드에는 각각 5승 1패씩을 거두며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4라운드는 달랐다. 2승 4패로 가장 저조한 승률을 기록하며 4위로 미끄러졌다.
책임의 화살은 강민웅을 향했다. 한국전력은 바로티-전광인-서재덕으로 이어지는 걸출한 삼각편대를 보유하고 있다. 센터진도 기존 방신봉, 전진용에 윤봉우가 합류하며 막강해졌다. 리베로 오재성과 김진수도 빈틈없이 버텨줬다. 그런데 하필, 주전 세터 강민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민웅 손끝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공격수들과 리듬이 깨지며 경기는 어렵게만 풀려갔다. 올 시즌 한국전력이 13번이나 풀세트 승부를 치른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순위를 가르는 승점에서 한참 손해를 봤다. 선두 대한항공(19승 8패 승점56)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쌓고도 4위(18승 10패 승점47)로 밀려났다(2월 8일 기준). 강민웅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서로 위해 똘똘 뭉친 한국전력
한국전력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전문 강사를 초빙해 심리 교육을 진행했다. 위축된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함이었다. 신영철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 승패에 신경 쓰지 말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세터 출신인 신 감독은 특히 강민웅에게 마음을 썼다. “민웅이가 처음보다는 좋아졌다. 그런데 성격을 완전히 바꾸지 못 했다. 세트 실수를 하면 계속 거기에 생각이 묶여있다. 때로는 자신이 흔들린다는 걸 모르고 지나가야 한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무조건 다그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중엔 칭찬을 많이 해주려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민웅이가 배짱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쉽게 무너질 수 있는 팀이다. 세터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리시브가 안 됐을 때 세트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으니 호흡이 깨진다. 결정적일 때 민웅이가 세트 범실을 한다. 상위권으로 가기 위해선 그런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라며 채찍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신 감독은 강민웅 부담을 줄이기 위해 5라운드부터 윤봉우에게 주장을 대신 맡겼다. 윤봉우는 “민웅이와 감독님 모두 변화를 원했다. 사실 나도 주장 자리를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그래도 민웅이 짐을 덜어줄 수 있다면 하겠다고 했다. 민웅이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플레이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듯 해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신영철 감독과 윤봉우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편하게, 자신 있게 하면 된다”라며 강민웅을 다독였다. 선수단은 대화를 통해 팀워크를 다지며 사기 진작을 위해 힘썼다.
팀 운명 쥔 미운 오리, 결말은 백조일까
가장 마음이 무거운 건 강민웅이었다. 팀이 패했을 때는 물론이고 승리했을 때도 그는 밝게 웃지 못 했다. “이기니까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풀세트가 많아 승점을 잃었다. 세트마다 기복이 심하니 그런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는 설명이다.
주장 자리를 내려놓은 것에 관해서는 “솔직히 홀가분하다. 한 시즌을 온전히 이끌며 주장까지 해본 게 처음이다. 잘 될 땐 괜찮은데 팀이 안 되니 힘들었다. 평소에도 봉우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 갑자기 주장을 넘겨 미안하다. 그래도 형 덕분에 팀이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라며 진솔한 대답을 들려줬다.
하지만 여전히 강민웅은 한없이 작았다. 본래 성격이 소심한 탓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거듭했다. “평소 생활할 때도 ‘괜찮아. 이제 지나간 건 잊어버리자. 너무 얽매이면 나만 힘들어져’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작아지는 걸 알기 때문에 나쁜 생각은 안 하려고 애썼다”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경기 도중 원하는 대로 안 되더라도 빨리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려 했다. 결국 이 순간을 이겨내야 하는 건 나다. 남이 해줄 수 없으니 내가 해야만 한다. 더 독하고 강하게 마음 먹고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강민웅은 자신이 ‘미운 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괴로워했다. 그러나 본인이 말했듯 이 또한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32세 강민웅이 백조가 되기 위해 겪어내야만 하는 성장통이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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