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줍다고요?' 한국도로공사 켈시, 오늘은 '활발한 폭격기'였다
-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10-28 17:45:57
[더스파이크=대전/이정원 기자] "코트 위에서 액션 좀 취해졌으면 좋겠네요."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2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남긴 한 마디다. 바로 켈시에게 바라는 소망 아닌 소망이었다.
도로공사 외인 켈시 페인은 코트 밖에서는 활발한 성격을 가졌다면, 코트 위에서는 소극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감독은 코트 위에서 켈시의 소극적인 성격이 나오면 공격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많은 배구인들이 "켈시는 소극적인 성격만 버리면 공격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켈시는 첫 경기 현대건설전에서 20점을 올렸으나 공격 성공률은 29%로 저조했다. 팀도 패했다. 표정 변화가 없다 보니 김종민 감독도 켈시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경기 전 김종민 감독은 "액션을 조금 크게 취해졌으면 좋겠다. 밖에서는 밝다. 말도 많이 하고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 그런데 배구라는 게 분위기를 타는 운동이다. 스스로 성격을 고쳐보겠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수줍음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어땠을까. 켈시는 김종민 감독의 바람처럼 활발했다. 그리고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폭격기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경기에는 세터 이고은과 호흡이 안 맞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불안정한 패스도 공격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1세트부터 10점을 폭발했다. 디우프(8점)와 화력 대결에서 앞섰다. 퀵오픈이면 퀵오픈, 후위공격이면 후위공격까지. 올리는 데로 척척 득점으로 올렸다. 1세트 23-22 KGC인삼공사의 추격이 오자, 추격 의지를 꺾는 후위 공격 득점을 올렸다. 10점, 공격성공률은 41%였다.
다음 세트 역시 1세트와 마찬가지의 공격 성공률(42.11%)을 가져갔다. 7점을 올렸다. 강력한 공격은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3인 블로커가 올라가도 문제없었다. 몸을 날리는 환상적인 수비는 덤이었다.
3세트 팀의 첫 득점도 켈시였다. 팀이 리드를 가져가자 자연스럽게 환한 얼굴도 볼 수 있었다. 공격에 성공하면 팀 동료들과 얼싸안고 좋아했다. 김종민 감독이 원하는 리액션과 표정이 나왔다. 범실을 해도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실책 이후에도 자신 있게 공격에 올라갔다.
한국도로공사는 켈시의 활약 덕분에 3-0(25-22, 25-20, 25-18)으로 승리했다. 시즌 첫 승이었다. 팀이 승리하자 켈시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켈시는 이날 24점, 공격 성공률 46.94%를 기록했다. 득점은 양팀 최다였다.
최고의 활약이었다. 이날만큼은 켈시가 경기 후 김종민 감독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감독님, 아직도 제가 수줍음이 많은 것 같나요?'라고.
김종민 감독의 바람대로 환한 미소로 경기를 뛰며 팀을 승리로 이끈 켈시. 다음 경기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한국도로공사는 3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경기를 통해 시즌 2연승에 도전한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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