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의 네 번째 금메달 도전과 경쟁 상대는?

국제대회 / 서영욱 / 2021-07-22 23: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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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역시 하나뿐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21세기 이후 올림픽 남자배구는 네 번의 다른 챔피언을 맞았다. 브라질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왕좌 사수에 나서는 가운데 수많은 다른 도전자 역시 정상을 노리고 있다. 1년 늦게 열리는 올림픽 남자배구는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까.

네 번째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브라질
올림픽 남자배구 디펜딩 챔피언은 브라질이다. 브라질 여자대표팀이 최근 굵직한 대회에서 아픔을 겪었던 것과 달리 남자대표팀은 강팀에 걸맞은 성적을 꾸준히 기록 중이다. 2018년 세계선수권에서 2위에 올랐고 올림픽에서는 네 대회 연속으로 결승에 올라 그중 두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2004, 2016).

2016 리우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 중 일부는 여전히 브라질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그 일원인 세터 브루노 헤젠지와 아포짓 스파이커 월라스 소우자는 지금도 브라질 주축이다. 2018년 세계선수권에는 부상으로 빠졌던 리카르도 루카렐리도 돌아와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맹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브라질로 귀화한 후 올림픽에 나선 적은 없는 요안디 리알도 이번 올림픽에는 브라질 일원으로 함께한다.

리알의 합류는 꽤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라스 소우자가 주전 아포짓으로 버티는 와중에 그 곁을 확실히 지켜줄 날개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아직 브라질 대표팀 소속으로 굵직한 무대에서 빛을 본 적은 없던 리알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최고의 기회다.

브라질 대표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선수 중 헤젠지와 월라스 소우자는 어느덧 30대 중반 노장이 됐다(헤젠지 1986년생, 월라스 소우자 1987년생).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모두 경험한 두 선수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0년대 브라질 부흥기 중심에 있던 두 선수가 올림픽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도 관심사다.

두 선수뿐만 아니라 브라질은 주축 선수 중 노장급으로 분류될 선수가 많은 편이다. 헤젠지와 월라스 소우자뿐만 아니라 미들블로커 루카스 삿캄도 1986년생 노장이고 리알도 1988년생으로 젊은 선수는 아니다.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올림픽에서는 이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브라질이 다가올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금메달 4개로 남자배구에서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팀으로 올라선다(브라질과 소련, 미국이 각각 금메달 3개를 획득했다). 브라질은 남자배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미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레온이 합류한 폴란드의 위력?!
브라질과 함께 눈여겨봐야 할 팀은 폴란드다. 폴란드는 2014년, 2018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고 2019년 유럽선수권은 3위를 차지했다. 2018년부터 바이탈 헤이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폴란드는 다시 유럽 내 확고한 강팀으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올림픽과는 그리 연이 깊은 편은 아니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게 유일한 올림픽 메달이고 4강에 오른 것도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폴란드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경험과 젊음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팀이다. 2018년 세계선수권 우승 멤버면서 이번 VNL에도 명단에 이름을 올린 피오트르 노바코브스키나 미하우 쿠비악, 2018년 세계선수권 MVP 바토즈 쿠렉 등은 30대 초중반 베테랑이다. 여기에 알렉산더 슬리브카, 카밀 세메니우크로 이어지는 윙스파이커 라인과 마테우스 비에니엑 등은 20대 중후반으로 한창 전성기를 구사할 나이다. 신구조화도 잘 어우러진 팀이 폴란드다. 2018년 세계선수권 4강 미국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경기 중 선수 교체를 통해 흐름을 바꿀 만한 탄탄한 선수층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폴란드에서는 매우 큰 메리트다.

여기에 폴란드에 믿을 구석이 하나 더 생겼다. 쿠바 출신으로 귀화 후 2019년부터 폴란드 대표팀에 합류한 윌프레도 레온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온이 폴란드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많은 화제를 가져왔다. 이미 강팀인 폴란드에는 엄청난 전력이 추가된 셈이었다.

레온이 합류하고 본격적으로 처음 나선 무대가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이었다. 당시 폴란드는 프랑스, 슬로베니아와 한 조를 이뤘다. 쉽지 않은 조였지만 프랑스에 3-0, 슬로베니아에 3-1 승리를 거두고 3승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레온은 프랑스전 18점, 슬로베니아전 2세트까지 10점을 올리며 활약했고 슬로베니아전에는 2세트까지만 뛰었음에도 서브 에이스 3개를 기록했다. 이어진 2019년 유럽선수권에는 폴란드 3위를 이끌었다.

레온의 합류는 폴란드에 한층 더 폭발력을 안겨줬다. 레온은 공격력도 막강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강서브를 보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역전극을 이끈 경기도 여러 번이다. 일류급 팀간 맞대결에는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메달권 진입에 도전하는 다른 팀들은?
앞서 언급된 두 팀을 제외하고 메달권 진입을 논할 만한 팀들은 역시 유럽 팀들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이탈리아는 명예회복을 노린다. 여전히 강팀이긴 하지만 최근 성적은 뭔가 아쉽다. 2018년 세계선수권에는 3라운드에서 승점차로 탈락했고(폴란드와 세르비아, 이탈리아 모두 1승 1패였지만 폴란드와 세르비아가 각각 승점 4점, 3점으로 4강에 올랐고 이탈리아는 2점으로 탈락했다) 2019년 유럽선수권에는 8강에서 프랑스에 패하면서 떨어졌다.



여전히 이반 자이체프, 오스마니 후안토레나, 시모네 지아넬리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표팀 명단을 지키고 있지만 막상 중요한 무대에서 자이체프 등 핵심 선수들의 활약이 많이 아쉬웠다(2019년 유럽선수권 8강에서 자이체프는 공격 성공률 7%에 그쳤다). 이탈리아는 분명 전반적으로 탄탄한 팀이긴 하지만 자이체프가 좀 더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줘야 한다.

2018년, 2019년 VNL을 모두 석권한 러시아도 메달을 충분히 노려볼 만한 팀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네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는 금메달까지 차지한 러시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연속 메달 획득 행진이 멈췄다. 이후 VNL 2연패를 달성했던 러시아는 2018년 세계선수권에는 3라운드에서 멈춰 섰고 2019년 유럽선수권도 8강에서 탈락했다. 2021년 VNL에서 보여준 전력도 다른 메달권 경쟁팀과 비교해서는 다소 아쉬웠다. 이고르 클류카와 드미트리 볼코프 등 젊은 날개 공격수와 막심 미하일로프 등이 좀 더 힘을 내줘야 한다.

미국 역시 메달권 진입에 도전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 동메달, 2018년 세계선수권 3위에 오른 미국은 당시 주축 멤버 일부가 이번 올림픽에도 함께한다. 맷 앤더슨을 비롯해 테일러 샌더, 맥스웰 홀트, 마이카 크리스텐슨, 에릭 쇼지 등은 미국 올림픽 대표 12인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팀 구성이고 특유의 기본기가 빛나는 팀이지만 애런 러셀이 없는 건 공격에서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꾸준히 미국 대표팀을 지켜주고 있는 앤더슨이 어느덧 34살 노장이 됐다는 점도 변수다.

이 외에 프랑스도 다크호스로 불릴 만하나 생각보다 큰 무대에서 보여준 게 아직은 약하다. 에르빈 은가페, 스티븐 보이어 등 선수 구성은 나쁘지 않으나 결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팀인데 이번 올림픽에는 좀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과 이란, 두 아시아 팀의 운명은?
아시아에서는 개최국 일본과 아시아예선을 통과한 이란이 올림픽에 참가한다.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은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메달이 없다. 올림픽 진출 자체도 오랜만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2012년, 2016년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합류했다.



최근 일본 남자배구는 여자배구와 비교해도 인기가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주목도가 올라갔다.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이시카와 유키에 니시다 유지라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스타 등장과 함께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2021년 VNL에서 본격적으로 선을 보인 2001년생 유망주, 다카하시 란도 대표팀에 합류해 활약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주목도가 올라가긴 했지만 성적은 별개이긴 하다. 2019 월드컵에서 선전을 거듭한 끝에 4위를 차지했지만 대회 특성을 고려하면 이어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낙관하긴 어렵다. 폴란드와 이탈리아, 캐나다, 이란, 베네수엘라와 한 조를 이룬 상황에서 캐나다와 8강 진출 막차를 놓고 겨룰 게 현실적인 예상이다. 이번 올림픽을 반등의 기회로 삼고자 할 일본이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는 최근 국제 경쟁력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한국에도 꽤 중요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팀인 이란은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에 이어 이번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 8강 주역인 사에드 마루프나 세예드 무사비, 밀라드 에바디푸르 등은 여전히 핵심으로 남아있고 아미르 가푸르가 주포로 활약 중이다.

물론 이란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메달권에 근접한 팀들 상대로 ‘졌잘싸’에 그쳤다. 분명 전력이 나쁘진 않지만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서 입상하는 팀들 상대로는 모자랐다. 이란 남자배구 부흥기 중심에 있던 마루프도 어느덧 36세 노장으로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한 이란이다. 마루프가 버티고 있는 시기에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이란 배구가 그리는 꿈이다.


사진=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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