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시작된 봄의 진검승부, PO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들은 누구?

매거진 / 김희수 / 2024-03-25 19: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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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정규리그가 끝나고 봄배구가 한창이다. 모든 참가팀들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우승 트로피를 향한 봄의 여정에 나섰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다리고 있는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을 만나기 위해 플레이오프에 임하고 있는 남녀부 4개 팀에서,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들을 지배해야 하는 각 팀 별 키 플레이어를 선정했다.


우리카드 이상현 – 잠재력 대폭발한 이상현, 봄배구 무대는 최고의 기폭제가 될까?
201cm의 다부진 피지컬을 갖춘 ‘99즈’의 멤버 이상현에게 이번 시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즌으로 남을 듯하다. 앞선 두 시즌에 비해 세트 당 블로킹 수치가 0.3개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세터 한태준과의 과감한 호흡이 돋보인다. 리시브가 조금 떨어져도 과감하게 합을 맞춘다.

이상현의 잠재력이 대폭발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신영철 감독의 적극적인 지도와 이상현의 수용하고자 하는 자세 간의 시너지가 좋았던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단양에서 치러진 프리시즌 매치 때 <더스파이크>와 만난 신영철 감독은 “(이)상현이는 팔 스윙이 좀 늦다. 그리고 팔꿈치가 꺾인 상태로 백스윙을 시작한다. 또 너무 세게만 공을 때리려는 경향도 있다. 이런 나쁜 습관들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놀랍게도 이번 시즌 들어 이상현이 속공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신 감독의 피드백이 제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힘보다는 속도를 중요시하고, 손을 빠르고 높게 빼서 안정적으로 득점을 만든다.

신 감독의 지도는 이상현의 잠재력을 끌어낸 첫 번째 기폭제가 됐다. 이제 우리카드가 첫 번째 별을 따기 위해서는 봄배구라는 무대가 이상현의 두 번째 기폭제가 돼야 한다. 다만 PO 1차전에서 이상현의 활약은 그리 눈에 띄지는 않았다. 과연 이상현은 남아 있는 봄배구를 최고의 시즌 속 절정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Strength(강점): 향상된 블로킹과 공격, 신영철-한태준과의 굳건한 신뢰
Weakness(약점): 많지 않은 봄배구 경험, 강도와 안정감 모두 아쉬운 서브
Opportunity(기회): 팀과 개인 모두 간절하게 원하는 우승 기회
Threaten(위기): 봄배구 경쟁 상대인 대한항공-OK금융그룹전에서 스탯 저조한 편



OK금융그룹 차지환 – 좀처럼 맞춰지지 않는 오기상의 마지막 퍼즐
“연습 때부터 범실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실전에서도 실수가 이어진다. 아직 더 성장이 필요하다. 특히 신장에 비해 공격 코스 선정 능력이 아쉽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2월 28일 우리카드와의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실에서 차지환에 대해 꺼낸 이야기다. 이 정도의 혹평을 들을 정도면 감독의 눈 밖에 난 선수는 아닌가 생각하게 되지만, 오기노 감독은 여전히 차지환을 믿고 기용한다. 어떻게든 차지환을 살려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지환은 V-리그의 아웃사이드 히터들 중 최고 수준의 피지컬을 갖춘 선수기 때문이다. 201cm의 신장은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가히 압도적인 수준이고, 큰 키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윙 스피드와 몸놀림도 갖췄다. 터지는 날에는 대비가 불가능한 공격력과 사이드 블로킹 캐치 능력을 과시하고, 도저히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은 하이 볼을 어떻게든 상대 코트로 밀어 넣는 위기 해결 능력도 발휘한다. 이 장점들이 온전히 발휘되기만 하면 차지환은 오기노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에 꼭 필요한 퍼즐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들을 덮을 수도 있는 기복이라는 단점은 늘 차지환을 괴롭혔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지금 송희채와 신호진은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차지환으로서는 당장 코트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자신의 진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 봄배구에서 길게 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가장 필요한 한 순간에만 활약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 차지환은 과연 그런 스타가 될 수 있을까.


Strength(강점): 확실한 피지컬, 위기에서 강한 특유의 클러치 능력
Weakness(약점): 상당한 기복, 좋지 않은 시즌 후반의 리듬
Opportunity(기회): 오기노 감독의 차지환을 향한 기대는 여전하다
Threaten(위기): 가장 중요한 무대가 한창, 차지환에게 기회는 올까?


흥국생명 이원정 –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완벽한 몸 상태에서 씻어내야 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V-리그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0% 확률의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원정은 아쉬움을 삼켰다. 시즌 중간에 신인선수 지명권과 교환돼 GS칼텍스에서 흥국생명으로 향한 이원정은 한 때 팀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네잎클로버라는 평까지 들었을 정도로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부진하며 기적의 희생양 중 한 명이 되고 말았다.

이번 시즌 들어 이원정의 경기력은 냉정하게 봤을 때 지난 시즌 후반부보다도 더 떨어진 모양새였다.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갖춘 미들블로커 이주아를 보유한 팀의 세터임에도 중앙을 살리는 능력이 부족했다. 충분히 살려갈 수 있는 공격 옵션이 많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패스 페인트를 많이 섞는 부분도 꾸준히 지적된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불안 요소를 안고 있음에도 현재의 세터 뎁스에서 흥국생명의 주전으로 가장 적합한 세터는 이원정이다. 서브와 블로킹에서 장점이 있고, 경기 운영 역시 어느 정도 경기력이 나오는 날에는 가장 안정적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시즌 후반 들어 이원정의 컨디션을 철저히 관리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이원정을 배려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을 정도다. 그러나 1-2차전에서 이원정의 경기력은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극명하다. 과연 가장 중요한 3차전에서 이원정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Strength(강점): 까다로운 서브와 쏠쏠한 블로킹 캐치 능력
Weakness(약점): 중앙 활용과 외국인 선수 활용 능력의 아쉬움, 너무 높은 패스 페인트 빈도
Opportunity(기회): 고점의 컨디션을 만들어주기 위한 팀적인 배려
Threaten(위기): 지난 시즌보다 나아진 부분이 크게 없었던 정규리그, 더 큰 무대에서는 과연


정관장 박혜민 – 절체절명의 위기를 일생일대의 기회로 만들 시간
정관장이 시즌 막바지에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이소영이 GS칼텍스와의 경기 도중 착지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며 코트를 빠져나간 것. 결국 왼쪽 발목 인대 두 개가 파열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봄배구에서의 활약을 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이소영의 대안은 박혜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시즌 초반에 이소영이 어깨 부상에서 회복할 동안 준수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고, 리시브나 높이에서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선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혜민은 1차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격력이 문제였다. 몇 번 찾아오지 않았던 공격 기회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다보니 염혜선의 패스는 박혜민 쪽을 쉽게 향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팀의 공격 옵션 삭제로 이어지며 경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2차전에는 박혜민 대신 김세인이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섰고, 이 경기에서 정관장이 승리했기 때문에 박혜민은 3차전에도 웜업존에서 경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세인 역시 베테랑이 아니고,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선수다. 김세인이 흔들리면 박혜민은 언제든 코트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특히 후위 세 자리를 커버하거나 원 포인트 블로커로 들어가는 상황이 됐을 때 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그 외의 연결이나 수비 같은 부차적인 임무도 충실히 수행해줘야 한다. 박혜민은 이번 시즌이 끝난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지금의 쉽지 않은 상황을 팀과 본인의 대성공을 위한 일생일대의 기회로 삼아 날아올라야 할 동기는 충분하다.

Strength(강점): 좋은 블로커이자 리시버, 활발한 성격으로 띄우는 코트 위 분위기
Weakness(약점): 전위에서의 파괴력 부족, 후위공격 옵션의 부재
Opportunity(기회): 팀의 위기 탈출을 이끌며, 개인의 목표도 성취할 절호의 기회
Threaten(위기): 아쉬웠던 1차전, 적어진 기회를 살려야만 하는 부담

글. 김희수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시점에 맞게 각색한 기사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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