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는 도로공사의 전력, 약일까 독일까
- 여자프로배구 / 대전/강예진 / 2021-10-24 00:00:41
남들은 우승 후보라며 경계한다. 그런데 정작 수장은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주전 라인업에 변화가 거의 없다. 세터 이고은을 필두로 윙스파이커 박정아, 전새얀, 문정원, 미들블로커 정대영과 배유나, 리베로 임명옥까지. 선수 구성이 탄탄하다.
외인 켈시 페인(미국, 등록명 켈시)도 함께한다. 여자부 7개 구단 외인 가운데 가장 증명된 선수다. KGC인삼공사 이영택 감독은 “작년에 켈시가 후반으로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였다. 타점이 높고 공격력이 좋아 항상 위협적이다. 우승 후보로 꼽은 이유 중 하나가 켈시 때문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개막 전 진행됐던 미디어데이에서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KGC인삼공사 이영택 감독, IBK기업은행 서남원 감독,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까지 총 네 명이 도로공사를 우승 후보로 지명했다.
그들은 ‘안정감’을 도로공사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선수 구성에 변화가 없고, 지난 시즌 후반기 저력이 대단했다. 시즌 초 6연패로 가라앉은 순위를 단숨에 끌어올리면서 IBK기업은행과 봄배구 한 자리를 두고 마지막까지 다퉜다.
후반기에 이어갔던 흐름을 이번 시즌까지 이어가고자 했다. 지난 시즌 영입했던 세터 이고은에 기대를 걸었다. 그동안 겪어온 시행착오가 밑거름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시즌 첫 경기부터 꼬였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 개막 첫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어딘가 모르게 호흡이 어긋났다. 김종민 감독은 “여태껏 준비해온 부분이 있는데 반대로 가는 상황이었다. 자신감과 선수들 간 호흡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우승 후보’라 불리지만 정작 수장은 다른 시선으로 팀을 바라봤다. 김종민 감독은 “다른 팀 감독들은 변하지 않은 전력인 우리를 우승 후보라고 하지만, 나는 그걸 독이라고 본다”라고 털어놨다.
‘변화가 없다.’ 안정적일 수 있지만 어쩌면 달라진 게 없기에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무언가가, 기대를 걸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종민 감독은 후자를 우려한 것. 김 감독은 “그래서 변화를 추구했다. 스피드하게 가는 걸 준비했는데 작년과 다른 게 없더라. 변화에 대한 용기가 없는 건지, 두려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23일 KGC인삼공사에 0-3으로 패하면서 개막 2연패에 빠졌다. 선수들이 변화에 용감하게 대처했으면 한다는 게 김종민 감독의 바람이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전력 변화가 없다는 걸 독으로 바라본 수장, 그리고 강점으로 바라본 타 팀 감독들. 독일지 약일지에 대한 답은 도로공사가 앞으로 치르게 될 경기에 달려있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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