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답지 않은 초보’ 한정훈 “세터, 배울수록 어렵다”
- 남자프로배구 / 권민현 / 2016-03-02 22:09:00
[더스파이크=대전/권민현 기자] 대학 졸업 때까지 세터라는 포지션을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최태웅 감독이 “세터, 한번 해보겠는가”라며 묻자, 1주일에 걸친 장고를 거듭했다.
“센터와 라이트로 가면 쉽게 받아들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많은 훈련을 해야 하기에, 망설였다”고 생각 도중 고충을 겪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해보겠습니다"고 했다.
처음 접해보고 나선 '세터가 재미있는 포지션이었구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배울수록 어려워했다. “알면 알수록 배구 포지션 중에 가장 힘들다. 공격수를 했을 때와 달리 상대 블로커와 머리싸움까지 해야하니까 더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달 17일,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세터로서 처음 코트에 나섰다. 전향한 지 한 달만의 일이었다. 3세트, 21-13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박주형이 디그한 공을 세트해 문성민에게 연결했다. 바로 이어서 박주형이 리시브한 공을 세트해 신영석 속공득점으로 연결됐다. 생애 처음으로 세트 성공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한정훈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3세트 4-9로 뒤진 상황에서 노재욱과 교체투입됐다. 그는 신영석과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신영석은 “배구에서 세터가 가장 중요한데, 매번 들어올 때마다 깜짝 놀랬다.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라며 “세터가 올려줄 때 가장 쉬운 공격이 A속공이다. 팀에서는 어려운 B속공, 퀵오픈 위주로 훈련한다. 그런데 5개를 하면 2-3개 정도 잘 맞는다. 대단한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실, 한정훈은 세터로 전향한 지 단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도 송병일 코치와 야간에 세트 기본에 대한 것과 스텝 위주로 훈련을 한다. 최 감독은 한정훈을 세터로 전향시킨 이유에 대해 “손 모양이 좋아서”라고 언급했다. 그는 송 코치와 함께 세터로서의 손 모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프로 입단하자마자 배구인생 중에서 가장 큰 결정을 했다. 최 감독은 한정훈을 챔피언결정전에 백업 세터로 기용할 예정이다. 한정훈은 “감독이 믿음을 준 데 대해 보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감 있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 사진 : 현대캐피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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