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리베로에 견줘도 괜찮다" 7년간 웜엄존 지킨 '전체 1순위' 공격수, 8년차에 주전 리베로 우뚝...'배구천재' 한수진이 돌아왔다
- 여자프로배구 / 화성/송현일 기자 / 2025-01-27 20:48:33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우려를 많이 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본인이 비시즌 때 노력을 많이 했고, 지금은 어느 리베로에 견줘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본다. 이전에는 (기량 부족이라기보다는)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떳떳한 주전 리베로로서 한 시즌을 잘 치르고 있다. 자랑스럽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팀 주전 리베로 한수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수진이 "수비 순발력이 남자 선수 안 부럽게 굉장히 좋다"며 "지금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더 안정감이 생길 거다. 처음에는 기대가 높지 않았는데 갈수록 '조금 더 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주전 리베로로서 첫 시즌인데 지금 잘 이겨내고 있고, 본인도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점점 좋은 리베로가 될 거다. 그럴 자질을 갖추고 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충분히 더 잘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프로 8년 차 한수진에게 이번 시즌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2017-18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했는데, 2024-25시즌이 돼서야 처음으로 주전 기회를 잡았다.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 시절 '배구천재'로 기대를 모았던 재목이지만 프로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다재다능함이 역으로 발목을 잡았다. 한수진이 배구천재로 불렸던 가장 큰 이유는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서였다. GS칼텍스 입단 당시 아웃사이드 히터로 등록됐던 그는 2년 차엔 세터로 코트를 밟았다가 지금은 리베로를 맡고 있다. 팀 사정에 맞춰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다 보니 정작 자신만의 무기를 연마할 시간이 적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기존 주전 리베로 한다혜(페퍼저축은행)가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나면서 이영택 감독은 한수진을 A코트(주전)로 불러들였다. 주전 경험이 없다는 게 내심 걸렸지만, 비시즌 매일 같이 야간 훈련을 자처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과감히 기용을 결정했다.
한수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27일 현재 수비 2위(세트당 6.802개), 리시브 3위(효율 40.04%), 디그 3위(세트당 4.769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명옥(한국도로공사), 한다혜 등과 함께 이번 시즌 베스트7 리베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한수진은 "(처음 주전을 맡게 되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처음에는 부담이 컸는데 스스로 '자신 있게 하자' 하다 보니 (부담감을) 덜어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동료들과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내 것도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사령탑의 칭찬에도 한수진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완벽주의 성향 탓에,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아서다. 그는 "항상 내가 한 경기에 대해 만족을 못한다. 경기가 끝나고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게 눈에 들어온다"며 "감독님의 칭찬은 좋지만 스스로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까지는 최대 기량의) 50~60%다. (남은 40~50%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스스로 힘을 낼 수 있게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서 채워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추가경(晩秋佳景). 한수진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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