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잘 아는 홈팀부터 세계랭킹 2위까지, 올림픽 예선전 상대팀 살펴보기

매거진 / 김희수 / 2023-09-15 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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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여자배구 최종예선이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중국·일본·폴란드에서 치러진다. 총 24개국이 3개 조로 나뉘어 출전하는 이번 예선에서는 각 조 1·2위 총 6개 팀이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거머쥔다. 한국은 폴란드·이탈리아·미국·독일·태국·콜롬비아·슬로베니아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과연 우리가 상대해야 할 7개 팀은 어떤 전력을 갖추고 있을까.

C조에서 한국보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9월 15일 기준)이 낮은 팀은 없다(2위 미국 ­ 5위 이탈리아 ­ 7위 폴란드 ­ 12위 독일 ­ 14위 태국 ­ 20위 콜롬비아 ­ 25위 슬로베니아 ­ 36위 한국). 게다가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성적과 경기력이 좋지 않다. 최종예선 직전에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여자선수권에도 출전해야 한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조 2위 안에 들기는 로또 당첨만큼이나 낮은 확률이다. 물론 힘들겠지만, 올림픽 본선에 나갈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는 없다. 만일 올림픽 진출이 무산된다고 해도 이번 최종예선은 강팀들을 상대로 우리가 어떤 배구를 해야 하는지를 익히는 기회의 장이 돼야 하는, 매우 중요한 무대다. 한국 여자배구 운명이 걸린 경기를 앞두고 배구 팬들이 더욱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더스파이크>가 7개 팀을 간단하게 분석해봤다.

미국: 조던 라슨의 복귀가 가져올 효과는?
전통의 강호 미국은 C조 1위를 차지할 유력한 후보다. 올림픽·세계선수권·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모두 제패한 경력이 있다. 북중미카리브배구연맹(NORCECA) 선수권 8회 우승·팬 아메리칸 컵 7회 우승·월드 그랑프리(VNL의 전신) 6회 우승 등의 화려한 역사가 미국 여자배구의 강력함을 증명한다. 현재 팀으로서 미국의 최대 강점은 좋은 날개 공격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 VNL MVP 안드레아 드류스와 이탈리아·튀르키예 등 빅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조던 톰슨이 아포짓을 맡는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빼어난 리시브 능력을 갖춘 켈시 쿡이 중심을 잡고 1998년생의 카라 바제마와 1999년생의 에이버리 스키너가 젊은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될 베테랑의 복귀도 예고됐다. 2020 도쿄올림픽 MVP의 주인공 조던 라슨이다. 카치 키랄리 감독은 2023 VNL 도중 인터뷰에서 “조던 라슨의 복귀는 7~9월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슨은 1986년생으로 경기 내내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나이지만, 그가 축적해온 경험과 노련함이 팀에 더해진다면 미국은 VNL에서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

이탈리아: 안트로포바는 제2의 바르가스가 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는 파올라 에고누(OP)와 모니카 데 젠나로(L) 등 주축 선수들이 VNL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결과 최종 성적은 6위에 그쳤다. 이는 VNL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을 쌓게 하고 유럽배구연맹(CEV) 선수권과 올림픽 예선전에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계산 속에서 움직인 결과다. 이탈리아는 유럽선수권부터 새로운 공격 옵션을 하나 추가하며 본격적인 실력 발휘에 나섰다. 팀의 새로운 무기는 바로 2003년생의 젊은 공격수 에카테리나 안트로포바다.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15살부터 이탈리아에서 배구선수 경력을 쌓아온 유망주다. 그는 2021년부터 이탈리아 대표팀 합류를 추진해왔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거칠 정도로 안트로포바의 노력은 계속됐고, 결국 2023년 8월에 공식적으로 이탈리아 시민권 취득에 성공하며 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쿠바 출신이지만 국적 변경을 인정받아서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튀르키예를 VNL 우승으로 이끌었던 멜리사 바르가스처럼 안트로포바도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 이탈리아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이탈리아는 아포짓 파올라 에고누, 세터 알레시아 오로의 올림픽 예선전에 불참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다.  

 



폴란드: 홈의 이점을 잘 살린다면 1위도 노릴 수 있다
한국 배구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폴란드는 이번 올림픽 C조 예선전을 안방에 유치했다. 유럽과 아시아 팀들이 각 대륙의 선수권을 마치고 나면 피로가 쌓이고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상황이기에 홈 경기의 이점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여기에 2023 VNL에는 부상으로 불참했던 명 세터 요안나 보워슈가 유럽선수권부터 엔트리에 복귀한 것도 폴란드에게는 호재다. 이탈리아와 미국을 제치고 폴란드가 조 1위를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보워슈까지 복귀하면서 폴란드는 베스트7의 체급만큼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중앙의 아그니에슈카 코르넬룩과 날개의 막달레나 스티시악이 뿜어낼 공격은 폴란드의 주득점원이 될 것이다. 물론 약점도 보인다. 올리비아 로잔스키와 마르티나 루카식이 리시브에서 기복이 있는 선수여서 불안하다. 마르티나 치르니안스카가 언제든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지만, 2003년생의 젊은 선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들을 적절히 돌려쓰면서 리시브의 약점을 최대한 감출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한 폴란드다.



독일: 좋았던 분위기를 다 망친 초대형 악재의 발생
독일의 2023년은 시작이 좋았다. 비탈 헤이넨 감독 체제에서 치르는 첫 VNL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8위를 기록했다. 특히 좌-중-우의 뛰어난 공격 밸런스가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 시간에 각자가 준비한 안무를 다 함께 따라 추는 특유의 퍼포먼스와 감독-선수 사이의 끈끈한 케미로 전 세계의 배구 팬들을 즐겁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앞세워 독일은 유럽선수권과 올림픽 예선전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호사다마였다. 모든 걸 망칠 수도 있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에이스 한나 오르트만이 유럽선수권 그리스와의 경기 1세트 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과 반월판 손상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부상 부위와 정도가 심각한 만큼 올림픽 예선전 참가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오르트만이 책임져주던 공격은 레나 스티그로트(OH)와 카밀리아 바이첼(MB)이 분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르트만의 또 다른 무기인 세계 최고 수준의 강서브만큼은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태국: 이 팀을 넘어서지 못하면, 어떤 대회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
태국은 2023년 내내 한국과 국제대회에서 얽히는 팀이다. 2023 VNL에서 맞붙어 태국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도 당연히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두 대회 사이에 벌어지는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한국과 태국은 나란히 C조에서 또 경쟁한다. 결국 태국을 꺾을 방법을 찾아내는지가 2023년 한국의 모든 국제대회 성적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예전과는 달리 전력상으로만 놓고 보면 쉽지 않다. 태국은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들만의 리듬과 경기 운영법을 이미 체득한 팀이다. 다가오는 시즌부터 V-리그에서 뛰는 폰푼 게드파르드(S)의 운영을 중심으로 핌피차야 코크람(OP)-찻추온 목스리(OH)-아차라폰 콩욧(OH)의 삼각편대가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을 돌아가며 퍼붓는다. 사이사이 폰푼이 섞어주는 엄청난 속도의 속공도 위협적이다. 다나이 스리와차라마이타쿨 감독의 평소 훈련 강도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눗사라 톰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출전 여부는 미지수다. 이런 태국을 잡아낼 방법을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남은 기간 동안 찾아낼 수 있을까.




콜롬비아: VNL 진출 실패의 설움, 올림픽 본선 진출로 씻어내겠다
콜롬비아는 아직 VNL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다. 우승팀에게 VNL 출전권을 주는 FIVB 발리볼 챌린저컵에서도 매번 우승을 놓쳤다(2018년 준우승, 2022년 4위). 콜롬비아는 프랑스 라발에서 펼쳐진 2023 발리볼 챌린저컵에서 또 한 번 VNL 승격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가 준결승에서 스웨덴에 발목이 잡혔다. 3-4위전에서 우크라이나를 꺾었지만, 우승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는 챌린저컵이기에 씁쓸함만이 남았다.

콜롬비아는 거듭된 VNL 진출 실패의 설움을 올림픽 본선 진출로 씻어내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 아만다 코네오-아나 카리나 올라야가 있을 것이다. 지난 챌린저컵에서도 함께 팀을 이끈 콜롬비아 대표팀의 핵심이다. 아만다는 지난 챌린저컵에서 베스트 리시버로 선정됐을 정도로 깔끔한 리시브 능력을 갖췄다. 아나는 2002년생의 젊은 나이와 187cm의 다부진 체격을 갖춘 콜롬비아의 현재이자 미래다. OH 듀오의 활약이 강팀을 상대로도 꾸준히 이어진다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슬로베니아: 그들은 패배에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슬로베니아는 한국과 함께 C조의 약체로 분류될만한 팀이다. 실제로 올림픽 예선전 조 편성이 발표된 3월에는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유일한 팀이었다(3월 18일 기준 한국 23위, 슬로베니아 25위). 한국이 VNL에서 전패의 수모를 겪으며 랭킹 포인트를 대거 잃은 탓에 현재의 순위 차이는 꽤 벌어졌지만, 그나마 C조에서는 한국이 꺾어볼 만한 팀인 것은 사실이다.

슬로베니아는 8월 22일 기준으로 유럽선수권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폴란드, 벨기에, 세르비아에 각각 0-3, 1-3, 0-3으로 지며 3연패에 빠졌다. 아웃사이드 히터 로레나 로버 피요크는 벨기에전에서 24점·공격 성공률 55%·포지티브 리셉션 비율 60%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상대적으로 더 강팀인 세르비아와 폴란드를 상대로는 모두 한 자릿수 득점이었다. 선수 개개인은 물론 팀으로도 강팀을 상대하는 노하우를 더 길러야 한다. 유럽선수권에서의 연이은 패배 속에서 슬로베니아는 어떤 것들을 배우고 느끼며 강해질까.




글. 김희수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FIVB, CEV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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