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컵] "좋은 신체 조건 가졌어" 김연경도 기대! 정지윤의 WS 프로젝트
- 여자프로배구 / 의정부/이정원 / 2021-08-29 22:40:27
"굉장히 좋은 신체 조건을 가졌어." 정지윤이 대표팀에 있을 때 김연경에 들은 이야기다.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가 여자부 결승전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우승은 현대건설의 차지였다. 현대건설은 GS칼텍스를 3-0으로 완파했다. 현대건설은 통산 네 번째 우승(2006년, 2014년, 2019년, 2021년)과 함께 2019년 이후 2년 만에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정상으로 오기까지 많은 선수들이 활약을 펼쳤다. 꽃사슴의 부활을 알린 황연주,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캡틴의 본모습을 보여준 황민경, 중앙을 든든하게 지킨 양효진-이다현, 수비 요정 김연견, 공격을 진두지휘한 김다인 등 모든 선수들이 MVP 급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 선수를 빼놓고 현대건설의 우승을 논할 수 없다. 바로 현대건설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은 정지윤이다. 정지윤은 아포짓, 미들블로커 그리고 익숙지 않은 윙스파이커 포지션까지 모두 소화해내며 팔방미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정지윤은 팀이 안 풀릴 때마다 들어가 해결사로 활약했다. KGC인삼공사와 조순위결정전에서는 10점-공격 성공률 32%, 조별예선 2차전 IBK기업은행전에서도 11점, 1차전 흥국생명전과 준결승 도로공사전에서는 15점을 올렸다.
물론 리시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KGC인삼공사와 조순위결정전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 또한 정지윤이 성장하는 데 있어 거쳐야 하는 하나의 소중함 경험이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역시 결승전이었다. 이날 역시 1세트 중반 황연주와 교체되며 코트를 밟았다. 정지윤은 아포짓 자리에서 시원시원한 공격으로 코트를 강타했다. 정지윤의 파워 공격에 견고했던 GS칼텍스 수비 라인도 속수무책이었다. GS칼텍스 블로커 라인 사이도 가볍게 뚫어냈다.
정지윤은 이날 양 팀 최다인 17점(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1개)에 공격 성공률 43%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범실은 단 네 개에 불과했다.
경기 후 강성형 감독도 "매 경기 팀이 안 풀리고, 문제가 있을 때 해결사 역할을 했다"라고 칭찬했다.
정지윤은 기자단 투표 31표 중 27표를 받아 대회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20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정지윤이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정지윤은 다가오는 시즌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이제는 윙스파이커로 뛰게 될 전망이다. 물론 잠깐 잠깐 윙스파이커로 뛴 경험은 있다. 하지만 6개월의 대장정이 진행되는 정규리그에서 뛰는 것은 부담감과 느낌부터가 다르다.
정지윤도, 강성형 감독도 단번에 윙스파이커 포지션에 정착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지윤의 윙스파이커 도전기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 프로젝트다.
이미 정지윤은 지난 세 시즌 동안 조금씩 리시브에 가담했다. 시도 횟수는 적었다. 그럼에도 정지윤의 리시브 효율은 지금껏 단 한 번도 30%를 넘기지 못했다(2018-2019시즌 26%(11/41), 2019-2020시즌 23%(3/13), 2020-2021시즌 20%(2/10)).
강성형 감독은 "이제 지윤이가 윙스파이커 도전을 한다. 지윤이는 마인드가 좋다. 리시브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꼭 해냈으면 좋겠다"라며 "우리 팀은 윙스파이커 포지션이 계속 고민이다. 지윤이의 능력을 꼭 발휘할 수 있도록 해 계속해서 키워나가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프로에서 포지션을 변경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패턴, 습관,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한다. 포지션마다 공격 스텝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지윤은 포지션 변경에 긍정적이다.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
"지난 시즌 끝나기 전부터 윙스파이커 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주변 분들께서도 윙스파이커를 해야 된다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리시브나 수비를 잘 하는 선수가 아니다. 걱정도 있고, 이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지 않냐. 많이 받고, 훈련하고 울면서 성장하겠다." 정지윤의 말이다.
준결승전을 마친 후 강성형 감독은 "연경이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연경이가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꼭 윙스파이커로 키워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부터 시작해 2020 도쿄올림픽까지. 약 넉 달 동안 배구여제 김연경과 함께 생활했던 정지윤. 김연경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정지윤은 "대표팀에 있을 때 '굉장히 좋은 신체 조건을 가졌다'라고 말씀하셨다. 점프, 타점, 파워도 있다고도 하셨다. 조금 더 연구한다면 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대표팀에 있을 때 공격 부분을 많이 배웠다. 상대 블로커가 높은 때는 어떻게 때리고, 어떻게 영리하게 플레이를 해야 되는지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말을 이어가며 "리시브도 잘 받고 많은 이들의 기대만큼 잘 하고 싶다. 그건 내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연경이 강성형 감독과 정지윤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 이유는 향후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김연경의 은퇴와 함께 윙스파이커 라인의 전력이 약화됐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정지윤이라는 매력적인 카드가 윙스파이커에 잘 정착한다면 현대건설은 물론이고 한국 여자배구에도 호재다.
정지윤은 "물론 바로 잘 할 수는 없겠지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윙스파이커로서는 아직 부족하다. 연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인왕, 2020 도쿄올림픽 4강, 컵대회 MVP 등 정지윤은 어린 나이(만 20세)에 많은 것을 이뤘다. 이제 정지윤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된다. 김연경도 기대하는 정지윤의 윙스파이커 정착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날까.
만약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아포짓, 미들블로커, 윙스파이커까지. 정지윤은 그야말로 모든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만능 플레이어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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