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 꿴 대한항공, 무엇이 달라졌나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6-10-16 17:59:00

[더스파이크=대전/최원영 기자] 22승 49패. 그동안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에 열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화재 안방인 대전에서는 8승 25패로 더욱 고전했다. 그렇기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대한항공은 달라진 모습으로 코트에 나섰고, 귀중한 첫 승을 챙겼다.
대한항공이 10월 16일 오후 2시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1라운드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5-20, 20-25, 25-21) 승리를 거뒀다.
블로킹(15-11)과 서브(5-3)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며 쉽게 경기를 풀었다. 외인 가스파리니와 더불어 토종 공격수인 김학민, 곽승석이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날 김학민이 서브에이스 2개, 블로킹 3개, 후위공격 5개 등 트리플 크라운에 근접한 성적을 냈다. 팀 최다인 19득점(공격 성공률 46.67%)을 기록했다. 역대 통산 후위득점 700점(10호)도 돌파했다.
이어 가스파리니가 서브에이스 3개 포함 17득점(성공률 42.42%), 곽승석이 블로킹 3개 포함 15득점(성공률 54.55%)으로 지원했다. 삼각편대가 고른 공격 점유율과 득점 분포를 보인 점이 긍정적이었다.
경기 후 박기원 감독은 “우리 팀은 항상 1세트를 어렵게 하는데 오늘은 무난히 넘겼다. 덕분에 경기가 쉽게 풀렸다. 선수들 집중력이 좋아졌다. 제일 걱정했던 센터 블로킹이 나와 고무적이다”라며 소감을 들려줬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박 감독은 승인으로 다양한 공격을 꼽았다. “한선수는 공격 루트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세터다. 기존에 갖고 있던 플레이 외에 2~3개를 더 만들었다. 선수들이 실전에서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해줬다. 아마 상대가 거기서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특히 곽승석이 눈에 띄었다. 지난 시즌 정지석과 포지션이 겹쳐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이날은 선발로 출전해 코트를 휘젓고 다녔다.
이에 대해 박기원 감독은 “정지석은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KOVO컵 대회 열흘 전쯤 공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직 체력이나 연습량이 부족하다. 곽승석은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선수다. 오늘도 어려운 볼들을 잘 처리해줬다”라고 전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리시브’다. 기존 언더핸드로 받던 방식에서 오버핸드로 변화를 줬다. 리베로와 레프트 한 명이 리시브를 전담하던 과거와 달리 3인 리시브 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곽승석은 “리시브가 가장 큰 변화다.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비시즌 훈련을 많이 했다. 덕분에 나름대로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곽승석)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국내 레프트 자원을 뚜렷하게 주전과 비 주전으로 나누지 않았다. 김학민, 곽승석, 신영수, 정지석, 심홍석 총 5명에게 고루 기회를 줄 계획이다. 박기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각각 자기만의 공격 스타일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상대의 철저한 분석을 이겨내려면 선수마다 차별화된 공격 패턴이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팀 스타일은 유지하되 선수 기용에 변화를 둬 상대를 교란하는 작전이다. 계획대로 맞아떨어진다면 팀이 상승세를 탈 것이다”라고 답했다.
대한항공의 ‘고질병’은 많은 범실이다. 8시즌 연속 범실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선수들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날도 승리하긴 했지만 4세트 동안 범실 27개를 기록했다. 삼성화재(25개)보다도 많았다.
박기원 감독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체크했다. 범실이 많고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게 우리 팀 약점이다. 쉽게 해결되지 않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브 범실에 대해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넣는 선수들에게는 20% 정도 실수해도 괜찮다고 했다. 플로터 서브는 15%까지 줬다. 정신적으로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후반기 1위에 올랐으나 이후 연패에 빠지며 간신히 준플레이오프 진출에만 성공했다. 올 시즌도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잘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박기원 감독은 “실력보다 체력이 모자랐던 것 같다. 정규리그와 포스트 시즌에 걸쳐 전반적으로 체력 안배가 잘 되도록 노력 중이다”라며 말을 마쳤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활주로에 선 ‘박기원 호’가 이륙에 성공했다. 내년 봄까지 무사히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대전=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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