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결산] 여자부 외국인 선수, 누가 누가 잘했나
- 여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6-11-08 21:40:00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올해 두 번째를 맞은 여자부 트라이아웃. 현대건설 에밀리를 제외한 5개 구단이 모두 새로운 얼굴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느덧 1라운드가 지났다. 과연 어떤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활약상에 울고 웃었을까.
팀 성적과 함께 날아오른 그녀들_ IBK기업은행 리쉘, 흥국생명 러브
이정철 감독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럴 것이 드래프트에서 6순위 지명권을 받아 든 IBK기업은행이었다.
이정철 감독의 선택은 메디슨 킹던(현 리쉘)이었다. 신장(184cm)은 작지만 파워가 넘쳤다. 게다가 수비까지 가능했다. 이 점이 이정철 감독을 매료시켰다. 과감히 팀 색깔까지도 바꿨다. "리쉘은 높이가 떨어져 공격적인 부분은 좀 떨어진다. 대신 수비력을 갖췄고 발이 빠르다. 이제 우리도 빠르고 섬세한 배구를 추구할 것이다.“ 시즌 전 이정철 감독의 말이다.
리쉘의 진가는 KOVO컵에서부터 드러났다. 데뷔전이라고 할 수 있었던 KOVO컵 조별예선 도로공사와의 첫 경기에서 39득점, 공격 성공률 59.64%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가진 경기에서도 리쉘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결승전에서도 KGC인삼공사의 돌풍을 잠재울 수 있었던 데에는 20득점(48.71%)을 올린 리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덕에 IBK기업은행은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리그에 들어서도 리쉘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에는 김희진과 박정아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있지만 리쉘의 합류로 박정아-김희진-리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한층 더 맹위를 떨치고 있다.
리쉘은 5경기 17세트를 소화하며 점유율 34.2%, 성공률 43.2%로 107득점을 만들어냈다. 득점부문에서는 4위지만 성공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힘을 보탠다. 세트 당 2.588개를 잡아내며 리시브 부문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팔방미인 리쉘과 함께 IBK기업은행은 1라운드를 마친 현재(11월 8일 기준)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선발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다. 외국인 선수가 공격 1옵션을 가져가는 만큼 얼마만큼 좋은, 잘하는 외국인 선수를 뽑느냐에 시즌 성적도 달라진다.
그리고 올시즌 흥국생명이 이 말을 가장 체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시즌 테일러와 알렉시스와 함께 시즌을 보냈던 흥국생명.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아쉬움이 짙었다. 우선 테일러는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팀의 주포 테일러가 빠지자 팀은 연패의 길로 내달렸다. 한 방이 아쉬웠던 흥국생명이다. 데체 선수로 알렉시스를 데려오기는 했지만 센터포지션인 그에게 큰 공격을 맡기기는 어려웠다.
올시즌은 그런 면에서 걱정을 덜었다. 트라이아웃 당시 최대어라 평가받았던 러브를 붙잡는데 성공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KOVO컵에서는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지만 V-리그에 맞춰 완벽한 모습을 되찾은 러브다.
이재영과 러브의 쌍포는 흥국생명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그녀들의 막강한 화력에 힘입어 흥국생명은 1라운드를 3승 2패 승점 9점, 2위로 마쳤다.
러브의 장점은 큰 키. 196cm로 여자부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큰 키를 자랑한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스파이크는 상대 코트를 폭격하기에 충분했다. 러브는 해결사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드래프트 당시 러브를 선발하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던 박미희 감독. 리그 개막 이후에도 여전히 러브와 함께 웃고 있는 흥국생명이다.
구관이 명관_현대건설 에밀리
시크라가 부상으로 교체되며 유일한 재계약 선수가 된 에밀리. 그리고 에밀리는 자기가 왜 재계약이 됐는지 증명해보이고 있다.
에밀리의 장점은 안정감. 공격과 수비 지표에서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득점에서는 알레나, 그레이, 러브, 리쉘에 이어 101득점을 기록하며 5위에 올라있다. 리시브는 세트 당 3.105개를 받아내며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는 첫 번째. 수비에서도 한지현(세트 당 7.563)에 이어 7.421개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철호 감독 역시 “에밀리는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현대건설은 3승 2패, 승점 8점으로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팀 성적이 야속해_KGC인삼공사 알레나, GS칼텍스 그레이
나란히 득점 부문 1,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알레나(148득점)와 그레이(138득점). 하지만 성적은 이와 반비례하다. KGC인삼공사(6위)와 GS칼텍스(5위)는 순위표 하단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알레나의 득점력이 매섭다. 리그 첫 경기였던 흥국생명전을 시작으로 26득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즉,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의 최소 득점은 26득점이었다. 팀 승리와 상관없이 연신 득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알레나다. 성공률 또한 리쉘(43.34%)에 이어 42.67%로 2위다.
물론 점유율면에서 비중이 높다. 팀 내 44.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타 팀과 비교해봤을 때 엄청나게 높은 건 아니다. 러브와 그레이도 44.9%와 46.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개막 이후 현재까지 여자부 최다 득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그레이. 지난 달 27일 열린 도로공사전에서 44득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팀이 패배하며 빛이 바랬다.
활용법을 찾아라_한국도로공사 브라이언
“시간이 더 필요한 건 아니다. 이 정도 선인 것 같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김종민 감독이 브라이언을 냉정히 평가했다.
당초 도로공사는 앞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시크라와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시크라의 허리 부상으로 대체 선수를 물색해야 했고 시즌 개막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브라이언을 합류시켰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김종민 감독도 초반에는 “아직 적응기다. 다행히 적응력이 빠르다. 수비도 잘하고, 스피드가 있다. 볼 때리는 센스도 괜찮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50득점에 머물렀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득점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브라이언이다. 김종민 감독의 고민도 깊어졌다.
여전한 외국인 선수 점유율
트라이아웃 시행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전에 미치지 못하면서 외국인 선수의 득점에만 의존하는 배구는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순위표를 살펴보더라도 김희진, 박정아가 버티고 있는 IBK기업은행과 한층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이재영이 속한 흥국생명, 국내 최고의 반열에 올라서 있는 황연주와 양효진이 있는 현대건설 등 국내선수 자원이 뒷받침되는 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점유율은 여전히 높다. 지난 시즌 여자부 외국인 선수 평균 점유율은 36%였다. 올시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37%를 기록하고 있다.
리쉘(34.2%,)과 에밀리(33.3%)만이 30%대를 상회하고 있고 나머지(도로공사 제외_브라이언 19%) GS칼텍스와 흥국생명, KGC인삼공사는 각 46.5%, 44.9%, 44.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에 비해 약 20%, 16% 증가했다.
여전히 승리를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한 방’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활약상에 웃고 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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