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결산] 남자부, ‘잘 되는 집vs안 되는 집’ 이유는 있다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6-11-09 0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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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10월 15일 대장정을 시작한 2016~2017 NH농협 V-리그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혼전 속에 받아 든 성적표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남자부 1라운드 최종 순위
1위 대한항공 5승 1패 승점 14
2위 우리카드 3승 3패 승점 11
3위 현대캐피탈 4승 2패 승점 10
4위 삼성화재 3승 3패 승점 10
5위 한국전력 3승 3패 승점 8
6위 OK저축은행 2승 4패 승점 5
7위 KB손해보험 1승 5패 승점 5
(순위 결정 방식: 승점-승수-세트 득실률-점수 득실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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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수 활약이 돋보인 4팀을 선정해 지난 시즌과 올 시즌 공격 효율을 비교해봤다. 기록은 11월 7일 기준.)


△알짜배기 토종 선수 있어야 산다
-대한항공, 김학민·곽승석이 완성한 삼각편대
대한항공은 라이트 가스파리니와 더불어 국내 정상급 날개 공격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기에 막강한 전력이 예상됐다. 가스파리니-김학민-곽승석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비상했다.


지난 시즌 대비 팀 내 외국인 선수 공격 점유율은 31%에서 39%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격 효율 면에서는 김학민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공격 효율이란 선수들이 실제로 팀에 기여한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공격 효율=(공격성공수-상대블로킹 차단-공격범실)/공격시도’가 된다.


가스파리니: 공격 점유율 39% / 공격 성공률 55% / 공격 효율 36%
김학민: 공격 점유율 25% / 공격 성공률 58% / 공격 효율 44%
(이하 기록 11월 7일 기준)



결과적으로 공격 성공률이나 효율을 봤을 때 김학민의 팀 공헌도가 외국인 선수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마지막 퍼즐을 맞춘 곽승석도 한 몫 했다. 지난 시즌 정지석과 자리가 겹치며 출전 기회를 잡지 못 했으나 올 시즌은 레프트 한 자리를 단단히 꿰차고 있다. 빠른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현재 디그 부문 1~5위 중 리베로가 아닌 선수는 곽승석이 유일하다(4위, 세트당 1.86개).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김학민 뒤를 받치고 있다. 취약했던 중앙은 현대캐피탈과 트레이드를 통해 신인 레프트 허수봉을 내어주고 진성태를 영입하며 보강했다.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는 말할 필요도 없고, 리베로 백광현도 경기를 치를수록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잘 짜인 국내 선수와 가스파리니의 시너지 효과가 대한항공의 초반 상승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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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최홍석)


-진짜 독해진 우리카드, ‘新 고춧가루 부대’로 거듭나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가 혼전이 된 데에는 이 팀 역할이 컸다.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우리카드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1라운드 5위(2승 4패 승점 7점)였으나 올해는 2위로 마무리했다.


파다르: 공격 점유율 44% / 공격 성공률 52% / 공격 효율 32%
최홍석: 공격 점유율 24% / 공격 성공률 55% / 공격 효율 45%



눈에 띄는 점은 레프트 최홍석의 공격 효율이다. 지난 시즌 24%였던 수치를 45%까지 끌어올렸다. 파다르와 좌우 균형을 이루며 팀에 날개를 달았다. 레프트 신으뜸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공격보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그는 세트당 평균 6.29개 리시브로 해당 부문 1위에 올랐다. 세트당 4.92개로 2위인 서재덕(한국전력)을 가볍게 따돌렸다. 기세를 몰아 수비 부문 1위도 차지했다. 세트당 평균 7.63개로 2위 류윤식(삼성화재)의 기록 6.42개를 제쳤다. *수비 세트당 평균=[(리시브 정확-리시브 실패)+디그 성공] / 세트 수


관건은 부상 관리다. 최홍석은 훈련도 채 소화하지 못 할 정도로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2년차 나경복이 뒤를 지탱하고 있고 안준찬, 이동석에 내년 1월 김정환이 전역 후 복귀한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센터진을 견고하게 만들어준 김은섭과 박상하도 발목 부상으로 고전 중이다. 긴 시즌 동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프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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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템포 2.0’ 현대캐피탈, 기복 줄이면 완성 눈앞에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울다가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웃었다.


톤: 공격 점유율 23% / 공격 성공률 53% / 공격 효율 35%
문성민: 공격 점유율 27% / 공격 성공률 54% / 공격 효율 35%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오레올과 국내 선수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가며 다양한 공격 루트로 상대를 공략했다. 때문에 외인을 뽑을 때 공격만 가능한 선수보다는 수비력까지 갖춘 선수를 염두에 뒀다. 그렇게 톤이 팀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 48%였던 외국인 선수 공격 효율이 35%까지 떨어졌다. 톤이 공격은 물론 리시브에서도 합격 점을 받지 못 했다. 경기력에 기복이 큰 탓이었다. 주전 노재욱의 허리 부상으로 이승원에 한정훈 카드까지 꺼낼 정도로 세터 포지션이 흔들렸던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이 1라운드를 3위로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문성민과 센터진이다. 문성민은 가장 많은 공격을 담당하며 주장으로서 중심을 잡았다. 공격 효율은 35%로 다소 아쉬우나 그가 팀 내 해결사임은 분명했다. 센터 최민호와 신영석은 날개 공격수를 병행하며 팀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현대캐피탈은 포지션 파괴 등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 바탕에는 무릎이 좋지 않은 박주형,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 송준호 등에 대한 최태웅 감독 고민도 담겨있을 것이다. 아직 과도기지만 스피드 배구 업그레이드 격인 ‘업 템포 2.0’이 완성된다면 보다 강해질 수 있는 현대캐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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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전광인)


-전광인+윤봉우 활약에도 미끄러진 한국전력
KOVO컵 대회 우승을 거머쥔 한국전력. 정규리그에서는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 했다. 레프트를 지키는 국가대표 듀오 전광인-서재덕에 센터 윤봉우까지 가세해 특급 활약을 보탰으나 2% 부족했다.


바로티: 공격 점유율 40% / 공격 성공률 51% / 공격 효율 32%
전광인: 공격 점유율 28% / 공격 성공률 58% / 공격 효율 43%



전광인이 그야말로 불을 뿜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공격 점유율은 6%p, 성공률은 7%p, 효율은 무려 12%p나 올랐다. 이쯤 되면 바로티와 전광인 중 누가 외국인 선수인지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전광인은 타이스(삼성화재)에 이어 공격 전체 2위를 차지하며 토종 에이스의 위엄을 과시했다. 올 시즌 새 식구가 된 윤봉우 활약도 만만치 않다. 특히 승부처에서 터지는 블로킹은 팬들로 하여금 ‘윤봉우 타임’을 떠올리게 한다. 윤봉우는 세트당 0.77개로 블로킹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한국전력 승패는 세터 강민웅 손에 달려있다. 강민웅이 얼마나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진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백업 선수 육성도 필요하다. 세터 이승현, 정주형, 황원선과 레프트 박성률, 안우재, 주상용 등이 확실히 자리잡지 못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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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시즌 각 팀 별 공격 점유율 분포도. 11월 7일 기준)


△외국인 선수 공격 점유율은 오히려 늘어나
-타이스 앞세운 삼성화재, 1라운드 선방
올 시즌 국내 선수 평균 공격 효율이 지난 시즌 34%에서 38%로 증가했다. 이제 막 1라운드가 끝났을 뿐이나 고무적인 결과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을 도입했음에도 외국인 선수 공격 비중은 여전히 높다. 지난 시즌 평균 38%였던 수치는 올 시즌 40%로 늘어났다.


타이스: 공격 점유율 57% / 공격 성공률 58% / 공격 효율 40%
김명진: 공격 점유율 18% / 공격 성공률 47% / 공격 효율 28%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삼성화재다. 타이스는 득점(224점)과 공격(성공률 58.40%) 부문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득점의 경우는 2위 우드리스(KB손해보험)의 165득점을 훨씬 뛰어넘었다. 라이트 김명진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에 확실한 득점원이 타이스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화재는 이달 27일 전역하는 박철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 5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중앙에서 센터진 득점이 보다 많이 나와야 하며, 리시브에만 전념하고 있는 류윤식을 공격에 더욱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위권 두 팀, 2R는 잿빛일까 장밋빛일까
-OK저축은행·KB손해보험, 탈 꼴찌 대결 승자는?
OK저축은행은 송명근, 강영준, 김정훈, 박원빈 등 주축 멤버들이 부상에 시달리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1라운드 후반 희망은 봤다. 외국인 선수 마르코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라이트 전병선의 깜짝 활약은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이민규, 곽명우가 함께 버티는 세터 포지션은 강하다. 그러나 팀이 안정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어쨌든 송명근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2라운드 첫 상대인 한국전력과 경기(11/10)가 중요하게 됐다.


한편 KB손해보험도 레프트 김요한이 어깨 부상으로 부진하며 위기에 처했다. 나머지 레프트 한 자리도 불안하다. 이강원은 높이와 공격력을 갖췄지만 리시브가 모자라다. 그나마 리시브가 됐던 황두연마저 흔들리며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우드리스 어깨가 무거워졌다. 세터 권영민이 주춤한다면 팀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11월 8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는 신인 세터 황택의를 투입해보기도 한 KB손해보험이다. 꼴찌 탈출을 위해서는 세터와 레프트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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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승점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한 두 경기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2라운드 역시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이번 시즌이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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