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넘어 ‘도약’으로, 거침없이 가는 KGC인삼공사
- 여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01-09 02:38: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분위기 쇄신을 통해 변화를 꿈꾸던 KGC인삼공사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채비에 나섰다.
KGC인삼공사가 어느새 3위(10승 9패 승점30)에 자리잡았다. 다른 팀들보다 1~2경기를 더 많이 하긴 했으나 의미 있는 결과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최하위였던 성적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아직 정규리그 도중이긴 하나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상위권 그룹의 순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부문별 기록을 보면 팀은 서브(세트당 1.21개)와 블로킹(세트당 2.31개) 2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는데도 가장 적은 범실을 기록했다. 19경기 70세트에서 285개로 경기당 15개 정도다. 이외에도 KGC인삼공사가 잘 나가는 이유들을 살펴봤다.
자세히 보아야 더 대단한 알레나
KGC인삼공사 공격의 핵심은 역시 알레나다. 대체 선수라는 꼬리표는 일찌감치 떼어버린 지 오래다. 여자부 6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누구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여러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8일 기준 알레나는 득점(556점)과 공격(성공률 43.86%)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도 높은 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 놀랍다. 오픈(성공률 43.59%)과 후위(성공률 41.65%) 공격에서 1위, 퀵오픈(성공률 51.28%) 공격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배구 센스가 좋다. 불가피하게 공격하지 못 하고 공을 넘겨줘야 할 때에는 최대한 코트 빈 곳을 노린다. 상대의 완벽한 세트 플레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재치가 빛을 발해 종종 득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른 인성도 한 몫 한다. 서남원 감독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다. 마인드가 상당히 좋다.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흐뭇한 표정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여기에 알레나가 선보이는 환한 미소는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깜짝 활약’ 골고루 잘해주는 레프트 라인
올 시즌 시작 전 KGC인삼공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레프트 포지션이었다. 백목화와 이연주 공백 때문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과는 달랐다. 레프트 두 자리에 여러 선수가 등장해 제 역할을 해줬다. 최수빈과 지민경, 장영은에 최근 김진희까지 합류해 선의의 경쟁 중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선수들이 돌아가며 한 명씩은 꼭 터져준다는 것이다.
우선 최수빈은 2012~2013시즌 1라운드 6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됐다. 데뷔 시즌에 23경기 61세트에 출전해 44점(공격 성공률 27.08%)을 올린 게 개인 최다 득점이었다. 사실상 한 시즌도 온전히 뛰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18경기 63세트동안 벌써 136득점(공격 성공률 29.72%)을 쌓았다.
김진희도 마찬가지다. 2011~2012시즌 전체 5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으나 그 해 16경기 40세트에 나와 68득점(공격 성공률 40.97%)을 만든 게 개인 최다 기록이다. 결국 현대건설에서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됐고,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로 둥지를 옮겼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 차츰 출전 시간을 늘리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영은은 2011~2012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라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신했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유미라(현 IBK기업은행) 공백을 채우기 위해 센터로 나섰다. 올 시즌에는 다시 레프트로 전향해 전반기를 잘 버텼다.
지민경은 이번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뽑힌 루키다. 팀에 적응을 마친 뒤 꾸준히 기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18경기 61세트에 출전해 96득점(공격 성공률 29.07%)을 선사했다.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약점은 불안한 리시브다. 세트당 5.97개에 그쳤다. 1위 GS칼텍스가 세트당 9.03개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KGC인삼공사가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는 원인 중 하나다. 리시브를 보완하고 전반적인 공격 성공률을 올릴 필요가 있다.
코트 안팎에서 중심 잡는 고참 선수들
국가대표 리베로로 이름을 날린 김해란. 소속 팀인 KGC인삼공사에서도 코트를 누비며 멋진 수비를 선보인다.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서남원 감독은 “해란이에게 많은 걸 맡긴다.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우리 팀 전력의 반이다”라고 표현했다.
센터로 변신한 한수지는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지속적으로 활약하며 팀을 웃게 했다. 공격보다는 블로킹에서 더욱 강점을 갖는다. 양효진(현대건설)에 이어 블로킹(세트당 0.86개)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공격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세터 이재은도 있다. 팀 리시브가 흔들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블로킹이나 서브로 점수를 만들며 쏠쏠한 재미도 봤다. 후배들 뒤를 받쳐주는 선배들이 든든한 KGC인삼공사다.
의심할 여지 없는 ‘서남원 매직’
KGC인삼공사 돌풍의 원동력은 역시 서남원 감독이다. 비시즌 새로이 지휘봉을 잡게 된 서 감독은 선수들 내면에 깊게 뿌리내린 패배의식을 걷어내려 애썼다.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눈치만 보고 웃지를 못 하더라. 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밝아진 선수들은 자신감도 되찾았다. 다른 팀과 힘겨루기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장영은은 “예전에는 경기 시작도 전에 심적으로 먼저 지고 들어갔던 적이 많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그런 편견을 깼다. 서로 잘 어우러지며 승리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서 감독은 최대한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 노력을 통해 실력을 드러낸 선수에게는 ‘선발 출전’이라는 선물을 줬다. 선수단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는 많지 않으나 차곡차곡 승리를 챙겼다.
이제 KGC인삼공사는 변화를 넘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달라진 이들이 그려나갈 미래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 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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