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지기 위해서” 료헤이가 한국에 온 이유

매거진 / 이보미 / 2023-11-20 16: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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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V-리그에 처음으로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되면서 ‘V-리그 최초의 외인 리베로’도 등장했다. 한국전력이 뽑은 일본 출신의 료헤이 이가다. 타 팀 사령탑들의 경계대상 1순위로 꼽힌 선수이기도 하다. 첫 해외 리그 무대에 오르는 료헤이는 한국전력의 우승을 꿈꾼다.

1994년생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는 2017년 일본 주오대학을 다니던 도중 2016-17시즌부터 일본 V.리그 파나소닉 팬더스에 입단했다. 본격적으로 V.리그 무대에 오른 것은 2017-18시즌이 열린 2017년 10월 21일 FC도쿄전이었다. 일본에서도 안정적인 수비도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료헤이는 2017-18시즌부터 2022-23시즌까지 V.리그 개인 통산 188경기 441세트 출전했고, 6시즌을 치르면서 리시브 성공률 61.5%의 기록을 남겼다.

평소에도 해외 진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료헤이는 올해 한국에서 새로 도입한 아시아쿼터를 통해 마침내 첫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전력은 2023 KOVO 남자부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 2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권영민 감독은 수비 강화를 위해 기본기가 좋은 료헤이를 지명했다.

파나소닉도 지난 5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리베로 료헤이가 팀을 떠나게 됐다. 료헤이는 매년 꾸준히 출전 기회를 늘려가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한국의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에 입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당시 료헤이는 “파나소닉에서 수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이제 한국 리그에서 플레이를 하게 됐다. 일본에서 플레이하면서 배운 것들을 발휘해보겠다”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한국행을 택한 이유?
“더 강해지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Q.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해외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일본에서 6, 7년 프로 생활을 하고 우승 경험도 해봤다. 그런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경험한 리베로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해외에 나가는 것이 멘탈적으로도 점점 강해지고,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 한국에서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것을 듣고 한국행을 결정하게 됐다.

Q. 일본에서 이미 해외 리그를 경험한 리베로 선배는 누구인가.
코가 타이치로 선수다. 지금은 일본에 다시 돌아왔지만, 프랑스와 핀란드, 폴란드에서 뛰었었다. 아무래도 해외로 나가게 되면 환경이 달라지다보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해외로 나가고 싶다면 안 간다는 선택지는 없다고도 했다. 무조건 나가라고 알려주셨다.
(코가 타이치로 선수는 1989년생 리베로 출신으로 2015-16시즌 핀란드, 2016-17시즌 프랑스, 2017-18시즌 폴란드 리그에서 모두 한 시즌씩 치른 뒤 2020년 일본으로 복귀했다. 2020년 FC 도쿄로 이적 후 2022-23시즌부터 도쿄 그레이트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올 시즌 그레이트 베어스의 사령탑은 지난 시즌 대한항공의 코치직을 맡았던 캐스퍼 부오리넨이다.)

Q. 료헤이도 기회가 된다면 유럽으로 가고 싶은지.
유럽으로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가장 빨리 배운 한국어는 무엇인가.
처음에 배운 한국어는 ‘안녕하세요’다. 다른 단어들도 꽤 안다. 이 인터뷰에서 말할 수 없는 한국어도 많이 안다(웃음).

Q. 팀 내에서 친한 선수는 누구인지.
김주영이다. 숙소도 같이 쓰고 있다. 평소에도 같이 밥도 자주 먹는다. (주로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평소에 쉴 때도 범계역에 가서 밥을 종종 먹는다. 그리고 매일 사우나를 가는 편이다. 요즘에도 운동, 사우나까지 끝나면 저녁 시간인데 숙소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김주영, 강우석 선수랑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자주 보고 있다.

Q. 평소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사우나다. 몸이 릴랙스 될 수 있도록 한다. (취미는 없는지?)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는 여러 악기를 다루는 것을 좋아했다. 우쿨렐레도 다루는데 여기에 갖고 오기 힘들어서 지금은 못하고 있다.




일본 배구만화 하이큐 영향?
일본 배구 선수들 기본기가 탄탄한 이유는?

Q. 배구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누나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배구를 했었다. 누나 따라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배구공을 잡았고, 정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인 것 같다. 누나는 지금 배구를 안 한다. 그래도 한국에 가게 됐다고 하니 “한국가서 좋겠네” 이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지금도 가족들과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다.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Q. 그동안 포지션 변화가 있었는지.
세터도 좀 해봤고, 중학교 때는 선수가 없어서 스파이커로도 뛰었었다. 결국 리베로가 됐다.

Q. 리베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코트 안의 보스가 되는 것이다. 코트 안에서는 리베로가 선수들한테 여러 지시를 해야 한다. 리베로 포지션의 선수가 자신감 없이 플레이를 한다면 팀 동료들도 좋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리베로가 더 당당하게 플레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 당연한 플레이들을 실수하면 안 된다.

Q. 한국 V-리그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한다. 파나소닉에 입단할 때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오퍼가 왔다. 스카우트가 돼서 들어가게 됐다.

Q. 일본 배구는 기본기가 강한데,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유소년 때부터 엄청난 양의 기본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게 했었던 기억이 있다. 찬스볼이나 이단 토스 등 당연한 것들을 엄청나게 운동을 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뒤에는 ‘양’보다는 ‘질’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 입단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엄청난 양의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을 질적으로 생각하다보니 프로 선수들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여러 가지 운동도 도전해본다. 지금 일본 대표팀도 그렇다. 많이 성장했다.

Q. 중고교 시절 운동량이 많았을 듯하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됐나.
중학교 때는 오후 3시 반에 학교 수업이 끝나면 9시까지 운동을 했고, 그 다음 집에 가서 잤다. 그 때는 배구가 재밌어서 엄청난 양의 운동을 해도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배구를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명한 선수들의 영상 많이 봤고, 대표팀 경기도 많이 보면서 그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잘 살펴보고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운동을 할 때 적용하기도 했다. 또 배구를 잘하고 싶어서 선배든 후배든 상관없이 배구를 잘하는 선수들에게 가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엄청 물어보기도 했다. 지금도 좋은 기억 밖에 없다. 아직도 중학교 선생님들과 연락을 하고 지낸다.

Q. 다른 팀들도 9시까지 훈련을 진행했는가.
비슷했을 것이라 본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도쿄에 있었고, 중학교 대회에서 제패를 했던 팀이었다. 도쿄에서 강한 팀들은 그렇게 운동을 했다.

Q. 일본 배구만화 하이큐가 끼치는 영향도 크다고 보는지.
엄청난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 하이큐를 보고 일본에서 배구를 시작하는 선수들도 많다. 일본에서는 이벤트 중 하나로 프로 선수들이 하이큐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할 때도 있다. 일본에 있을 때 하이큐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간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정작 하이큐를 본 적이 없다(웃음).

Q. 일본에서 2014-15, 2015-16시즌 인터 칼리지 대회에서 베스트 리베로상 수상했다. 당시 나란히 상을 받았던 이시카와 유키, 잇세이 오타케, 세터 마사히로 세키타 등 이름이 눈에 띄는데.
세키타 선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대학교, 프로까지 같이 선수 생활을 했다. 이시카와 유키는 같은 대학교에서 뛰었고, 잇세이 오타케 역시 대학교에 이어 파나소닉에서 같이 뛰었다.

Q. 나란히 아시아쿼터를 통해 한국 V-리그 우리카드 지명을 받은 잇세이 오타케와 자주 연락을 하는지.
잇세이 오타케 선수가 먼저 연락이 온다. 경기 끝나면 수고했다고 연락이 온다. 언제 한 번 밥 먹자고는 했는데 거리가 멀다.

Q. 일본 배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굉장히 활발하다. 해외로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듯 한데.
거부감이 없다. 지금 일본 배구 선수들 대부분이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외국인 선수 14명 중 경계 대상 1순위
Q. 올해 시즌 개막 전 남자부 외국인 선수 14명 중 경계 대상 1순위로 뽑혔는데.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은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다른 분들이 그렇게 경계할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점수를 내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나를 경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Q. V-리그 초반부터 리시브 효율 수치가 굉장히 높은데.
사실 파나소닉에 있을 때도 개인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잘하더라도 팀이 지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팀이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Q. 한국과 일본에서의 서브는 어떻게 다른지.
한국 선수들의 점프 서브는 굉장히 좋다. 볼 스피드도 좋고, 파워도 좋다.

Q. 가장 리시브를 받기에 까다로웠던 선수는 누구인지.
한국에서는 OK금융그룹 레오다. 레오는 3명이 리시브를 하는 것보다 4명이 받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좋은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에게 점수를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음 플레이를 잘하려고 노력한다.

Q.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술적으로는 장점이 크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멘탈 관리를 잘하려고 노력한다.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배구를 더 잘하고 싶다. 작년에 한국전력이 3위를 기록했는데 올 시즌 초반 부담감을 이겨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 나갔었던 선배가 비슷한 맥락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준 것 같다.

Q.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어떤 분인 것 같나.
좋은 분이다. 겉으로는 무서워 보이지만 좋은 감독님이다. (감독님과 닮은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 또 다른 사람들도 내 첫 인상을 두고 무섭다고 말해준다. 차분한 성격을 갖고 있다. 20대 초반에는 여러 모로 신나게 다녔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

Q.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꼭 한 번은 우승을 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을 꽤 많이 했다. 한국에서도 이루고 싶다.

Q. 배구인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지금은 선수로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또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대단한 지도자 분들을 많이 봤다. 전술 등 여러 부분을 배울 것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많이 배워야 한다. 나중에는 배구 지도자를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어린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배구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KOVO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11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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