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R 결산] 내일은 모르는 ‘대 혼전’ 남자부, 각 팀 별 속사정은?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6-12-05 01:25: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5강 2약. 이달 2일 남자부가 V-리그 2라운드를 끝마친 결과다. 5강 팀들의 경쟁에는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오늘의 순위를 내일은 장담할 수 없었다. 상위권과 하위권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남자부 순위(12월 5일 기준)
1위 대한항공 9승 3패 승점 25
2위 현대캐피탈 9승 4패 승점 25
3위 한국전력 9승 4패 승점 24
4위 우리카드 6승 6패 승점 20
5위 삼성화재 5승 7패 승점 19
6위 KB손해보험 3승 10패 승점 11
7위 OK저축은행 3승 10패 승점 8
(순위 결정 방식: 승점-승수-세트 득실률-점수 득실률 순)
-못 받아도 잘 때리는 선두, 대한항공(2R 4승 2패)
대한항공은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팀이다. 공격은 좋지만 수비가 불안하다. 우선 공격에는 ‘김학민’이 있다.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 김학민은 공격 성공률 56.63%로 전체 1위에 올랐다(이하 모든 기록 12월 5일 기준). 서브도 세트당 0.40개로 전체 4위다. 해당 부문 상위 7명 중 국내선수는 김학민이 유일하다. 지금까지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해도 손색없을 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외인 가스파리니도 든든한 편이지만 2라운드 들어 다소 흔들렸다. 1라운드 54.81%였던 공격 성공률은 2라운드 49.61%로 떨어졌다. 범실을 줄이고 공격 정확도를 보다 높여야 한다. 서브는 여전히 강하다. 세트당 0.53개로 전체 2위다.
문제는 역시 리시브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주포 김학민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리시브 체제를 3인에서 2.5인으로 줄였다. 곽승석, 정지석이 맡은 레프트 보조 공격수 자리에는 구멍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리시브 구멍은 수비 전문인 리베로 포지션에서 생겼다.
지난 우리카드 전(11/24)에서 백광현은 리시브 성공률 11.11%(총 18개 시도, 정확 8, 실패 6)로 충격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후 리시브는 김동혁이, 디그는 백광현이 담당하게 됐다. 단 둘뿐인 리베로가 모두 리시브에서 약점을 보이니 팀은 해당 부문 최하위로 처졌다. 세트당 8.11개로 1위 OK저축은행(10.42개)과 큰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세터 한선수는 어디로 올라올지 모르는 공을 위해 쉴 새 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대한항공은 공격 3위, 블로킹 2위, 서브 2위 등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시즌 초반에만 잘나간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격의 시작인 리시브부터 안정돼야 한다.
-무서운 현대캐피탈, ‘업 템포 2.0’ 벌써 완성?(2R 4승 2패)
현대캐피탈이 지난 시즌 선보인 스피드 배구는 올 시즌 ‘업 템포 2.0’으로 진화했다. 지난 시즌에는 후반기부터 돌풍을 일으켰다면 이번에는 벌써 어느 정도 무르익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톤의 변화가 눈에 띈다. 그는 2라운드 초반까지만 해도 팀 시스템에 녹아 들지 못 해 고전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기대를 걸었으나 아쉬움만 짙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격, 블로킹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스스로도 “팀에 적응을 마쳤으며 몸 상태도 점점 좋아진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리시브가 숙제로 남았다. 세트당 2.96개로 아직 불안하다(1위 우리카드 신으뜸 세트당 5.78개). 상대 서브의 주 타깃이 되는 톤이기에 리시브를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물론 문성민도 빼놓을 수 없다. 주장이자 주 득점원으로서 무게감을 더했다. 공격 성공뿐 아니라 상대 블로킹에 차단된 것, 공격 범실 등을 감안해 실질적인 ‘팀 기여도’를 나타내는 ‘공격 효율’을 살펴보자. 1라운드 35.85%였던 수치는 2라운드 43.72%까지 치솟았다. 효율은 40%대만 나와도 최상위권이다. 그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터 노재욱이 허리 부상을 딛고 돌아오니 팀도 훨씬 안정감을 찾았다. 센터 최민호와 신영석, 레프트 박주형, 리베로 여오현까지 구성이 탄탄하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만한 조합이다.
-한국전력, 다 좋으니 부상만 피해다오(2R 5승 1패)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들만의 긍정 바이러스에 전염될 것 같다. 한국전력은 화기애애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덕분에 순위표에서 두 계단이나 상승하며 좋은 성적을 얻었다. 베테랑 센터 방신봉과 윤봉우가 실력뿐 아니라 생활 면에서도 후배들을 이끌며 솔선수범한다.
주장 강민웅은 주전 세터로서 경기를 조율하기도 하지만 평소 팀을 다잡는 역할도 소화한다. 리시브와 공격을 병행하는 서재덕은 팀에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그저 웃는다. 톱니바퀴가 잘 맞물릴 수밖에 없다.
그런 한국전력도 속앓이를 한다. 강한 전력과 대비되는 얇은 선수층. 이게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대부분 포지션에서 선수들이 제 역할을 십분 해내며 2라운드 전승을 눈앞에 뒀다. 팀은 득점 1위, 블로킹 1위, 디그 2위, 리시브 2위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중 전광인이 발목 부상으로 삐끗했다(11/25). 덩달아 팀도 삐걱거렸다. 전광인이 대체불가 자원인 것은 맞지만, 뒤를 받쳐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은 분명 우려스럽다. 비단 레프트 포지션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주전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부상 주의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한국전력이다.
-5할 승률 우리카드, 이기는 법 알았다(2R 3승 3패)
우리카드는 2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삼성화재를 물리쳤다(세트스코어 3-2). 창단 후 처음으로 삼성화재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강호 대한항공도 잡아냈다. KB손해보험도 우리카드의 제물이 됐다. 반면,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은 넘어서지 못 했다.
특히 OK저축은행 전 패배가 뼈아팠다. 상대는 외인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그럼에도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 당했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이 경기를 가리키며 “두고두고 후회되는 경기”라 표현했다.
사실 이렇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팀이 됐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통틀어 단 7승에 그쳤던 우리카드다. 무기력하게 지는 경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우리카드의 돌풍이 없었다면 V-리그의 재미는 지금보다 반감됐을 것이다.
취약하던 레프트 보조 공격수 자리를 훌륭히 메워준 신으뜸이 있기에 가능했다. 리시브(세트당 5.78개)와 수비(세트당 7.49개) 부문 1위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레프트 주포 최홍석도 성치 않은 무릎을 안고 비상했다. 공격 전체 3위(성공률 56.14%)에 오르는 등 선전했다. 센터 김은섭 합류는 단비와 같았고, 세터 김광국의 경기 운영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외국인 선수 파다르도 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이제 이기는 법은 터득했다. 선두 권을 내다보기 위해 치고 나가는 힘을 기르는 우리카드다.
-삼성화재, ‘박철우 카드’ 잘 활용해야(2R 2승 4패)
홀로 고군분투하던 타이스. 1라운드 6경기에서 224득점으로 2위 우드리스(KB손해보험)의 165득점을 따돌렸다. 2라운드까지 합산하자 총 416득점으로 뒤를 잇는 파다르(우리카드)의 295득점과 더 큰 차이를 보였다. 공격 성공률은 55.93%로 김학민(대한항공), 전광인(한국전력), 최홍석(우리카드)에 이어 전체 4위에 올랐다. 알짜배기 득점을 보탠 것이다.
그런 그에게 지원군이 생겼다. 박철우가 군 전역 후 팀에 복귀했다. 2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대한항공 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블로킹 1개, 서브 2개 포함 총 22득점으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공격 성공률 55.88%, 점유율 26.36%였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 바람대로 라이트 포지션에서 상대에 보다 위협이 되는 존재로 돌아왔다.
이제는 박철우 카드를 어떻게,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삼성화재는 2라운드 2승 4패로 타이스만으론 안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2라운드 부진을 씻고 반격을 노리기 위해서는 3라운드부터 승점 관리에 힘써야 한다.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 먼저 도망가는 팀은?
2라운드에 KB손해보험은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을 꺾고 2승 4패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은 우리카드에만 승리를 거두며 1승 5패에 머물렀다. 하위권 두 팀 중 먼저 탈출하는 팀은 누가 될까.
우선 OK저축은행은 그간 이 대신 잇몸으로 버텨왔다. 외국인 선수 마르코와 송명근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라이트 전병선과 신인 조재성 등 새 얼굴들을 발굴하며 전력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에이스 송명근이 무릎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왔다. 라이트 포지션도 외국인 선수 합류가 임박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이달 3일 한국전력과 경기 후 “대체외인이 이르면 다음주쯤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겠지만 그래도 빠듯했던 살림이 나아졌으니 반등을 꿈꿀 수 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기존과 비교해 전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신예 세터 황택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한 서브 등 장점도 많지만 아직 세트나 경기 운영이 능숙하지 않다. 외인 우드리스는 허벅지 부상을 떠안았으나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앞서가다가도 뒤집히고, 따라갈 듯 하면서도 주저앉았던 KB손해보험. 도약을 위해서는 뒷심을 발휘해 승리의 맛을 자주 봐야 한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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