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컵 통해 본 V-리그 X-factor
- 남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6-10-05 15:46:00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이번 2016~2017시즌은 혼돈의 시즌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KOVO컵만 보면 말이다.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3일까지 청주에서 열렸던 2016 KOVO컵이 한국전력과 IBK기업은행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KOVO컵은 리우 올림픽으로 인해 예년과 달리 시즌이 임박한 9월말에 열렸다. 따라서 시즌 전초전의 성격이 강했다. 더군다나 외국인 선수도 함께 코트를 밟았다. 구단 입장에서는 연습경기가 아닌 실전에서 비시즌 성과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각 구단들의 전력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KOVO컵은 더욱 관심을 받았다.
▲언더독의 반란, 2016~2017시즌 지각변동 일어나나
여자부는 IBK기업은행이 우승 트로피를 손에 들었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하지만 IBK기업은행보다 더 이목을 끌었던 건 바로 준우승 팀. 지난 시즌 최하위 KGC인삼공사가 두 번째로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KGC인삼공사의 선전은 올 겨울을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KGC인삼공사. 적어도 KOVO컵 이전만 하더라도 그들의 꼴찌탈출은 힘들지 않을까 예상했다. 타 팀과 견주어 전력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 이에 대한 비책으로 서남원 감독은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센터 장영은을 레프트, 세터 한수지를 센터 겸 라이트로 바꿨다. 그리고 KOVO컵을 통해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서남원 감독도 포지션 변경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KGC인삼공사는 당당히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 5위와 6위에 그쳤던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은 남자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한국전력은 조별예선을 3전 전승으로 마친 데 이어 준결승과 결승까지 KOVO컵 5경기에 모두 승리했다. 대회 이전 내비쳤던 자신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한국전력이다.
특히 지난 시즌 부상으로 컨디션에서 난조를 보였던 전광인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전광인은 프로 생활 첫 우승과 함께 MVP수상의 기쁨까지 안았다.
사실 KOVO컵만으로 각 팀들의 전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모든 팀이 100%로 임한 것은 아니기 때문. 하지만 한국전력은 타 팀이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신영철 감독의 말처럼 올시즌 한국전력을 만만하게 볼 수 없을 것. “올해 우리 팀을 이기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전보다 더 탄탄한 팀이 됐다고 본다.” 신영철 감독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선수 활약여부, 승부 가른다
올 시즌 남자부는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제를 실시했다. 즉, 지난 시즌 시몬, 오레올, 그로저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국내선수들의 활약과 결정력이 중요해졌다.
남녀 결승전만 보더라도 KB손해보험은 우드리스가 22점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선수가 없었다. 우드리스만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반면 한국전력은 바로티(24득점)와 전광인(19득점) 쌍포가 상대 코트를 맹폭했다. 그 뒤를 이어 서재덕이 알토란 같은 9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전과 달리 압도적이지 않은 만큼 국내선수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IBK기업은행도 리쉘-박정아-김희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46득점을 합작, 위용을 떨쳤다. 알레나 혼자 20득점을 책임진 KGC인삼공사가 화력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현대캐피탈이 신영석을 센터가 아닌 공격수로 활용할 계획을 가진 것도 외국인선수 톤의 공격력이 떨어지기 때문. 문성민을 극대화하겠지만 혼자로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에 대한 복안으로 신영석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그만큼 올시즌은 국내선수 활약여부가 승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열쇠로 떠올랐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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