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왜 오나 했죠” 코치 겸 응원단장(?) 오지영의 기묘한 하루

여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01-25 08: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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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입은 것도, 경쟁에서 밀린 것도 아니었지만 경기에는 나설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오지영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찾았고 충실히 수행했다. 그 결과 팀의 값진 승리에 일조했다.

페퍼저축은행이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26-24, 24-26, 25-23, 25-23)으로 꺾었다. 2023년의 첫 승이자, 올 시즌 홈에서 거둔 첫 승이었다. 이날 경기는 지난 12월 27일 GS칼텍스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오지영이 이적 후 처음으로 GS칼텍스를 만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오지영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트레이드 당시 올 시즌 GS칼텍스를 상대로는 출전할 수 없다는 구두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다음날 <더스파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오지영은 “내가 없는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해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더 뜻깊은 승리였다. 정말 좋았다”는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날 오지영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평범하지 않았다. 베테랑인 오지영에게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지영은 자신보다 선수들 걱정이 앞섰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을 때, 내가 못 뛴다는 자체에는 크게 집중하지 않았다.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고, 우리 팀 선수들이 나 없이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먼저였다”고 밝힌 오지영은 “걱정과는 달리 선수들은 정말 잘해줬다.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경기 후 느꼈던 뿌듯함도 함께 들려줬다.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오지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찾았고 최선을 다해 수행했다. 오지영이 먼저 찾은 역할은 코치(?)였다. “경기에 못 나서더라도 내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고 힘줘 말한 오지영은 “선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밖에서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음을 밝혔다. 덧붙여 오지영은 “GS칼텍스에 있었기 때문에 GS칼텍스 공격수들의 코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확률 높은 공격 코스를 지키고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다행히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며 GS칼텍스 시절의 경험을 살린 이야기도 들려줬다.

오지영의 조언은 선수들에게는 코칭스태프들의 조언과 또 다른 느낌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경기 중 오지영에게 블로킹 팔 모양에 대한 조언을 들은 최가은은 이날 5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오지영은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은 선수들과 경기를 같이 뛰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선수들과 뛰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선수들이 더 잘 이해하고 집중해서 들어준 것 같다”고 조언이 잘 통한 비결을 밝혔다.
 

 

오지영이 찾은 또 하나의 역할은 응원단장(?)이었다. 오지영은 경기 내내 웜업존과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응원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뜻밖의 상황도 맞이했다. 방송국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계속해서 오지영을 따라다닌 것. 흔치 않은 상황에 오지영도 당황했다. 오지영은 “내가 워낙 목소리도 크고 외향적이다. 그렇다보니 카메라와 마이크가 들어올 때 좀 자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웃음). 굳이 왜 나한테 카메라가 오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응원을 열심히 하다 보니 나중에는 신경 안 쓰게 됐다”고 웃으며 당시를 돌아봤다.

오지영이 없었음에도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똘똘 뭉쳐 값진 승리를 일궈냈다. 특히 리베로 듀오 김해빈과 문슬기는 각각 리시브 효율 50%, 43.48%를 기록했고, 디그 23개를 합작하며 오지영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오지영은 “경기가 끝나고 두 선수가 눈물을 글썽였다. 부담이 컸을 것이다. 잘 이겨 내준 것이 너무 기특하다. 두 선수에게는 이 또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김해빈과 문슬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경기를 뛰지 않으니 관중석에 눈이 더 자주 갔다.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더라. 우리 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이만큼 커졌다는 것이 너무 뿌듯하고 감사했다”고 말한 오지영은 “응원에 소름이 돋았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질러주시는 함성이 정말 우렁찼다. 감사하다. 우리는 언제나 팬 여러분들과 함께한다. 끝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독특한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코치이자 응원단장으로서의 기묘한 하루를 보낸 오지영의 모습은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팬들은 코트 위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선수 오지영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오지영은 26일 치러질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에서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활약할 예정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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