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겸손은 좋은 선수를 만든다, 박성진은 그걸 증명했다 [도드람컵]
- 남자프로배구 / 구미/김희수 / 2023-08-13 21:00:38
비록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박성진의 성장과 활약은 결과 따위로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2등이었다.
명지대 출신의 2000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박성진은 2022-2023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삼성화재의 지명을 받았다. 순번은 2라운드 4순위였다. 1라운더들도 한 시즌 후에 방출되기 일쑤인 최근의 추세에서 2라운드 중반 순번으로 지명된 박성진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V-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잡기도 쉽지는 않았다. 지난 2022-2023시즌에 박성진은 15경기 31세트에 출전해 17점을 올렸지만, 코트에 나설 기회에 굶주린 젊은 선수에게는 충분하지 않은 양이었다. 그러나 경기 전 웜업과 연습 과정에서 마치 실전처럼 늘 최선을 다하는 박성진의 모습은 삼성화재의 경기를 자주 직관하는 팬들이나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의 눈에 유독 자주 띄었다.
그렇게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며 늘 구슬땀을 흘리던 박성진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였다. 컵대회에는 외국인 선수가 뛰지 못하기 때문에 날개에 한 자리가 빌 수밖에 없었고, 삼성화재의 경우 아포짓 자리가 공석이었다. 그 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박성진이었다.
김상우 감독은 “본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지만, 아포짓 자리에서도 공격에 능한 선수”라며 박성진의 아포짓 기용 이유를 밝혔다. 천금 같은 기회를 박성진은 놓치지 않았다. 7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선발 아포짓으로 나선 박성진은 블로킹 2개·서브 득점 2개를 포함해 팀 내 최다인 18점을 터뜨리며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뀄다.
박성진의 맹활약은 한국전력전 이후에도 계속됐다. 9일 현대캐피탈전에서 13점-공격 성공률 60%, 11일 파나소닉전에서 22점-블로킹 4개를 기록했다. 12일 대한항공과의 준결승에서도 23점-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하며 팀의 결승 진출까지 견인했다.
그렇게 오른 결승 무대, 삼성화재가 OK금융그룹에 세트스코어 1-3(23-25, 25-22, 23-25, 20-25)으로 석패하면서 박성진은 안타깝게도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엄청났다. 팀 내 최다이자 자신의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 득점인 30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은 무려 67.44%였다. 범실도 단 4개에 그쳤다. 결승을 포함한 대회 기간 동안의 맹활약을 인정받은 박성진은 준우승 팀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MIP를 수상하며 준우승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박성진의 맹활약과 MIP 수상은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재능만큼이나 중요한 두 가지의 요소인 노력과 겸손이 절대 선수들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나서지 못할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몸을 풀고 연습하는 모습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을 찾았음에도 겸손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은 박성진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들이었다.
김 감독은 대회 종료 후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날개 공격수 조합을 찾는 것이 숙제다. 박성진이 잘 성장한다면 또 하나의 퍼즐 조각이 생기는 것”이라며 다가오는 시즌에 박성진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음을 밝혔다. 늘 노력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박성진이 컵대회에 이어 V-리그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을까. 다가오는 2023-2024 V-리그에서 그의 활약을 지켜볼 만하다.
사진_구미/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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