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특집②] 말라가는 꿈나무, 단비는 언제 내리나요?

아마배구 / 최원영 / 2016-08-01 1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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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배구 여제김연경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국보급 선수. 2의 김연경을 꿈꾸는 유소년들은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 725~28일 경희대 김찬호 감독 및 선수들이 대구 수성초 배구부를 학교로 초청해 캠프를 진행했다. 수성초 선수 16명은 경희대 선수들과 34일간 동고동락하며 일대일 지도를 받았다.



캠프의 기본 취지는 대학의 운동 시스템, 훈련 모습 등을 보여주고 교류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희대 김찬호 감독은 배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이자 격려다라고 설명했다.



수성초 배구부 3~6학년 아이들은 실력 별로 나뉘어 기초부터 배웠다. 경희대 선수들은 짧은 기간이지만 배구에 대한 원리를 알려주고 아이들이 동작을 스스로 반복해 완성하도록 했다.



더불어 경희대 선수들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도 방법을 깨달았다. 멘토로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동반 성장했다.



대구 수성초가 모교인 경희대 주장 박종필은 감회가 남달랐다. “후배들이라 그런지 애착이 가서 열심히 가르쳤다.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 한 명이라도 더 끝까지 배구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며 솔직히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엄하게 다루질 못하겠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가르치다 보니 가끔 답답하기도 했다. 감독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됐다. 앞으로 나도 감독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수성초 반응도 뜨거웠다. 하태호 교장은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아무래도 운동하는 게 힘들 것이다. 그런데 대학, 프로선수들과 함께 공을 만지며 자극을 받은 것 같다. ‘나도 나중에 커서 훌륭한 배구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라며 기뻐했다.



류진영 감독도아이들에게는 선수들이 선배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아이들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다른 팀에 양보하고 싶다. 더욱 많은 팀들이 값진 경험을 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대구 수성초 출신인 경희대 박종필)



저절로 자라는 나무는 없다


흔히 뿌리가 튼튼해야 건강한 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배구의 뿌리인 유소년은 어떨까? 현실은 생각보다 좋지 못 했다.



우선 선수 수급이 쉽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 배구라는 종목도 생소하다 보니 자녀에게 배구를 시키려는 학부모가 드물다. 정규 수업시간이나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배구를 접하는 경우는 있어도 엘리트 선수로 뛰어드는 아이는 적다. 때문에 배구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금전적인 문제도 크다. 배구부 운영 및 대회 출전 등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 유니폼, 배구화 등 배구 용품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방학에도 매일 훈련을 하기 때문에 식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대회에 나가면 숙식을 모두 해결해야 해 부담은 가중된다.



각 학교에서 쓸 수 있는 교비는 정해져 있어 배구부에만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교육청에서 육성 지원금을 전달받지만 여전히 풍족하진 않다. 동문회나 동창회에서 후원해주는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한 초등학교 배구부 관계자는 초등학교에서 선수를 발굴해 열심히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 혜택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초등학교가 튼튼해야 중, 고등학교 나아가 배구가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고등학교 등 아마추어에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경희대 김찬호 감독은 “KOVO 유소년 배구교실 등을 통해 일반 학생들이 배구에 흥미를 가지게끔 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엘리트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현재는 지원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 실제 배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밥 한 끼라도 더 잘 챙겨먹고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 프로 구단 등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유소년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팀은 거의 없다. 지원 방향이나 방법 등 어딘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배구를 해야 하는 이유


여러 가지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배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배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쉴 새 없이 배구공을 가지고 논다. 무더운 여름방학에 매일같이 훈련하지만 힘든 내색 한 번을 안 한다. 대회에 나가 쓰라린 패배를 맛볼 때면 두 눈에 눈물이 먼저 맺히곤 한다. 배구를 향한 순수한 마음 그 자체인 것이다.



두 번째는 인성이다. 경희대 배구 캠프에 참여한 수성초 하태호 교장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고 겉돌던 아이들이 있었다. 배구를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대인관계가 원만해졌다라고 전했다.



세 번째는 추억이다. 사실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해 프로의 문턱을 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언젠가 다른 길을 택할지라도 유년시절 배구를 했던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특기이자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수성초 최단신 3학년 기민석 군과 경희대 최장신 손주형 선수=204cm)



힘겹게 싹 틔운 새싹에 가뭄이 들고 있다. 단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모두 말라버릴지도 모른다. 무책임한 방관보다는 관심과 더불어 실질적 지원이 필요할 때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아이들에게 배구의 꿈을 가지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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