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과 IBK기업은행의 공통된 고민 ‘아포짓’ [4R 리뷰 ④]

남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01-30 15:55:14
  • 카카오톡 보내기

남자부 OK금융그룹과 여자부 IBK기업은행이 같은 포지션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아포짓이다.

27일 한국전력-KB손해보험전과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전을 끝으로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 일정이 마무리됐다.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중상위권 순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남은 두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4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같은 포지션에 고민을 안게 된 팀들이 있다. 남자부의 OK금융그룹과 여자부의 IBK기업은행이다. 두 팀은 모두 아포짓 포지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OK금융그룹의 경우 주전 아포짓 조재성이 병역 비리에 연루되어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고민의 시작이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주전으로 낙점되며 팀의 상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조재성의 이탈은 OK금융그룹의 시즌 계획을 뒤흔드는 악재였다.

OK금융그룹은 아웃사이드 히터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공격을 이끄는 팀이기 때문에 공격에 치중하기보다는 리시브와 공격의 균형을 갖춘 리시빙 아포짓이 필요한 팀이다. 따라서 조재성이 빠진 아포짓 자리의 퍼즐을 맞추기가 다른 팀들에 비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석진욱 감독은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가장 먼저 지난 시즌 막바지처럼 레오의 자리를 아포짓으로 옮겨봤다. 수비의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레오의 리시브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레오의 공격 컨디션이 아포짓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다음으로는 송명근을 아포짓으로 기용해봤지만, 송명근은 아포짓으로 나선 22일 우리카드전에서 리시브 효율 0%, 공격 효율 –4.35%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 아포짓 자원인 신호진과 전병선을 기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신호진은 허리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어렵고, 전병선은 이번 시즌 공격 횟수가 10회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원 포인트 서버 역할에 집중해온 선수다. 석 감독은 4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현대캐피탈전에서 차지환을 아포짓으로 기용하는 변칙 전술까지 가동했다. 차지환은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15점‧리시브 효율 40%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당장은 차지환이 아포짓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보이지만, 남은 시즌을 모두 치를 수 있는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IBK기업은행의 아포짓 고민은 OK금융그룹과 비슷한 듯 결이 다르다. 달리 산타나(등록명 산타나)라는 아웃사이드 히터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점은 유사하지만, 산타나는 레오와 달리 리시브와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따라서 굳이 리시빙 아포짓을 기용할 이유가 없다. 자원의 보유 상태도 다르다. 조재성이 전력에서 이탈했고 신호진의 복귀도 기약이 없는 OK금융그룹과는 달리 국가대표 출신 아포짓 김희진과 좋은 공격력을 갖춘 육서영이 모두 출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희진은 시즌 내내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좀처럼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1~4라운드까지 공격 성공률 40% 이상을 기록한 라운드가 하나도 없다. 격화된 순위 경쟁으로 인해 승점이 절실했던 4라운드, 김희진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경기는 13일 GS칼텍스전이 유일하다(16점).

물론 주전 리베로 신연경의 이탈로 리시브가 흔들리며 공격수들 역시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계속해서 김희진을 괴롭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감안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시즌은 후반부에 접어든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김희진이 ‘이름값’을 해줘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국가대표 출신 아포짓의 부활은 사실상 새로운 영입과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만약 김희진이 계속해서 부진한다면 아포짓으로 나설 수 있는 선수는 육서영이다. 실제로 육서영은 4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맹활약을 펼치며 가치를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육서영도 범실이라는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김희진이 이번 시즌 71세트에서 64개의 범실을 기록한 반면(세트 당 0.901개), 육서영은 66세트에서 72개의 범실을 저질렀다(세트 당 1.09개). 범실 빈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갖춰야 주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두 팀의 아포짓 고민은 두 팀의 4라운드 부진으로 직결됐다. 과연 남은 두 라운드 동안 두 팀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THE SPIKE SNS