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현대캐피탈, 준우승으로 마무리
- 남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6-03-24 22:29:00
[더스파이크=안산/정고은 기자] 현대캐피탈의 최종 안착지는 안산이었다.
정규리그 후반기는 가히 현대캐피탈의 독무대였다. 그럴 것이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다. 18연승. 종 전 최다연승 기록인 17연승을 뛰어 넘었다. 더군다나 단일시즌에 이룬 성과.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18연승을 올리며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현대캐피탈이다.
그들이 보여준 저력. 통합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상대의 전략에 흔들렸다. “상대가 우리보다 전력에서 앞선다”며 겸손했던 김세진 감독이지만 비장의 수는 있었다. 오레올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시킨 것.
작전은 통했다. 현대캐피탈은 상대의 기세에 1, 2세트를 내줬다.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지는 않았다. 심기일전한 현대캐피탈은 3, 4세트를 잡으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현대캐피탈을 향해 미소 짓지 않았다. 5세트 후반, 범실로 흐름을 놓친 현대캐피탈은 통한의 역전패를 떠안으며 1차전을 상대에게 내줬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은 “상대가 퍼펙트한 경기를 했다. 원하지 않았던 최악의 변수가 생겼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제 2차전이 중요해졌다. 흐름을 빼앗기느냐 되찾아오느냐가 달렸다. 경기 전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더라. 아름다운 2등도 있다고 했다. ‘물 흐르듯이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편하게 하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담감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특히 노재욱이 중심을 잡지 못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2차전마저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어느 누구도 예상 하지 못했던 결과. 최태웅 감독도 “선수들을 달래고 다그치기도 해봤지만 방법이 없다. 잘했던 둘이 흔들린다. 답이 없다. 실력 부족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최태웅 감독. 그의 다짐은 결국 승리를 불러왔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경기들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OK저축은행의 축포를 막았다. 최태웅 감독의 맞춤전략과 선수단 분위기 반전이 승리의 열쇠였다. 18연승 할 때의 모습이 보였다.
김세진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본 모습이 나왔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문성민도 “그동안은 우리가 보여줘야 할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다. 3차전에서는 우리의 모습이 나왔다.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전했다.
희미하게지만 천안이 아른거렸다. 최태웅 감독도 “가물가물하지만 보이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난 후 천안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는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 대신 끝났다는 아쉬움만이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세트스코어 1-3(20-25, 15-25, 25-19, 23-25)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현대캐피탈의 최종 안착지는 결국 안산이 됐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스피드 배구는 안 될 것이라는 주위 시선과 보이지 않았던 막막함을 헤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다.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현대캐피탈만의 자존심을 지켜준 선수들한테 고맙다.”
한 시즌도 끝이 났다. 감독이 되어 맞았던 첫 시즌. 최태웅 감독은 어떻게 돌아볼까. “스피드 배구를 하면서 막막하고 아무것도 안보일 때도 많았다. 구단에서나 사무국에서 부담주지 않고 믿어줬다. 선수들도 끝까지 따라줬다”며 “중간에 ‘다시 이전에 했던 배구를 할까’도 생각 했지만 그 때 코칭스태프들이 왜 시작했냐고, 끝까지 하자고 해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간 것이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최태웅 감독은 “올해 수확이라고 한다면 성민이를 주축으로 선수들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히 뭉쳐있다”며 “우리 팀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정교하게 다듬으면 지금처럼 결정적인 순간 흔들리는 점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하며 다음 시즌 더 강해질 현대캐피탈의 청사진을 그렸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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