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윤곽 드러낸 남자부, 3강 2중 2약 굳혀지나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6-12-28 06:17: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매일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있던 2016~2017시즌 V-리그 남자부 순위표. 전반기를 마치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3강 2중 2약으로 가려졌다. 앞으로 경기는 딱 절반이 남았다. 어떤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까. 7개 구단이 새 국면에 접어들 준비에 한창이다.
-공 샐 틈 없는 선두 현대캐피탈(3R 5승 1패)
지난 시즌 후반기 전승을 달릴 때의 기세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위용을 뽐내며 선두로 올라섰다. 선발 라인업 어느 곳을 봐도 구멍을 찾기 어렵다. 팀 내 주포 역할을 맡은 라이트 문성민과 반대쪽에서 공수를 겸하는 레프트 톤-박주형. 최고의 콤비를 자랑하는 센터 신영석-최민호에 리베로 여오현, 세터 노재욱까지 구성이 탄탄하다. 올 시즌도 특유의 빠른 배구를 앞세워 조직력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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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 공격 및 서브에 물이 올랐다.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어 상대 코트를 노렸다. 센터진도 눈에 띈다. 특히 신영석은 공격력에 까다로운 서브까지 장착했다. 이달 23일 우리카드전에서는 홀로 블로킹 6개, 서브에이스 5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팀은 공격(성공률 54.94%)과 서브(세트당 1.34개) 부문 1위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은 좋은 성적과 더불어 세대교체까지 내다보고 있다. 센터 최민호가 부상으로 주춤하자 2년차 김재휘가 빈 자리를 잘 소화했다. 대한항공에 센터 진성태를 내주고 얻은 신인 레프트 허수봉은 틈틈이 코트를 밟으며 프로무대에 적응 중이다. 이시우도 원 포인트 서버로서 범실은 줄이고 상대는 흔드는 좋은 서브를 구사 중이다. KB손해보험을 제외한 모든 팀을 상대로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최태웅 감독이 만든 ‘원 팀(One Team)’이라는 시스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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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톤이 고민이다. 경기마다 기복을 보여 안정감을 주지 못 했다. 당초 수비력에 기대를 걸었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톤은 이달 11일 OK저축은행과 경기(현대캐피탈 3-1 승리)에서 리시브 성공률 12.50%(총 시도 16, 정확 2, 실패 0)로 흔들렸다. 점유율은 20.25%였다.
팀 전체적으로는 한국전력만 만나면 작아졌다. 누적 전적에서 15승 63패로 완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올 시즌에는 3전 전패(세트스코어 1-3, 2-3, 2-3)했다. 이유는 있었다. 에이스 문성민이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가장 고전했다. 공격 성공률 45.45%로 시즌 평균인 54.7%에 한참 못 미쳤다. 후반기에는 한국전력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무서워진 한국전력, ‘체력+승점’ 관리 힘써야(3R 5승 1패)
1라운드 3승 3패에 그쳤다. 2, 3라운드에는 5승 1패로 거침없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매번 라운드 전승 문턱 앞에서 좌절했으나 상위권 성적에 위로를 얻었다. 지난 시즌 5위로 봄 배구를 놓친 한국전력. 올 겨울엔 소리 없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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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티-전광인-서재덕’ 트리오가 날면 그날은 좀처럼 한국전력을 막기 힘들었다. 한쪽에서 침묵해도 다른 쪽에서 공격을 뚫어주니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중 전광인과 서재덕은 수비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 전광인은 몸을 아끼지 않는 디그로, 서재덕은 안정적인 리시브로 코트를 지켰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베테랑 센터 방신봉-윤봉우 듀오도 있다. 높은 벽을 세워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물론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렸다. 방신봉은 중요할 때 한 방을 터트려주는 승부사였다. 윤봉우는 아직도 블로킹 1위(세트당 0.73개)에 고정돼있다. 한국전력은 블로킹(세트당 2.77개)과 리시브(세트당 10.08개) 부문 선두를 차지했다. 디그(세트당 9.31개)도 2위로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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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떠오르는 취약점은 역시 얇은 선수층이다. 주전 선수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다치게 되면 곧바로 빨간 불이 켜진다. 대신해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전과 비 주전의 기량 차가 크다는 뜻도 된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전력은 전반기 5세트까지 가는 경기를 8번이나 치렀다. 6승 2패로 승률은 좋았으나 선수들 체력이 우려됐다. 승점 3점을 고스란히 챙기지 못 하는 것도 단점이다. 포스트시즌까지 계산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여러모로 관리에 힘써야 한다.
-위태로운 숨 내쉰 대한항공(3R 3승 3패)
아슬아슬하게 1위를 지켜오던 대한항공이 3위까지 밀려났다. 3라운드에는 하위권에 속한 OK저축은행과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3-2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1로 꺾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결국 중상위권 팀(현대캐피탈, 한국전력, 삼성화재)들과 맞대결에서는 모두 밀리며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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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부터 강점으로 꼽혀온 탄탄한 선수층이 팀을 지탱했다. 레프트 김학민이 흔들리면 신영수가 뒤를 받쳤다. 신영수는 어려울 때 더욱 힘을 내며 팀을 도왔다. 곽승석과 정지석도 한 자리를 놓고 상부상조했다. 팀 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리시브를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는 서브로 번번이 상대 코트를 갈라놓았다. 세트당 0.61개로 서브 부문 1위를 손쉽게 차지했다. 센터 포지션에서는 김형우, 진상헌, 진성태, 최석기가 번갈아 투입되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줬다. 모든 선수가 골고루 벽을 쌓은 덕분에 팀은 ‘블로킹 강국’이 됐다. 세트당 2.64개로 블로킹 부문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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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파리니가 팀 내 해결사임은 분명하다. 올 시즌 공격 점유율 40.3%를 책임지며 성공률 50.5%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범실이 너무 많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더 큰 아쉬움은 리시브에서 나온다. 대한항공은 분명 수비가 강한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리시브 정확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리베로 김동혁과 백광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시도했던 3인+오버 핸드 리시브 체제를 팀 상황에 맞게 바꿨으나 나아지지 않았다. 팀은 리시브 부문 최하위(세트당 8.27개)로 처져있다. 1위 한국전력(세트당 10.08개)과 큰 차이가 난다. 범실도 많다. 개수로 따지면 OK저축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18경기 74세트에서 434개로 경기당 평균 24.11개였다. 이대로라면 후반기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대한항공이다.
-강 팀에 강해야 할 우리카드(3R 3승 3패)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통틀어 7승에 그쳤던 우리카드다. 올 시즌에는 언제 꼴찌였냐는 듯 승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전반기를 9승 9패로 마쳤다. 바라던 5할 승률을 달성했다. 달라진 것은 확실하나 강 팀으로 가기엔 한 걸음 모자랐다. 상위권 팀들에게 더욱 매운 고춧가루를 뿌려야 4위 그 이상을 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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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를 포함한 대부분 팀들이 가장 고민하는 자리가 레프트 보조 공격수 쪽이다. 올 시즌에는 신으뜸의 놀라운 활약이 있어 걱정을 내려놓았다. 신으뜸이 일찌감치 리시브 1위(세트당 5.38개)에 오른 것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수비도 세트당 6.90개로 정상에 올랐다. 신으뜸은 작은 신장(190cm)을 극복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에도 힘을 더했다.
데뷔 후 매 시즌 공격 성공률이 50%를 밑돌았던 최홍석 활약상도 주목할만하다. 전반기 공격 성공률 55.9%(전체 1위), 점유율 20.2%를 보였다. 시즌 초반 우리카드가 1, 2위를 다툴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 배경에는 세터 김광국이 있다. 예년보다 빠른 패턴 플레이로 공격수들의 득점을 도왔다. 경기 운영도 한층 안정된 모습이다. 덕분에 우리카드는 자신감과 끈끈한 분위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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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다르가 딱 2% 아쉽다. 한 게임 내에서도 경기력이 변화무쌍하다. 파워를 잘 활용해 범실을 줄이고 더욱 순도 높은 득점을 만들어야 한다. 최홍석 몸 상태도 걱정이다.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그는 대퇴부 근육 부상까지 겹치며 불가피하게 결장했다. 2년차 나경복이 비교적 잘해주고 있다고는 하나 최홍석과 견주기엔 아직 부족하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돌아온 최홍석이 시즌 초반과 같은 컨디션을 되찾아 파다르를 거들어야 한다. 강한 팀들을 무찔러야 밟고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혼돈에 빠진 삼성화재(3R 2승 4패)
2라운드를 2승 4패로 마쳤다. 그래도 라이트 박철우가 돌아왔다. 3라운드가 되면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2승 4패로 5위에 머물렀다.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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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스가 분명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공격만 하기에도 바쁜데 리시브까지 가담한다. 타이스는 공격 점유율 50.9%, 성공률 54.6%(전체 5위)로 맹활약 중이다. 18경기 76세트에서 587득점을 쓸어 담았다. 2위 파다르(우리카드)의 450득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다만 서브는 좀 더 정교해져야 한다. 박철우도 김명진보다는 무게감을 더했다. 고무적인 것은 세터 이민욱 성장이다. 유광우 대신 기용돼 박철우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타이스와 세트 플레이도 점차 나아지며 팀 분위기 반전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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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루트가 단순하다. 좌우 날개가 많은 비중을 가져가는 것은 대부분 팀이 마찬가지지만 삼성화재는 유독 공격이 치우쳐 있다. 이미 분석을 마친 상대에게 간파 당하기 일쑤였다. ‘박철우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복귀 후 약 30%에 가까운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며 타이스 짐을 덜어줬다. 하지만 공격 성공률이 평균 48.8%밖에 되지 않았다. 분발이 요구된다. 센터 김규민과 손태훈, 하경민 등이 중앙에서 큰 힘을 내지 못하는 것도 약점이다. 선두와는 벌써 승점 12점, 약 4게임 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후반기에는 구겨진 자존심을 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알다가도 모르는 KB손해보험(3R 2승 4패)
KB손해보험 선수 면면을 보자. 경기에서 속절없이 당할 정도로 약한 구성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어느새 패배에 익숙한 팀이 됐다. 그러면서도 대한항공, 삼성화재 등을 잡아내며 모두를 놀라게 한다. 무서울 땐 정말 거침없는 KB손해보험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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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순위로 입단한 세터 황택의가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경기 운영 능력은 부족하나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하는 것이 장점이다. 강한 서브는 상대를 긴장케 하기에 충분했다. 교체선수들 활약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황택의와 비교해 권영민은 교체 출전하고 있으나 우드리스와 호흡이 더 좋다. 김요한과 황두연을 대신하는 이강원, 김진만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강원 공격력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중앙 선수층이 얇지만 이선규가 있어 든든하다. 최근 하현용도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왔다(12/24 대한항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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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구성은 나쁘지 않은데도 승수를 얼마 쌓지 못 했다. 리시브가 너무 흔들린 탓이다. 강성형 감독은 시즌 초반 황두연과 이강원 카드를 놓고 고심했다. 그나마 리시브가 나은 황두연이 선택 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전치 않자 김진만까지 가세했다. 여전히 팀은 리시브 6위(세트당 8.83개)로 처져있다. 7개 구단 중 공격 성공률도 50.33%로 최하위다. 무엇보다 앞서고 있어도 승리를 지키는 법을 잘 몰랐다. 3라운드를 마칠 무렵 시즌 첫 연승을 맛봤다.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OK저축은행,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걸까(3R 1승 5패)
패배 숫자가 하나둘 쌓이더니 8연패가 됐다. 1위는커녕 4위 우리카드와도 승점 17점 차이다. 6경기 정도 벌어진 것이다. 후반기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OK저축은행에게는 유독 힘든 한 시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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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부터 부상 선수가 많아 고전했다. 국내선수들로 힘겹게 버티자 선수들이 하나 둘 코트로 복귀했다. 레프트 강영준, 센터 김정훈-박원빈과 더불어 레프트 송명근과 새 외인 모하메드(라이트)까지 합류하며 드디어 완전체가 됐다. 특히 모하메드는 교체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금세 팀에 녹아 들었다. 절반에 가까운 공격 점유율을 차지하며 성공률 50.4%를 기록했다. 나름대로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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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경기만 했다. 부상 등으로 인해 경기를 뛰는 선수도 자주 바뀌었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오히려 불안감을 낳았다. 조직력이 흐트러질 수 밖에 없었다. 팀은 리시브 2위(세트당 10.07개)에 올랐으나 리베로 정성현이 다소 휘청거린다. 그가 흔들리자 세터 이민규도 갈피를 잡지 못 했다.
송명근과 송희채는 경기마다 기복이 커 고전했다. 중앙에서 블로킹이 터지지 않으니 팀은 해당 부문 최하위(세트당 1.65개)로 떨어졌다. 결국 어느 포지션에서도 안정감을 주지 못 했다. 과연 OK저축은행은 후반기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조금이나마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보길 바란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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